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는 조언들
우울증, 우리에게 알려진 사실들
우울증은 왜 걸리는 걸까? 앞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
- 사회적 낙인에 의한 포기
- 반복된 포기에 의한 무기력함
그렇다면 학자들은 우울증에 원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가 조사해 본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하기 앞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난 정신과 의사가 물론 아니다. 내 말이 정답이라 할 수도 없고, 기존의 전통적인 정보들에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나도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것이 편향적인 정보들만 접하고 있는 낙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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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와 신체는 넓은 관점에서 보면 근육과 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이라는 두 녀석에 의해 조절된다. 호르몬은 내분비기관, 장기에서 분비되는 것이고 신경전달물질은 뉴런, 즉 신경에서 분비된다는 차이는 있지만 복잡하니 이 둘을 우리에게 익숙한 ‘호르몬’이라 칭하겠다.
우울증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대표적인 세 가지 호르몬이 있다.
- 도파민_Dopamin
- 노르아드레날린_Nor-adrenaline(= 노르에피네프린)
- 세로토닌_Serotonin
도파민
일명 ‘동기부여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도파민은 우리에게 쾌락,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파민은 보상과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크게 분비된다는 점이다.(참고자료-1) 그렇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게 만든 쥐들은 음식을 코앞에 놓고도 굶어 죽는다.(참고자료-2)
노르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은 위기의 순간 투쟁과 생존을 준비시키는 '투쟁 호르몬'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성도를 높여주는 호르몬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 등에 오래 노출되어 비정상적으로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분비된다는 것은 작은 솥뚜껑에도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예민한 반응을 장시간, 지속적으로 한다. 그렇게 노르아드레날린 하이가 끝나고 나면 ‘번아웃’, 우울증이 온다는 거다.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치유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또하 해가 뜨면 분비량이 활발해지고 밤이 되면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면과 각성을 통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세로토닌은 우울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조율하고 균형 있게 맞춰주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울증 원인에 대한 대표적인 가설이 바로 ‘세로토닌 가설 이론’이며, 실제로 우울증에 처방되는 약이 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다.(참고자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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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은 동기부여를 추구하고, 노르아드레날린은 전투를 준비하며, 세로토닌은 이 둘을 조정한다. 세로토닌이 이 두 감정을 조절함으로써 우리의 뇌와 신체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균형이 깨져 있는 상태를 ‘정실질환’이라 말한다.
세로토닌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은 1960년대에 처음 제안(참고자료-4)되었으며, 1990년대부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즉, 항우울제를 사용하게 되었다.(참고자료-5, 6, 7)
어떻게 생각하는가? 60년 대면,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3 공화국 시절이다. 무려 60년이나 지난 이론을 현재까지도 대중의 80%가 믿고(참고자료-8, 9)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에게 제공된 정보가 과거에 갇혀 한정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저 이론에 반대되는 가설이나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진리인가?
2023년, 몬크리에프 외 연구진(참고자료-10)은 의심했다. 그렇게 세로토닌과 우울증 사이에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으며,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상호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다. 또한 세로토닌 고갈 이론은 생리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이다.
이 연구는 세로토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노출이 세로토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우울증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세로토닌 이론이 엉터리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라는 책에서 제시하는 도파민을 활발하게 분비시킬 수 있는 비법을 보자.
- 도파민이 팡팡 나오는 목표달성 7단계
1. 명확한 목표를 세운다
2. 목표를 이룬 자신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라
3. 목표를 자주 확인한다
4. 즐겁게 실행한다
5.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에게 상을 준다.
6. 즉시 더 높은 목표를 새롭게 세운다
7. 1-6번을 반복한다.
이게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해당 저자는 더 나아가 세로토닌을 빵빵하게 분비시킬 수 있다면서 햇볕을 쬐면서 리듬 운동하기, 아침식사 + 20번 이상 꼭꼭 씹어 먹기, 아침 샤워 등을 추천했다.
이딴 책을 돈 받고 팔고, 내가 사고 있으며, 이런 해결책을 믿고 우울증 환자들이 실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구역질이 난다.
실제로 아니, 적어도 내 아내는 약의 강도를 올려도 잠을 자지 못했고 나아지는 것은 쥐똥만큼도 없었다.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산책을 하면 공항이 발생해 무서워했으며, 체력이 떨어져 더위를 먹고 며칠을 누워 있었다.
그들은 모른다. 우울증을. 걸려 본 적이 없으니 겨우 저런 조언이나 하고 돈을 벌고 있는 거다. 이러니 우울증에 대한 치료받고 있는 비율이 39%(참고자료-1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간다. 누가 저딴 조언을 듣고 치료를 받고 싶을까.
우울증 환자들을 현혹하는 책임 없는 정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타민 D가 결핍되면 우울증이 오니 비타민을 먹고 산책을 하라고? 여러 연구자료들을 보면(참고자료-12, 13, 14, 15) 비타민 D가 결핍이 돼서 우울증이 오는 게 아니고, 우울증이 발생했기 때문에 생활양식에 영향으로 비타민 D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힘든 사람들에게, 남들의 간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란 말이다. 그들은 겪어보지 않으니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램키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회피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니다.”라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아내도 개인의 슬픔과 사정이 있다. 문제는 그 고통과 마주하는 것이 너무 무서웠던 거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정신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참고자료-16)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정상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으며
성취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잘 살고 있는 상태
[참고자료]
1.
Bryon Adinoff, “Neurobiology Processes in Drug Reward and Addiction,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12, no. 6 (2004): 305-30, https://doi.org/10.1080/10673220490910844.
2.
Qun Yong Zhou and Richard D. Palmiter, “Dopamine-Deficient Mice Are Severely Hypoactive, Adipsic, and Aphagic,” Cell 83, no. 7 (1995): 1197-1209, https://doi/org/10.1016/0092-8674(95)90145-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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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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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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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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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li Lilly. Prozac - How it works. 2006. www.prozac.com/how_prozac/ how_it_works.jsp?reqNavId=2.2. (site no longer available). Last accessed 10th Feb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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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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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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