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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극히 정상이야!
사람이 정말 웃긴 게 할 일이 많았던 월요일은 정작 에너지가 넘치더니, 어제 생각보다 일을 많이 끝내둬서 오늘 좀 여유로우니 나태해졌다. 시간도 엄청 느리게 가고, 단순 업무처리도 집중이 잘 안 돼서 하는 데 오래 걸리고 졸리고...
일을 좋아하고 갓생을 지향하는 나이지만 솔직히 오늘은 회사에서 '빨리 퇴근하고 싶다'X1000를 생각하며 퇴근시간만 바라봤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면 퇴근만 기다리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 슬럼프야. 이 일이랑 안 맞나 봐. 회사생활은 나랑 안 맞나 봐'하고 한탄하곤 했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랑 선배들에게 고민상담도 하고, 또 책을 읽다 보니 모두가 하는 말은 같았다.
"너 지극히 정상이야!"
그렇다. 일하는 걸 좋아하고 맡은 바 책임은 다하지만 그래도 퇴근이 더 좋은 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회사원이었던 것이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일이 몰려서 바쁠 때도 있고, 한가할 때도 있는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9-6시 등 근무시간에 자리를 지켜야 하기에 그럴 때는 퇴근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잘하는 걸 좋아해
퇴근 혹은 퇴사하고 싶을 때마다 내가 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만한 일을 하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굳이 묻는다면 나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동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 즉 성취감은 연애나 취미생활에서 얻는 즐거움과는 약간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걸' 좋아한다. 그게 무엇이 됐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즉, 나는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내가 잘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나는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장난 같긴 하지만 아무쪼록 나는 일을 하는 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