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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Apr 25. 2024

키 크는 운동, 작아지는 아이

아이의 행복 때문일까?, 부모의 만족 때문일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부모와 아이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성인에게서 청소년으로 그리고 아이에게로 향했고, 이제는 대학, 공부뿐만 아니라 외모도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이 등장한 키워드가 '성장클리닉' 그리고 '키 크는 운동'이라 할 수 있죠.

그렇기에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자세교정이나 성장을 위해 방문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기대 어린 눈빛과 자녀들의 빛을 잃은 눈빛 사이에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도수치료를 해야 했던 순간순간이 지금도 많이 생각납니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수치료, 운동치료, 성장클리닉에서 가장 큰 핵심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라 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이 아닌, 장시간의 관리가 꾸준하게 필요한 관리임에도 정작 본인은 해야 할 이유도, 재미도, 의미도 없는 행동을 ‘너는 나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남들은 해달라고 조르는데 더 열심히 하지 않겠니?’라는 마음을 담은 눈빛을 담아 발사하고 있는 부모님의 기대에 못 이겨 억지로 보내는 시간으로 전락한 고가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그 본질이 어디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버리기 마련이기에, 최근에는 호르몬 주사나 약물을 통해 보다 큰 키를 위한 인위적인 방법들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18년, UN의 세계행복보고서_(World Happiness Report)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2010년부터 2년 단위로 실시되었던 이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은 해가 갈수록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한민국의 GDP 순위는 올라갔을지언정 우리들의 행복은 멀어만 지고 있습니다. 즉, 아이에게 무언가를 더 해준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2017년 5월, 충남도교육청이 도내 초등학교 3-6학년, 5500명 대상으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1위, 함께 놀러 가자_ 31%
2위, 사랑한다_ 23%
3위, 잘했다_ 20%
 
당신의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자녀에게, 놀라갈까? 사랑한다. 잘했구나.라는 말을 오늘 하루, 해주셨나요?
 
물론, 세상은 만만하지 않고, 현실과 세상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들기 위한 그 처절한 경쟁을 했던 어른들의 입장에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지름길 혹은 정답지를 제공하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허락해 줄 수는 없을까요?






자격과 권위, 그리고 진심

2017년, Elisa 외 연구진에 따르면 ‘신체 활동 부족’은 전 세계 모든 사망의 9%를 차지하는 이유라고 보고했습니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망 원인 9%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심지어 2019년, Alves 외 연구진은 말합니다. “어린 시절에 활동성이 평생의 건강을 결정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유해한 경험은 성인기에서의 건강과 강력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어린아이들은 하루의 3분의 1을 앉아서 보내고 있고, 건강보다는 학업이 중요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더 뚱뚱해지고,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우리 부모는 바쁜 학업 중에 부족한 활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을 끼워 보내거나, 더 전문적인 케어를 위해 운동치료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햄스터 우리에 챗바퀴를 넣어주는 것과 아이들의 부족한 활동량을 채워주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는 단순히 학원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똑바로 앉아’라고 말합니다. 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니까.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그 모습은 실제로 바른 자세처럼 보이니까.
 


정말 그럴까? 아이들에게 “똑바로 앉아!”라고 지시했을 때, 아이들의 자세가 실제로 바르고 좋은 자세를 유도할 수 있는가?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2013년, Czaprowski 외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히려 등과 허리의 정상적인 척추 각도는 감소했으며, 과도하게 허리를 꺾고, 근육이 경직되어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뿐일까? '점프 운동이 성장에 도움이 되고, 근력운동은 키 성장에 방해를 준다'는 말은 현재까지도 우리들 속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믿음입니다. 그렇기에 유아, 성장, 점프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때 놓을 수 없는 상식이 되었죠.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Alves’가 말했듯, 키가 큰 아이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적합하기에 농구를 하는 것뿐입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점프 운동이 유독 더 성장에 도움이 되고, 다른 운동은 성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성
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죠.
 

앞서 설명했듯, 유년기, 청소년기의 건강은 한 사람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라크에서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아동기의 경험이 얼마나 중한지에 대한 경각심을 들게 합니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족관 화목했던 가정에서 자란 성인은 만성 질환의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성인 보다 2배나 낮았습니다. 즉, 다시 말해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에서 자란 성인은 만성 질환의 걸릴 위험이 2배나 높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부적절한 운동 경험은 이후의 운동 취미생활과 운동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2015년, Al-Shawi 외 연구진은 말합니다. “어린 시절 가족 간 유대감에 대한 경험은 성인기에서의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회복하는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 
 
저는 의사도 아니고, 권위가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작고 초라한 권위 없는 일개 물리치료사 일 뿐이죠.


의사의 망치와 물리치료사의 망치는 결코 동등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본주의적 사고에서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망치도, 물리치료사의 망치도 각자의 역할이 있듯, 적어도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2019년, Axsom 외 연구진은 자녀가 정말 건강하길 바란다면, 자녀가 아닌 부모가 먼저 운동하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원이나 병원에서 성장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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