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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PD 빅대디 Sep 13. 2024

[Ep.01] 그저 친구가 되어준다면

보다센터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미니 다큐 <우리는 친구!>

아는 분의 소개를 받아 발달장애인부모연대인 보다센터의 콘텐츠 제작을 맡게 되었습니다. 여섯 팀의 제작진이 모여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죠. 저희가 맡게 된 건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영상. 저는 이 이야기를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신 분이 참여하고 있던 책누나 프로젝트와 함께 풀어보기로 정했습니다.


책누나 프로젝트는 지방, 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책 읽어주는 형누나들이 각 지역의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친구가 되어주는 봉사단체였어요. 그리고 때마침, 우리가 촬영하던 해에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친구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게 되어서 함께 촬영을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활동을 진행한다는 센터에 먼저 찾아가 보았습니다. 저희가 만나게 될 친구들을 담당하는 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한 부분에서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느린 거지,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정이 많고, 조금 익숙해지기만 하면 쉽게 친구가 되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만 인정한다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그게 어쩌면, 발달장애인 인식 개선의 시작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책누나들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6명의 책누나가 이 발달장애인 교육 센터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통화하며 처음 느낀 건, 대가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나눠주는 분들이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란 거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누나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번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 신기하게도 이분들에게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는 겁니다.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빨리 친해지면 좋겠어요


신기했습니다. 양쪽 모두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다니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은 역설적이게도 아직 서로 친구가 되기 쉽지 않다는 걸 말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한 달에 한번 굉장히 한정된 횟수로 만나겠지만, 둘이 가까워지는 과정과 서로의 생각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둘 사이의 첫 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첫 만남은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범위가 다르다 보니 발달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몰라서, 서로의 속도를 몰라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첫 촬영엔 어색함과 그 어색함을 줄여가려는 서로의 노력이 모두 담겼습니다.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던 첫 모임. 하지만 조금씩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갔습니다.


말을 해도 멀뚱멀뚱하고 있기도 했고, 이 말을 하면 상관없는 반응과 대답이 돌아와 조금은 당황하는 모습들이 담겼습니다. 그래도 같이 책을 읽고 미술 활동을 함께 진행하면서 조금씩 서로 마음의 벽을 트는 모습까지는 담을 수 있었습니다. 첫 모임이니까, 앞으로 점점 괜찮아지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예상 밖의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나라에서 공표하는 격리 단계에 맞춰서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오프라인 모임이 계속 연기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한 책누나와 함께 다른 작당을 한번 시작해 보았습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싱어송라이터를 하고 있던 책누나였는데,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보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특별한 노래 선물을 함께 준비해 준 성예은 책누나 (스토리 출처: 인스타그램 (@itsme.712))

발달장애인 분들은 유독 눈에 보이는 다름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해지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우리에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이 곡을 썼다고 합니다. 어서 빨리 이 노래를 친구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랐었습니다.


촬영은 하지 못했지만, 줌을 활용해서 비대면으로 한두 번 더 모임을 가졌다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모임을 갖지 못하다가 4달이 지나서야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비대면 모임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만나서였는지 마지막 수업 촬영을 할 때는 다행히 많이 친해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던 사전 인터뷰의 소망들을 이뤄간 거죠. 이 모임에서는 성예은 책누나의 특별한 노래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한 마음으로 들썩들썩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너는 우리와 달라 함께 할 수 없다고
같다는 건 뭐고 다른 건 무얼까
아니 우린 모두 다르게 태어났잖아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 좋을 것 같아 (성예은 사·곡) 中


서로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서로 만났기 때문이라고, 편견 없이, 조금만 조심스럽게 서로 만나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촬영은 여기까지였지만,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더 함께 수업을 진행하며 더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 것 같더라고요. 다름을 재지 않고, 그저 함께 한다는 것, 그저 친구가 된다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요?


<우리는 친구 1부>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vK-a2ar7s54

<우리는 친구 2부>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kmOcCEQ-NNE

<우리는 친구 3부>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PHqf2rtritU

<우리는 친구 4부>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UBk2qJEHSI

<우리는 친구 5부>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kosKKw02B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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