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 Oct 12. 2024

우표가 없는 편지

뜨거웠던 계절 지난 여름날, 때에 맞지 않게 도착한 편지를 발견하곤 한다. 두터운 책 속에 숨어있던 쪽지나 편지들, 차단 메시지를 정리하다 찾은 장문의 글들.




잿더미도 은은하게 머금은 열기에 뜨거움을 주듯이, 이미 효력을 다한 물건들 임에도 순간, 마음을 저리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분명 잔향이 느껴지는 물건은 모두 버렸다. 아니, 버렸다고 생각했다. 용도가 다한 물건은 쓰레기통에, 중고장터에 올려 새 주인을 찾기도 했다.


이사를 준비하며 잔짐을 줄이려 꺼내든, 허세 가득한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을 책에서 툭, 하고 곱게 접힌 종이 한 장이 떨어진다.  늦어버린 잿더미를 집는다.




이별과 슬픔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잊힘이 유일한 답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빚쟁이처럼 기억의 서랍을 열어대는 탓에 온전한 답이 될 수 없었다.


펼친 종이에는, 얼마만큼 열렬히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절절하고 가슴에 박히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때에 맞춰 도착했다면,

우표를 붙인 편지였다면

우리의 선택은 바뀌었을까.


이전 22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