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교회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저는 교회를 다닙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2021년에 100주년을 맞이한 아주 오래된 교회예요. 100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교회에서는 그동안 교회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기로 했고, 감사하게도 저에게 그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여 온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들이었는데요. 지나치며 인사만 나누던 분들의 인생 얘기도 듣고, 그 삶에 일어났던 하나님과의 스토리들을 들으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성도들을 위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전통과 현재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여러 가지 고민들을 스스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가장 먼저 만나게 된 분은 처음 교회에 왔을 당시 담임목사님이셨던 김영수 원로목사님이셨습니다. 목사님을 만나 뵈러 간 곳은 양평의 한 시골집이었어요. 예쁜 하늘 아래로 아담한 하얀 빛깔의 집이었는데, 옆에는 닭장도 있고, 마당에는 텃밭이 있는 전형적인 시골집에 살고 계셨어요. 꽤 먼 길을 달려갔기에 이렇게 멀리 이사하셨냐고 물었더니 교회에서 제일 먼 경기도로 가려고 찾다 보니 이곳을 찾으셨다고 해요. 지금 담임목사가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면서 그렇게 결정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닭장에 풀을 넣어주고,
밭에 난 풀들을 베어내고,
그 속에서 기도하며,
이미 많은 나이에도 지금의 나는 이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신다는 원로 목사님을 보면서 믿음은 자리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함으로 보이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려한 말솜씨로 말씀을 전하는 것보다도 진실한 삶 속에서 말씀대로 살아내려고 애쓰고 계신 원로목사님을 보면서 나의 믿음은 어떤 모양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뵙게 된 분은 100년의 역사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교회를 담임하셨던 故 조두만 원로목사님의 사모님이셨습니다. 매주 수요예배가 마치면, 4-5명의 권사님들과 함께 사모님 댁에서 이야기를 나누신다는 말씀을 들어서 그 현장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신 지 기본이 50년은 되신 분들. 처음 만났을 때 어린이였던 권사님들의 아이들은 지금 교회의 장로들이십니다. 너무 당연하게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의 교회 얘기들을 거리낌 없이 나누고 계셨어요. 목사님이 새벽예배 끝나면 똥지게 지고 버리러 가셨다는 이야기, 엄마가 주일(일요일)에 마트를 열고 장사를 해서 지옥 가면 어쩌냐고 울었다는 장로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그중에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교회 건축하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조두만 목사님이 계실 때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이 지금도 저희 교회의 건물인데요. 벽돌 파동 때문에 벽돌 수급이 어려워서 찍어내자마자 실어왔다는 이야기부터 그걸 하나하나 다 물에 식혀서 교인들이 직접 하나하나 옮겨서 지어진 건물이 지금의 교회라고 하셨어요. 아무 생각 없이 드나들던 교회 건물에 그렇게 교인들의 손때가 하나하나 묻어있었다니... 뭔가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모습은 자료로 찾다 보니 사진으로도 남아있더라고요. 이야기가 자료와 만나서 또 증명이 되니 더 신나서 교회 역사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 당시 교회 건물 앞에 있는 성도님들 사진 자료 >>>
권사님들이 가시고 나서 사모님만 계신 시간, 홀로 앉아 성경을 읽으시던 사모님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열정적이었던 남편에게서 사례비도, 인세도, 퇴직금도 한 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으셨지만, 목사님 때문에 교회에서 처음으로 통장에 넣어준 목사님 장례식에서 나온 조의금을 다시 교회를 짓는 데에 쓰시고, 살던 집은 팔아서 장학금을 내는 데에 쓰신 사모님의 이야기에 코가 시큰해졌습니다.
다들 내 거 챙기기에 바쁘고,
조금이라도 더 움켜쥐고 쟁여놓으려고 하는데,
욕심 없이, 아낌없이, 내 것을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건 전혀 고생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모든 걸 가지신 분이 모든 걸 버려 주신 희망과 은혜, 사랑이 그 삶에서 비쳐 보였습니다. 나는 어떤 삶으로 그 사랑이 묻어나게 살아야 할까,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교회 확장 공사 당시 공사를 담당하셨던 장로님,
사회봉사를 할 때마다 제일 먼저 앞장 서신 권사님들,
그리고 성가대를 가장 오래 하고 계신 권사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젊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아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습니다.
100주년 예배를 드리면서 중간중간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틀었습니다. 예배 중간중간에 브릿지처럼 영상이 들어가는 구성이 새롭기도 하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런 방법으로도 예배에 영상이 사용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함께 웃고, 어떤 부분에서는 함께 공감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성도님들을 보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나는 이제 이 교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야 할까 많은 고민과 여러 가지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제로 오늘을 빚는 교회, 하나님과 가까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길 소망하는 신수동교회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훗날 이 교회는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온 교회라고 평가받게 될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저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지금도 열심히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신수동교회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kNfiYt5H6U&t=74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