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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Aug 16. 2024

우울증, 인간실격

당신은 미달한 인간이 아닌가요?

인간 기준에 지친 사람들

대학, 직장, 연봉 등, 우리는 ‘정통적 가치’가 제시하는 평가대 위에 서있다. 그렇게 기준에 들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지원자가 많으니 더 엄격 해졌다. 혈액형 별로 인간 유형을 나누더니 이제는 MBTI라는 설문지까지 풀어 인간 유형을 나눴으며 외모, 패션, 가정환경 등 다양한 기준이 추가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 엄격한 이 기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하지만 SNS 속에는 기준에 들어가 있는 인간이 판을 친다. 나만 불행하고, 모두 행복해 보인다.
 
‘번아웃’, ‘저출산’, ‘포기’, ‘우울증’_무엇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1996년, 필립 리프(Philip Rieff)의 저서, [치료상의 승리 : 프로이트 이후의 신앙 활용(The Triumph of the Therapeutic : Use of Faith After Freud)]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교인은 구원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심리학은 인간을 기뻐하기 위해 태어난다.”

 


이처럼 자기계발과 동기부여에서 제시하는 허무맹랑한 뇌과학과 심리학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무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건설적인 진통제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간’의 기준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도 했으니, 너희도 할 수 있다 말한다.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들이 제시한 대로만 하면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극소수의 경험이 곧 정답이 되어, 성공한 인간이 되지 못한 기준 미달의 인간에게 노력을 운운하며 비판한다. 노력한 사람의 실패와 상실감에는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며 조롱한다.


이것이 지옥도가 아니먼 무엇일까. 대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정신질환을 하나는 가지고 있다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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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3% 시청률을 기록했던 스카이 캐슬의 OST_'We all lie'의 가사는 현실을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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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ll lie (우린 모두 거짓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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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ut It out.! What you want for the would

(외쳐봐! 네가 세상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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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Honer, Beauty? (돈, 명예,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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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with a mask to hide the truth

(진실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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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heat each other. Right?

(사람들은 서로 속이잖아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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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ll lie (우린 모두 거짓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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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그 병리학이나 생리학에 대해서는 이해할지라도, 공감하고 있지 못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의 힘든 상황을 이해해, 하지만 공감되지는 않아. 너와 나의 삶에 경험과 가치관은 너무 달라.”

가족조차도 힘든데, 완전한 타인이 가능할 리 없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욕을 하면서도 책을 읽어야 했다. 어떻게든 정보를 얻고,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우울증을 이해하고 아내를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이 있다.

소설 '인간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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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자기혐오(自己嫌惡, self-hatred)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
- 자기 연민_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인간 실격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자면 자기혐오자기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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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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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작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끝으로 다섯 번의 시도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 '오바 요조'는 모두가 거짓말을 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이 사회가 아니, 인간이 무서웠다. 모순과 역설이 가득한 이 세상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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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인간은 이기적이다. 예수의 십자가 보다, 내 손에 박혀있는 손가시가 더 아픈 법이니 말이다. 언제나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운 내로남불이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다.


그런 지옥도 같은 인간 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서글픈 익살’이었다. 그렇다. 그는 서글픈 익살을 연기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짧았던 그의 행복한 순간은 그런 사람들을 믿고, 인간 사회에 속해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는 배신당했다. 그는 삶의 끝에서 신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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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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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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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설 속 오바 요조는 패배주의와 허무주의에 끝을 달리는 인물이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빰다구라도 후려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삶의 과정, 그 마지막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있다.

'자신만의 삶에 이유'를 찾지 못한 자에 결말.

사회에서 제시하는 인간이 되기 위한 엄격한 기준? 그딴 거 신경 쓰지 말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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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고작 글씨로 채워져 있는 종이 뭉치에 푹 빠져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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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차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에 수십억 명이 열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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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유치한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고 심지어 장난감까지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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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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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TV 앞에 모여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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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이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총합을 우리는 삶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떳떳하게 원하는 곳에 애정을 쏟으세요. 그것이 삶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으니까요.

- 영화, 부기영화 中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아니, 찾아야만 한다. 나만의 이유가 없다면 사회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런 나를 성공하지 못한 패배주의라 욕해도 좋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아니, 아내를 살릴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아내와 나는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거창할 필요 없이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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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에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먹는다. 최근에는 인도음식을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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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 우리 부부는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음식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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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코인노래방을 가거나 새벽에 산책을 시작했다.
미뤄놨던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함께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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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노력하고 있다.
내 삶의 이유는 곧,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다.
가능하면 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그래서 돈을 벌고 싶다.)

당신이 이 지옥도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면 버텨야 하는 이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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