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콘텐츠 <스몰브랜드스토리>
지난 이야기에서 제가 다니는 교회를 소개해 봤는데요. 이번에는 그 교회에서 만난 형과 함께 협업했던 이야기입니다. 형이 한동안 자기가 셀프로 공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형수님께 운영을 맡길 렌털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란 걸 말해 주더라고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함께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고민해 보다가 주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해보자고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자체 콘텐츠가
<스몰브랜드스토리>입니다.
<스몰브랜드스토리>를 통해,
크로스핏 체육관 대표님
식물 가게 사장님
그리고 스튜디오 대표님
이렇게 세 분의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체제비와 같은 최소의 비용을 스튜디오에서 담당하고 촬영을 해주시는 사장님들께는 별도의 비용 없이 진행을 하기로 했어요. 별도의 제작비 없이 제작하는 자체 콘텐츠이다 보니 많은 일자를 촬영에 할애할 수는 없어서 하루에 세 분의 인터뷰를 전부 진행하고 다른 하루에 일정을 맞춰서 각각의 일상 현장을 몰아서 찍는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서면으로, 전화로 사전 인터뷰를 하는 데에 더 공을 들였습니다. 인스타그램도 꼼꼼하게 살펴봤고, 사장님들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살아온 삶과 각자 가지고 있는 운영 철학들에 대해서 자세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장님과 1시간 전후의 메인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업장에서 하나씩 키워드를 끄집어냈습니다.
크로스핏 체육관 대표님은 한때 꽤 유명한 찬양팀의 세션으로 사역하던 분이셨어요. 크로스핏을 군대에서 제대하면서 접하게 됐는데, 그 안에 있는 하나의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험을 통해서 사역팀에서 나오게 되면서 그때 크로스핏에서 받았던 마음을 기억했고, 크로스핏 강사로, 그리고 체육관을 세우기에 이르렀다고 해요. 대표님을 처음 크로스핏에 마음을 빼앗겼던 그때의 분위기를 이 체육관의 문화로 만들기를 원했답니다.
그 문화는 바로 응원이었습니다.
서로 경쟁하듯 운동하는 게 아니라 자기 프로그램을 마치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할 수 있다고, 좀 더 하자고 응원하는 걸 보면서 크로스핏은 다르구나 싶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운동을 통해 응원이라는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답니다. 삶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운동하러 와서 이것도 안 되네 하는 순간에 ‘할 수 있어’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곳, 같은 마음으로 모여 지지하고 도와주는 곳. ‘응원의 공간’으로 체육관을 브랜딩 했습니다.
두 번째는 식물 가게 사장님이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해 음악 치료를 하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경력 단절을 경험했던 분이었어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쉬게 되며 약간의 우울감이 찾아왔을 때 ‘풀멍’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고 하셨는데요. 삶에 위로를 줬던 식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오픈한 사장님이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치료’와 ‘위로’라는 키워드를 찾았습니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하던 한 사람이 스스로 갖게 된 아픔을 위로해 준 식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료하는 공간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세심하게 마음을 쓰며 식물을 키우고, 쉽사리 작게 올라온 새순 하나에 기뻐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그 작은 새순, 생명이 살아나는 모습을 정말 사랑하고 기다리는 사람이구나 느꼈거든요. 지금은 식물에 작은 피규어들을 활용해서 이야기가 담긴 화분을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 사장님입니다.
마지막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던 계기가 된 에셀라이브스튜디오의 이야기였어요. 사장님은 간호사로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보낸 분인데, 육아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스튜디오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워낙에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셔서 인터뷰 자체를 굉장히 부끄러워하셨는데요. 그래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조금은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메인이 되기보다는 서브의 삶을 살았다는 말에서부터 단서를 찾아갔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시대에 누군가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무대를 꾸미는 분.
그 무대가 이 스튜디오라고 브랜딩해 보았어요.
사장님들이 SNS에서 많은 댓글을 받았다고,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남겨 주셨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짧았던 촬영 시간과 조금은 아쉬웠던 기획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콘텐츠이지만 한 번은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이 시행착오의 과정 속에서 분명히 배운 게 있었거든요.
예전에도 어떤 출연자가 말해 주었습니다. 네가 옆에 붙어서 꼬치꼬치 재잘재잘 이것저것 물어봐대니까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않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어쩌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자체는, 그리고 영상 자체는 브랜딩을 위한 도구로는 약할 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는 노잼과 진지함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이목을 끌거나 관심을 얻는 것에서는 조금은 먼 장르니까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은 분명히 강력한 브랜딩의 도구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누군가 생각하지 않던 것들, 연결되지 않고 있던 이야기의 요소와 요소들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연결해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스몰브랜드스토리>를 만들었던 경험은 성공의 기억이 아닐지는 몰라도, 너무나 중요한 가치들을 확인해 보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들이 함께 해주셨던 사장님들에게 미약하게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스몰브랜드스토리> '크로스핏붐' 편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F88I0B-t1N8
<스몰브랜드스토리> '오늘도그린' 편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9R1NK6g6Z1A
<스몰브랜드스토리> '에셀라이브스튜디오' 편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60n6aTjO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