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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13. 2024

시험을 5일 남긴 시점에서

너무 두렵습니다

 점점 시험의 공포 짓눌리기 시작한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다. 지금 생각나는 건 여유를 부렸던 과거들뿐이다. 내가 열심히 했던 것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기술사 시험을 포함한 모든 자격증 시험은 60점을 넘기면 되는 시험이다. 모든 시험 문제에 대해 60점을 넘겨야 되는 시험과 달리, 기술사 시험의 경우 각 교시별 문항이 100점보다 더 많이 나오게 된다.

6문제가 다 맞춰야 100점이 아니라 6문제 중 네 문제만 골라서 답안을 작성하고 완료해도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130점에서 150점의 총점 중 60점을 넘기면 되는 시험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 떨린다.

지금 생각나는 건 앞서 얘기했듯 내가 여유를 부려왔던 시간들 뿐이다. 창밖을 바라보던 시간들과 산책을 했던 시간들, 그 많은 시간들이 다 머릿속을 스친다.


현재 5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오늘을 포함하면 5.1일 정도 되려나. 이렇게까지도 남은 시간을 늘려보려 안달하고 있다.




 오답노트를 추려가는 동안에 100문항 정도가 계속해서 눈앞을 가린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문항 500문항 중 100문항 정도가 아직은 내 머릿속에 있지 않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구겨놓고 반죽하여 빵을 만들어내야 된다. 60점 이상이 나올 수 있는 빵을 만들어내야 한다.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방 안에서 자료를 훑어보다 숨이 점점 막혀오는 증상이 느껴졌다. 공황장애가 올 때와 비슷해 눈을 감으니 내가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물론 이건 은유. 내가 숨을 잘 못 쉬는 건 내가 숨을 잘 안 쉬기 때문이다.

내가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간단하고도 명료한 이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다그치는 것이 나이기도 하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 싸움을 부추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흔들리고 마음을 졸이며 살아간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예전에는 울기도 했고, 이 조여 오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웅크린 채 숨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단단해졌다. 다만 매번 보는 시험들이 무척 중요하고 나의 삶을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은 자명하기에. 떨림은 언제나 찾아온다.


인간공학에서는 스트레스가 적당하다면 순기능으로 적절한 텐션과 함께 효율과 능률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다만 이 스트레스가 너무 과도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의 신뢰도를 90% 이하로 낮추게 된다.


물론 스트레스가 너무 적어도 그렇게 된다.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한데, 나는 지금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에 쌓여 있다.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낮추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 충분히 쉬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으로써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되겠지만, 당장은 그럴 여유가 많이 부족하다.

납기가 다가온 상태에서 마음과 몸을 돌볼 시간이 무척 부족하다. 그럼에도 챙겨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쉽지 않다. 나 자신을 등한시하려 한다. 다잡으려 하지만 평소에 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게 되는 부분이다.


나는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물론 학창 시절에 지금처럼 나아갔었더라면 더 많은 기회가 열렸었겠지만, 과거는 차치하도록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거니까, 지금의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달려가다 보면 내가 가는 만큼 가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나에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은 딱 하나다. 잘하고 있으니까 남은 시간도 열심히 뛰어가자. 뛰다가 넘어져도 지금은 걸어야 할 때니까. 일단 뛰면 뛰거나 걷거나 할 테니까.

걷지 않으면 결승점에는 언제 언제든 언제까지나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심장이 터질지 몰라도 일단 한번 뛰어보자.


지금은 뭔가를 해줘야 하는 때다. 조금만 나를 잘 다독여서 데리고 가보자 할 수 있다. 진짜 할 수 있다.


머리야 열려라, 열려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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