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설명해주지 않는가
어깨가 아픈 당신, 당신의 진단명은 무엇인가요?
진단, 診斷 : 의사가 환자의 병 상태를 판단하는 일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봄’의 시작은 추위가 가시고 꽃이 피는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들을 설레게 만드는 개절이기도 합니다.
풀리는 날씨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얼어붙은 몸을 본격으로 활동하는 시기인 만큼 봄은 병원을, 특히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시기 이도 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4월, 봄은 ‘오십견’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시기이며, 4월에는 환자 수가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십견’이라는 말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말인데, 그 이유는 주로 50대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2년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오십견 환자 수는 50대가 전체 환자의 33.7%를 차지한 것을 보면 오십견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구나 싶기도 하죠.
오십견은 1930년대, 코드만(Codman)이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 제한이 심한 질병이라며, ‘Frozen shoulder_동결견’이라 명명하면서 정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시작으로 1950년, 네비아이저(Neviaser)가 ‘유착성 관절낭염_Adhesive capsulitis’라며, 꾀나 그럴듯한 이름으로 기술하면서 최근에 병원의 진단명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오십견이 의학적으로 저술된 지 약 100년의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1930년대, 코드만이 오십견 치료에 추천했던 코드만의 시계추 운동(pendulum exercise)을 아직도 어깨의 권위자들이 홍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출처, ORMANDY L. Shoulder pendulum exerciser. Am J Surg. 1955 Jul;90(1):130-1. doi: 10.1016/0002-9610(55)90669-3. PMID: 14388186.
일반적으로 오십견은 전체 인구 중 약 2%가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인구 중 약 2%에게 발생하는 이 문제는, 어깨가 아픈 사람이 병원에서 대부분이 듣는 진단명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진단이라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의술의 형태, 혹은 그 병원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서 의사마다, 병원마다 진단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어깨를 돌리거나, 들리는 등 움직이는 와중에 어깨의 전면부위에 통증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진단될 수 있는 진단에 포함될 수 있는 진단명과 구조물은 17개가 넘습니다. 심지어 이 질병들은 모두 비슷한 증상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특징 없이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 회전근개 건염_Rotator cuff tendinitis
→ 회전근개 퇴행_Rotator cuff degeneration
→ 회전근개 건병증_Rotator cuff tendinopathy
→ 회전근개 파열_Rotator cuff tendon tears
→ 이두근 장두 힘줄염_Biceps brachii long head tendinitis
→ 오목위팔관절 과운동성 및 불안정성_GH joint hypermobility & instability
→ 오목위팔관절 구축_GH joint capsular retractions
→ 인대염좌_Ligament sprain
: 오목위팔인대_Glenohumeral lig.
: 오훼위팔인대_Coracohumeral lig.
: 오훼견봉인대_Coracoacromial lig.
: 쇄골견봉인대_Claviculoacromial lig.
→ 경봉하 점액낭염_Subacromial bursitis
→ 골극_Bone spur
→ 견봉이탈_Acromion slope
실제로 대부분의 진단서를 보면, 2개 이상의 진단명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통보되는 진단명은 여러 문제들이 혼재되어 나타난 결과에 가깝기 때문에 의사, 병원에서 일괄되고 공통된 진단명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당뇨병처럼, 명확한 진단기준이 있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에서는 증상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진단명이 바뀌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회전근개파열, 충돌증후군, 오십견, 석회성건염, 관절와순파열 등 가는 곳마다 다른 진단을 받는 것에 대해 답답함 혹은 으아함이 들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십견의 병리학적 설명은 일반적으로 어깨 관절을 둘러싸는 관절낭이 염증으로 인해 심하게 들러붙어 유착되기 때문에 어깨 가동범위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30도 이상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관절움직임 제한이 있는 경우에 진단되어지는데, 그에 비해 충분히 팔이 많이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오십견이라는 진단명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2022년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오십견 환자 수는 2018년에는 약 76만 명, 2020년에는 약 79만 명, 2022년에는 약 84만 명으로 실제로 오십견 환자 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그에 맞게 진료비도 2018년에 1100억에서 2022년에는 1700억으로 동일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 5천100만 명 인구 중, 80만 명은 1.5%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주변에 오십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확실히 1.5% 인구수는 능히 넘는 것 같습니다.
