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살아가는 나

그리움

by Lulina


외국에서의 삶이란 나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대학생 때 유학을 잠깐 꿈꿨던 적이 있었지만, 바람대로 잘 되지 않았고 나에게 외국생활은 꿈같은 동경으로 남아 있었다.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외국으로의 출장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해방감과 일탈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짧은 여정은 언제나 더 깊은 갈증을 남기곤 했다. 지나다닌 골목골목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다음 계절에도 느껴보고 싶었다. 낯선 공기, 낯선 냄새, 낯선 이들이 베푸는 호의와 배려는 매번 설레고 인상적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멀지 않은 어느 날, 고국을 그리워하며 낯선 공기 속에 섞여 살아갈 내 모습을 말이다.



낯선 것들 투성이에서 익숙함을 그리워하는 삶. 지금 나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새로웠다. 꼭 장기 여행 같았던 삶. 낯설어서 설레기만 했던 순간들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낯섦’이었던 순간들. 타인에게 ‘나’라는 존재는 온전한 ‘낯섦’이었다. 한동안은 즐거웠고 새로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웠다. 나의 자취들을, 익숙하던 냄새들을, 익숙해서 편안했던 것들을 말이다. 뜬금없이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더 열심히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오래가지지가 않았다. 시차와 상황들이 달라지니, 서로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미안한 마음만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익숙한 것들과 조금씩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움을 탓할 수 없었다. 나의 선택 중 하나였고 그 결과 중 하나가 그리움이었다. 타지에서의 임신과 출산, 육아는 나에게 우울감과 그리움의 늪을 마련해 주었다. 매일이 그러진 않았지만, 자주 늪에 빠져들었고 종종 무기력감에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바빠도 발 하나는 늪 안으로 담가둔 것 같았다. 친정엄마가 산후조리로 방문하시고 가신 날은 온몸이 늪속에 담가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 늪에 정신없이 빠져 있다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이다. 내 그리움의 8할은 가족이고 고향이고 엄마인 걸 보니 나의 아이에게도 ‘엄마’인 내가 있는 곳이 고향이고 그리움이 되지 않을까. 나도 아이에게 든든한 고향이고 따뜻함으로 남고 싶었다. 정말 그 생각하나만으로 조금씩 늪에서 빠져나왔다.




얼마 전, 아이가 저녁식사 중 물어보았다. 엄마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새’라면 어딜 가고 싶냐고.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대답했다. 한국이라고. 나의 그리움은 마르지 않겠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내가 꾸린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고향이 될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그리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 제 글들이 미숙하여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새로운 브런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올려둔 내용이지만, 이곳을 여는 글에 어울린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올리게 되었습니다. 몇몇 글들은 정리차 다시금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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