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2편 서진교
박성광 님과 함께 <26,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의 출연자로 섭외되었던 두 번째 출연자 서진교 님은 대구에 사는 프리랜서로 SNS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프리랜서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남겼는데, 그 내용들이 우리 주제였던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와 맞닿는 내용들이 있겠다 싶은 게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 섭외 요청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메시지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사전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교 님의 지금 시기가 어떤 울타리에서 벗어나 완전히 홀로 서는 독립의 시기를 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우리의 주제와 합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 불안한 시기를 살고 있는 서진교 님을 촬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의 시작점이었던 아람 피디와 함께 촬영팀을 꾸려 대구로 향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에서 마술사가 나와 마술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보니 그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어 있더랍니다. 그래서 마술을 연습해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엄청 좋아하더래요. 친구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첫 번째 순간, 그 기쁨이 생각보다 컸다고 합니다. 그 이후 진교 님은 더 많은 마술들을 연습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마술 하는 서진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술은 진교 님의 꿈이 되었죠. 그렇게 마술 하는 진교 님은 이벤트 회사의 직원이 되어 마술 공연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술이 좋아서, 작은 트럭에 몸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일했습니다. 기쁘게, 즐겁게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술이 주는 즐거움보다 다른 걱정이나 불만들이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기 돈 묻어가며 전국을 다녔고, 그 돈들이 환급되는 것마저 차일피일 늦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답니다. 내 한 시간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려고 말이죠. 그런데 그 계산값이 말도 안 되는 액수인 것을 확인하고는 회사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내 시간을 이것보다 더 가치 있게 봐주는 곳에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거죠. 아주 불안한 생활을... 그렇게 촬영하던 때는, '프리랜서' 서진교의 삶을 시작해 살아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을 보여줄 거리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거... 였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어서 당장의 주업이었던 방과 후 활동 강사를 하고 있는 장면도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서 공부하고, 마술 연습하는 그림 정도 촬영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인터뷰를 최대한 많이 해 와서 편집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촬영을 내려갔습니다. 코로나가 조금 수그러든 찰나의 기간에 내려가 밖에서 마술 버스킹 하는 것과 친구 만나는 걸 추가 촬영해 영상을 완성했습니다.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 마술을 하는 진교 님은 확실히 에너지가 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마술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술 같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기쁘다면서 정말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만난 친구는 '마술 하는 서진교' 시절을 증언해 주었습니다. 진짜 마술을 좋아하는 아이 서진교가 돌아온 느낌이더라고요.
촬영 내내 인상 깊었던 것은 진교 님은 충분히 불안해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던 거였습니다. 노력을 통해서는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만들어진 이 영상이 진교 님에게 조금이라도 응원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마술이라는 게) 정말 화려하지만
뒤에서는 뭔가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 숨겨진 뭔가 때문에
엄청난 걸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제 인생도 지금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3년이 지난 지금 진교 님은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데기극장'이라는 이름의 공연장을 만들어 예술가들의 처음 시작을 열어주는 공간을 운영하기도 했고, 지금은 휘둥그레 마술 극단을 운영하며 여기저기 다니며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술 같은 시간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삶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시간을 가치 있게,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고 있는 진교 님입니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서진교 님도 계속해서 응원합니다!
<26,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2편 서진교 편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lB7PWM8bXo&t=38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