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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온Haon Apr 17. 2023

번외-에필로그(feat. 강릉 한 달 살기)

11. 그 이후의 나

퇴사 후 강릉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바닷가가 보이는 아파트를 얻었다. 강릉 구석구석을 다니기 위해 차도 렌트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차를 끌고 나갔고, 바다를 봤다. 바다 앞에서 멍하니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유명한 수제버거를 포장해서 솔밭에 앉아 먹기도 했다.

사천해변, 카페 테라로사 건너편이 명당이다.

어떤 목적지를 갈 때도 일부러 해안도로로 돌아서 가곤 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바다를 보러 다녔다.


처음엔 서울토박이라 그런가 한산한 강릉이 어색했지만 막상 서울로 돌아왔을 땐, 어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릉에 잘 적응했었다.


그전부터 십자수, 아크릴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등을 깨작깨작 했던 터라 공예 쪽으로 해볼 만한 것이 있을까. 찾다가 향수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도예)와 석고방향제 만들기 클래스를 등록했다.


1:1 클래스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낯가림이라는 것을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에 클래스 강사님과 퇴사 후 강릉 한 달 살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자신들의 고향으로 안식월을 보내러 온 나에게 응원과 맛집을 추천해주시곤 했다.

도자기, 석고방향제, 향수클래스

아빠의 고향이었던 강릉에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의 묘가 있는 가족산이 있다. 어렸을 적 1년에 한두 번씩은 가서인지, 길눈이 밝은 편인지 굳이 네비를 찍지 않아도 갈 수 있었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달려 산 입구까지 갔다. 산입구엔 아주 싸나운 개 두 마리가 묶여있었다. 원래는 집 앞에 묶여있는 친구들이었는데 옮겨져 있었다. 열렬히 짖어대는 개들에게 나는 칩입자가 아니라고 그냥 지나가게만 해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통하질 않아 어쩔 수 없이 돌아오며 가족톡에 인증샷을 보내주었다.

다음 성묘 때는 ‘소세지’를 들고 와야 할 것 같다고.


그리고  달의 기간 동안 주말마다 여러 명의 회사 동료들, 친구,  또래의 친척등의 지인들이 놀러 왔었다.  2개에 소파 달린 거실까지 있는 아파트를 빌렸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내가 강릉을 좋아해서인지 나의 지인들도 강릉을 좋아하길 바랐다. 덕분에 나는 여러 코스의 강릉여행을 공부했다.   없이 움직이는 성격의 코스와 느긋한 코스. 그들은 강릉에 푸른 바다와 예쁜 카페를 보러 왔다고 했지만 나를 위해 멀리까지 와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강릉을 그와 함께 하고 싶어, 조르고 졸라 함께 여행을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에 그와 함께였던 곳을 지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그가 생각났지만 그 외적으로는 그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아가 그와 함께였던 곳을 지인들과 다니며 그에 대한 추억을 다른 좋은 추억으로 덮어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그를 보냈고,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과 함께하며,  자신을 사랑해가고 있다.


부디 그도 평안하길.



<아픈 손가락일 필요까지 있나>

11부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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