왜 오십견 진단은 이렇게 많은 걸까?
오십견 원인이 무엇인가?
사실, 事實 : 실제로 있었던 일
진실, 眞實 :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진리, 眞理 :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사실
위에서 설명했듯, 어깨를 구성하고 있는 관절에 염증과 손상으로 들러붙는 유착성 변화로 인해 어깨 움직임 제한이 유발되기 때문에, 오십견은 어떤 과정에 대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 따라서 오십견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됩니다. 쉽게 말해서 일차성 오십견은 어떤 명확한 원이 없이 발생되는 오십견으로, 일반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팔이 극단적으로 올라가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이런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일차성 오십견에 해당됩니다.
이차성 오십견은 반복적인 어깨의 손상과 통증이 반복되면서 발생되기 때문에, 명확한 과정과 원인이 있고,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이 있죠.
일차성 오십견 환자분들은 환복이나, 화장실 용변처리까지 일상생활에 극단적인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가능하거나, 움직임의 제한이 심각하지 않다면 대부분 이차성 오십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볼 것은 ‘일차성 오십견’입니다. 실제로 오십견으로 장시간,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으로 고생하시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바로 이 일차성 오십견 때문입니다.
일차성 오십견의 원인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흥미로운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사증후군_metabolic syndrome’이라는 것이죠.
건강검진 결과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대사증후군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쉽게 말해 비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Tighe(티게)와 Oakley(오클리)의 연구에 따르면, 오십견으로 진단되는 환자의 약 72%가 당뇨병이었음을 지적하기도 했으며, 2014년, Austin(어스틴) 외 연구진은 당뇨병이 있는 경우, 오십견 발병률이 4배나 증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이
어떻게 오십견을 유발할까?
대사증후군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의 진단 이전에 먼저 발생하거나, 공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질환들은 대부분 사이토카인_cytokine이라는 염증 물질 생성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는 신체 내에 이런 염증물질이 많이 분비되면 관절과 인대 등에 콜라겐 변화를 유도하고, 결국 병리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로서는 중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연구자들은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 그 자체가 신체에 많은 염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차성 오십견의 원인은 대사증후군, 즉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과 연관이 있습니다. 만약 어깨부위에 반복적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오십견을 예방 혹은 관리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을 챙겨보시면 어떨까요?
진리, 眞理 :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사실
정형의학의 아버지 제임스 시리악스(James Cyriax, 1904-1985)는 그의 저서 [정형의학]에서 “오십견의 치료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며,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서서히 좋아진다.”라고 말했듯, 대부분의 질병은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것을 통해 서서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하고, 또 그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어떤 ‘도움’을 받아 그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그 기간 동안의 고통의 양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병원을 방문하는 거겠죠.
물리치료사가 하는 업무를 설명하는 가장 명확한 답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악스의 말과 저의 의견을 덧붙여 설명하면, 결국 오십견이던, 디스크던, 어떤 근골격계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면,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직접 대면하거나,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참 애매한 문제지만, 명확한 원인과 해결방법이 제시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 누군가가 명확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믿을만한 정보일까?
가령 “1kg에서 시작해서 3kg 아령으로 시계추 운동을 하세요!” 혹은 “3가지 스트레칭으로 오십견 완전해결!” 이런 말을 병원에서 환자분들과 대면할 때도, 자문을 구하는 그 누구에도 이런 무책임한 말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저출산문제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고 현실적인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나요?
어떤 문제는 대부분 다양한 원인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게다가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십견, 디스크, 자세교정 저는 이 문제들이 저출산과 부동산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지만, 적어도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은 그 과정이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당신이 일차성 오십견에 해당된다면, 대사증후군을 시작으로 최대 2년이라는 치료기간을 세우고, 나의 증상과 염증기간에 따라 적절한 치료스텝을 밣아가면서 디테일한 라이프 스타일을 계획하고, 이것을 이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대의학의 꽃은 문제 해결이 아닌 ‘예방’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은 노화와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