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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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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Oct 31. 2024
지치는 건 열심히 했다는 거야
많은 시험들을 거쳤다. 진학, 자격증, 취업 시험까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수많은 질문들에 답하며 살았다. 모두 옳지는 않았겠지만.
계획과 준비 단계에서 일정표를 짜고 천천히 나아간다. 중간중간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다독이며 내딛는다. 그리고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지쳐가고 딴 길로 새게 된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일 수록 미루고 쌓아둔다. '내일 2배로 해야지, 주말이 있으니깐' 등의 핑계에 숨는다. 나를 과도하게 사랑하면, 때론 비합리적인 선택에 합리적인 이유를 붙인다.
다시 채찍질하며 달려간다. 시험 3일 전 즈음 식욕이 갑자기 솟거나 없어지고, 잠이 많아지거나 온몸이 쑤시기 시작한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부족한 부분만이 눈에 들어온다.
경주마가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수록 위험하다. 잠시 멈추고 길을 살펴야 할 때. 이때 개운하게 쉬어주는 기둥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왔는가이다.
100점짜리 시험은 성인이 된 이후 좀처럼 없지만, 합격선을 넘어서는 시험은 많았다. 어떻게든 해냈고, 지금껏 잘해왔다. 그 합격선을 언제나 넘어서는 지점에는, 잠시 몸을 펼쳐 개운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준비 중에 가장 우울할 때는, 준비되지 않은 시험에 부딪혀야 할 때이다. 도저히 내 능력 밖의 지식을 이해해야 했을 때, 결과가 훤히 보이는 시험들은 후회의 쓴맛이 여운처럼 오래남는다.
시험지를 받아 들면, 눈물이 지문을 가린다. 사실, 그 마저도 내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못했음을 깨닫는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시험장에는, 후회와 지난날들의 아까움이 서려있다.
내 경우에, '가스산업기사'라는 시험이 그랬다. 실기만 5번을 봤던 그 시험, 오히려 상위 등급인 '위험물 기능장'은 단 번에 따냈으면서, 그 이후에야 취득할 수 있었다.
그 시험은 모든 악습관의 집합체였다. 자만했고, 부족함을 채우지 않으며 알고 있는 것만을 복습하는 악습관에 갇혀 시간을 낭비했다. 시험장에서 채울 수 있는 것만을 채웠음에도 당당했다.
마치, 당연히 합격점을 받아낼 듯이 나오는 길은 가벼웠고, 결과는 참담했다. 경기도에서 대구까지 내려갔을 때도 기어이 성적은 불합격이었다.
덕분에 이후에 치르는 시험들은 타산지석 하여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시험을 다 붙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대학원 면접시험을 앞둔 D-2이다. 놀고 싶고, 쉬고 싶다. 왠지 모르지만 어깨는 더 무겁고 뭉친 곳이 많다. 눕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지만, 내가 나를 알기에 더 의자에 앉히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다. 20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예전보다 더 많은 후회를 한다. 30대와 40대에, 지난날들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내보자. 그리고 오늘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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