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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PD 빅대디 Sep 20. 2024

[Ep.02] 당연함이 모여 만든 특별함

아모레퍼시픽 사내교육용 다큐 <아주 특별한 화장품 가게>

앞편에서 얘기했던 발달장애인 영상콘텐츠는 한 단체의 의뢰로 6팀이 모여 각각의 콘텐츠를 만들어낸 프로젝트였어요. 책누나들과 센터 촬영을 한참 진행하고 있던 기간 중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던 한 피디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들어온 영상 의뢰가 있는데 같이 하실래요?


그 피디님과 함께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함께 회의를 했습니다. 내용은 부산 영도에 있는 한 매장의 사장님을 미니 다큐로 담아달라는 거였는데요. 대부분의 매장들이 코로나 여파로 매출 감소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와중에 잔잔하게라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매장 중 하나인데, 이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 남다르다는 거였습니다. 이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이 방문했는데, 회장님도 계속 기다리게 하고 손님 응대에 여념이 없더랍니다. 회장님까지 뒤로 하고 고객을 대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으신 것 같더라고요. 이런 사장님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숨어있는 매장 운영 비법을 다른 매장의 점주들에게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매장의 모습과 사장님의 경영 철학을 짧은 다큐멘터리로 담아 내부교육용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부산 시내에서, 촬영팀과 함께

촬영팀을 꾸려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부산 원도심에 숙소를 잡고, 다시 또 부산의 끝자락에 있는 영도구, 그중에서도 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삼동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도로 자체도 한산하고, 길에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아주 조용한 변두리 상권이었습니다. 부산에도 이렇게나 오래된 동네가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곳이었어요. 그곳에 오늘의 주인공 가게, 아리따움 영도동삼점이 있었습니다. 마을버스 정류장을 가게 바로 앞에 둔, 동네 사람들이 다녀갈 만한 아주 평범한 화장품 가게였습니다.


겉보기에는 소박한 동네 화장품 가게 [아리따움 영도동삼점]

일단 화장품 가게 내부는 정말 깔끔했습니다. 먼지가 충분히 보일 법한 선반 깊숙한 곳까지 아주 깨끗했고, 사장님은 손님이 없으면 수건을 들고 매장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닦으셨습니다. 여기가 보일까 싶은 곳까지 구석구석 세심하게 손을 대시더라고요. 매장을 열자마자는 밖에서 보이는, 하지만 매장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진열대 앞까지 꼼꼼하게 먼지 제거를 하셨습니다. 이거 하나가 손님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라면서 한시도 쉬질 않으셨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중간에 잠깐 머리를 하러 가시는 날이 있었는데 그날도 사장님의 행동은 좀 독특했습니다. 가게 바로 건너편에 있는 미용실에 가시더니 거울을 향해 앞을 보고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의자를 돌려서 가게 쪽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잠시 저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손님 한분이 매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짐작이 가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장님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셨습니다. 카메라가 찍고 있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그냥 전속력으로 달려가시더라고요. 손님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사장님은 현장에서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면 꼭 마무리에 말씀하시던 게 있었습니다. 별 거 없다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옆에서 지켜본 그 당연함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것.

나이 많은 손님들이 많다며 곳곳에 놓아둔 의자들.

그리고 손님이 그 의자에 앉으시면

곁에 앉아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눈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 어쩌면 세일즈의 가장 첫 번째 요소겠죠. 당연한 것들을 통해서 사장님은 가장 중요한 마음을 얻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장님의 이런 행동들이 진심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거였어요. 화장품을 사줘야 하니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냥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걸 보여주는 모습들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분들,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계실 수 있게 가게 계단 위에는 방석 두 개가 늘 놓여 있었습니다. 매장 안에 있는 의자에도 누구나 들어와서 앉아서 쉬다 갈 수 있죠. 화장품을 사지 않더라도요. 게다가 언제든지 꺼내드릴 수 있는 간식거리들이 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화장품을 사시는 손님들에겐 서비스도 후합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하다 느낀 건 매장 옆의 공간을 매입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동네 분들이 언제든 찾아와 수다를 떨고 가시기도 하고, 지나가다 덥거나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들어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나하나 보면 볼수록 ‘아니 뭐 이렇게까지 하셨지?’ 하는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화장품을 팔려는 마음보다 더 큰   

   뭐라도 더 주고픈 마음    


이 마음이 진짜 중요한 비결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화장품 가게를 드나드는 많은 분들은 단순한 손님 이상의 관계들이 많았습니다. 함께 도시락을 싸와서 사랑방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 분들도 있었고, 멀리 이사를 가신 이후에도 연락을 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온 한 손님이 집에 가시는데 가게 밖까지 함께 나가셔서 한참을 배웅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습니다. 가족 같다고, 너무 보기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장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저희 집에서 자연스럽게
차도 한 잔 마시고 하다 보니까
화장품 사러 왔다가 친구가 되고
언니가 되고 동생이 되고
그렇게 된 거죠
이게 뭐 다 사는 모습이죠
보통 사람들

촬영 마지막날, 사장님 부부와 촬영팀이 함께


보통 사람들의 당연한 모습들이 변함없이 반복되어 쌓이면 그것만큼 특별한 게 있을까요? 남들 다 하는 거 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하는 것들이 모여서 이 화장품 가게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주 특별한 화장품 가게’가 되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화장품 가게>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D_EDWfBh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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