새로운 인연이 너무 좋습니다.

인연

by 이점록
이제부터 새로운 만남은
무조건 선연이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애 최고의 인연은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여행지에서 만난 귀한 인연에 대한 글이다. 여행은 우리의 삶에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만남들은 종종 여행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중 하나가 되곤 한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여름과 가을이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이 한창이던 8월 중순. 모처럼 집사람과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 목동 나들이에 나섰다. 사실 목동은 우리가 신혼 때부터 10여 년 살았던 정든 곳이다. IMF 외환위기 때 결혼하여 이듬해 보금자리를 이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아이들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었다. 맞벌이 부부로 억척스럽게 살아 추억이 서린 곳이다. 공직자이자 남편으로, 대학생이자 아이들의 아빠로서 1인 다역을 척척 감당했었다. 가족의 행복과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성실히 살았다.


세월을 참으로 정직하고 시간 앞에서 사람은 겸손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지나온 날들을 반추해보면 너무 감사한 삶이었다. 사고무친의 시골 촌뜨기가 서울에 올라와 공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년을 맞이해서 행복을 누리고 있으니 감지덕지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이 목동을 떠난 지도 어언 십 년이 훌쩍 지났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나들이 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귀한 부부의 초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온 가족이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여행 중 만났던 부부에게서 너무 좋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처음에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상황에 처한 경우, 대화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어색함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우리도 처음에는 서로 어색함이 있었다. 비록 여행지지만 서로에게 관심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기를 노력하였다. 그렇게 자주 인사를 하고 품앗이처럼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때로는 식사를 하면서 점점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집사람과 그쪽 사모님은 나이가 같았고, 지역의 공통분모가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고 있다. 귀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저 멀리 아파트 숲이 나타나고 단지별 이정표가 새삼스럽다. 여느 대단지 아파트 주차장처럼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2중 주차로 차량이 빼곡하다. 추억이 깃든 곳이라 주차장 풍경도 정겹기까지 하다. 사실 주차난에 입주민들은 출퇴근 할 때마다 불편할 것이다. 겨우 주차 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인근 맛집으로 향했다.


나는 '무엇을 먹느냐 보다 누구와 먹느냐'에 보다 비중을 높게 두는 입장이다. 혹자는 이런 유형을 관계중심형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관계중심형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관계를 중심으로 행동하거나 사고한다. 소통과 공감으로 상호작용을 중요시 여긴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고급 음식이 된다. 그리고 맛있게 느껴지는 건 너무 당연하다.


우리는 '귀한 만남을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소중한 만남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중요한 자리이자 감동과 기쁨을 나누는 자리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즐거운 만찬이 끝났다. 부부댁으로 가기 전 나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책 등 몇 가지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남의 집에 갈 때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도록 가르치는 편이다. 친구집을 방문할 때도 필요한 선물을 준비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분들이 우리 부부를 집에 초대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친하고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집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의미이다. 그럴수록 더 예절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는 집사람에게 물어본다. 살면서 일가친척 외에 남의 집을 방문한 적이 과연 몇 번 있었는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 이렇게 살아왔구나. 초대를 받은 것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감이 충만해온다.


식탁에는 아낌없이 내놓은 커피, 과일 등으로 금세 푸짐한 한상이 되었다. 여행의 인연으로 이런 좋은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게 참으로 감사하다. 주로 삶의 뒤안길을 통해 중요한 교훈과 경험 등 인생사를 관통하는 가벼운 주제들로 대화를 이어갔다. 주거니 받거니 따뜻한 말들이 오고 갔다. 대체로 분위기는 여자들이 주도하였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이는 우리의 염려나 선입견을 깨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다음에 만날 날을 미리 정하였다. 서로 상대방의 일정 확인을 거쳐 조율을 하였다. 편의를 고려함과 아울러 유연성 유지로 최상의 좋은 날로 정했다.

집을 나서는데 사모님께서 손수 과일을 챙겨준다.

"오늘 소중한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환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집을 나서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밤길 운전 조심하세요." 따스한 염려의 마음이 전해 온다.

"가을에 만나요."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사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지려 했다. 굳이 주차장까지 내려와 배웅을 해주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다. 집으로 오는 길이 너무 가볍다. 이렇듯 여행 중 우연한 만남이 때로는 소중한 인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사람들과 만남의 연속이다. 기실 모든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만남을 잘 가꾸어 선연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혹 악연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천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요즘 집사람과 나는 그 분들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자주 틔우고 있다. 자연 안부 전화를 하고 카톡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만남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해 준다.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키고 세상을 더 깊이 사유하는 기회가 되고 있음이다. 언제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고 싶다. 만남의 세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듦의 길목에서 좋은 인연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마음을 열고 언제나 만날 수 있고,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으리. 먼 훗날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좋은 만남을 이루는 것은 나의 됨됨이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이제 삶의 자세를 여유로움과 내려놓음으로 염치 있게 그리고 느리게 나이 들고 싶다.


가을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그 분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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