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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PD 빅대디 Sep 27. 2024

[Ep.03] 누군가에겐 응원인 나의 일

<26,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1편 박성광

우리 멤버였던 아람 피디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던 26. 그때 아람 피디가 26살이 되었는데, 스스로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제 다 컸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거였어요. 20대의 중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26이라는 숫자를 소재로 ‘26-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라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방식과 철학으로 자신의 26살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26살, 96년생 등의 검색어를 활용해 SNS를 통해 다양한 26살들을 찾아 연락하고 출연자를 섭외했습니다.


그렇게 우선은 두 명의 출연자를 결정했습니다.

군산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살고 있던 박성광 님,

그리고 대구에서 프리랜서 마술사로 살고 있던 서진교 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서진교 씨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담길 예정입니다)


군산에서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던 당시 26살, 박성광 님 (왼쪽 가운데)

군산의 한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던 박성광 님은 어린 시절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를 꿈꾸며 여러 대회에 나섰던 분이었어요. 그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태권도는 간절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들로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자라지 않는 키 때문에 좌절하고, 그래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또 한 번 좌절하고... 매일 새벽부터 운동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잘 나오지 않으니 좌절감이 몰려오더랍니다.


태권도를 그만두고 이것저것 다양한 일들을 해보다가 당시 관장님의 제의로 태권도 사범으로 다시 태권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태권도가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가르쳐 주고 싶다, 나랑은 다르게 태권도를 좋아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촬영날 우리는 새벽 6시에 성광 씨를 만났습니다. 이른 아침, 성광 씨는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배드민턴을 마치고 오전에는 대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 즈음에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하고, 또 밤에 개인 훈련까지 하루가 정말 꽉 차게 살고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노력하던 '노력의 근육'을 공부하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데에 쓰니 새로운 기회들이 끊임없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당시의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성공의 기준을 자신이 정하는 것처럼
실패의 기준도 자기가 정할 수 있는 건데
그때는 무조건 제가 실패를 정해놨어요.
지면 끝이라고

지금도 실패 많이 하죠.
자격증 시험에 떨어진다거나
도장에서 실수를 한다거나
그런데 그건 지나가는 실패다,
실패가 아니다 생각하고 넘기니까
별로 타격이 없더라고요

<26 -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1편
'박성광' 편 인터뷰 中


하루를 꼬박 진행한 박성광 사범님의 일상


아이들과 교감하는 성광 사범님의 모습은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오고 수업 시작 시간까지 잠깐 짬이 난 순간에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피구를 하면서 아이들과 놀더라고요. 수업 이외의 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함께 웃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려는 모습이 저보다 한참 어린 나이지만 대견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떠나간 이후에는 홀로 도장에 남아 훈련하고 새로운 기술들을 익히려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까지 노력을 한다면 정말 언젠가는, 소위 터지는 날이 오겠다 싶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되었던 촬영은 그날 밤 10시 정도에 집중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길에 박성광 님이 인사를 하면서 해준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거 준비하면서 살아왔던 걸
한번 죽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가 뭐라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을 쓰며 살지만 모두가 그 이야기를 펼쳐 볼 여유를 갖진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들여다 봐주고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삶이 가치 있다고 응원하는 어떤 격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되새김의 시간을 도울 수 있어서, 이렇게라도 그 삶을 응원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29살이 된 박성광 님은 사범이 아닌 관장님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태권도장을 열어 굉장히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호점도 곧 열 계획이라고 하고, 학부모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카페도 운영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격투기에도 도전하고, 태권도 겨루기 대회나 품새 대회에도 나가고... 여전히 멋지게 살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종종 연락을 남기면 아주 겸손하게 말합니다. 감사했다고, 감사하다고.


한때의 꿈이 실패했다고 인생이 실패하는 건 아닙니다. 박성광 님은 자신의 삶으로 그걸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인터뷰에서 말했던 대로 군산을 넘어 한국 최고의 태권도장을 만들어가는 관장님이 되길 계속해서 응원합니다!           



<26 -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1편 박성광 편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42iegqEavdQ&t=1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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