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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Aug 12. 2024

내 아내는 우울증이다.

사회적 낙인이 우울증을 만든다.

사회적 낙인

군중심리_群衆心理, crowd mind
집단으로 모였을 때, 각 개인의 일상적인 사고 범위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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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느 때보다 쉽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직접 경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부족한 아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괴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검색'을 먼저 한다. 그 정보를 찾아보고 난 후에 경험할 것인지, 옳고 그른지를 결정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현실에서 부딪혀 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긁어 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그 정보의 신뢰도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대부분의 작가들의 목표는 출판일 것이다.(물로 나도 그렇다.) 검색해보자. '브런치 작가 출판'이라고, 그러면 다양한 조언들이 쏟아진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남이 읽고 싶은 글을 쓰라'라고 말이다.

훔.. 남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별다를 것 없지 않은가. '너는 아무 잘 못 없다. 넌 너대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세상이 잘못되었다.' 결국 이거 아닌가? 새로운 생각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 트래픽을 유도하려는 그 행태가 나는 싫다.


감정에 편향되면 당장의 진통제는 되겠지만, 나아갈 수 없다.또한 트래픽에만 집중하면 정보는 편향되고 자극적으로 변질된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본다고 하니, 그래서 내가 인기가 없나 보다.

글이 길어지면 읽지 않는다. 아니, 읽기가 싫어 영상을 본다. 영상도 길면 집중되지 않는다고 하니 최대한 압축시켜 쇼츠로 본다.


이런 짧은 글, 짧은 영상, 자극적인 문구를 쓰라고 권하는 사람들은 '연필 끝을 뾰족하게 만들라'는 감성 한 수 푼을 더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없으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 ‘쉽게 이해시킬 수 없으면 능력이 없는 거다.’
- ‘어렵게 쓰면 누가 보고 이해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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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주장에 나는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이 세 가지에 충족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글이 어떤 가치가 있냐는 거다. 예를 들어 보자. ‘비만’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나열해 보자. 과감 없이 말이다.
- 게으름과 나태함, 그리고 의지력 부족


물론 자기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일은 단편적으로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다. 심지어 건강에도 유익하다. 다시 말해서 운동을 하는 것은 건강과 정신,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 혹은 비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낙인’을 찍어 버린다는 점이 나는 무섭다. 그럼 이 반대편에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2021년, 스포츠 사이언스 저널에 올라온 연구 자료에 의하면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은 하루의 약 1/3을 앉아서 보내고 있고, 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의 압박으로 앉아 있으며, 50년 전에 비해 하루 약 600kcal를 덜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왜? 학업에 집중해야 하니까. (참고-1)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흥미롭다. 해당 연구에서는 아이들에게 수학문제를 풀게 했다. 그리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수록 아이들의 자세는 더 구부정해졌고, 자세를 지지하는 ‘코어 근육’은 이완되었다. (참고-2)

 
다시 말해, 구부정한 자세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우리가 집중력 있게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말이다.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바른 자세를 취하라 강요하고, 운동을 성역화시켜, 그 반대에 있는 사람을 사회적 낙인을 찍어 공격한다.

저출산은 사회적 분위기라 옹호하면서, 좌식생활이 기본이 되어버린 환경을 보고 사람들을 비판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결국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등록으로 연결시키는 자본주의 건강 개념일 뿐이며, 사회에서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개인에게 전과할 뿐이다.

당신이 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 분투하고 있었다면?


몸이 더 멋진 당신 보다 몸이 좀 뚱뚱한 저 사람이 사회적 성공을 더 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어떤 분야에 분배해서 사용할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맡겨야 하는 일이다. 운동을 안하고, 살이 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낙인찍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권위의 힘 앞에 나약한 우리들에게 네이쳐지에 의사들이 ‘비만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멈춰 달라는 국제 공동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적당이 들 좀 하라는 소리다. (참고-3)
 
해당 기사에 따르면 비만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현대적인 생활양식으로 인한 질병으로서 바라보아야 할 시점인데, 개인의 나태함, 식탐이 많고 의지력을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을 넘어 오히려 비만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었다.
 
당신과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생각의 변화로 주변을 바꿀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 주위에는, 우리 주위 사람들만큼은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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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상대적 박탈감

낙인, 烙印_ 다소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판정이나 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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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회적 낙인에 대해, 특히 비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내 아내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우울증은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붙는 병명이 아니다.

극단적인 정신적 탈진, 그리고 무기력함이 우울증의 핵심이다. 나는 포기와 무기력함에 사람들이 빠지는 이유를 ‘상대적 박탈감’으로 꼽는다.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 자기 연민은 편을 가르고, 혐오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더욱 극단을 향하고, 어떤 이들은 포기를 한다. 그렇게 하나, 둘 씩 포기하면 무기력해진다.
 
우울증은 전 세계 인구의 8%가 고통받고(참고-4) 있을 정도로 우리들에게 흔한 질병이다. 2020년 발표한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에 대한 논문을 보면(참고-5), 2017년 우울증은 허리통증과 두통에 이어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세 번째 주요 원인일 정도이니 말이다.

여러분은 우울증의 끝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람이 포기를 통해 무기력해지면, 그리고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삶’도 포기한다.

어느 날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문득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고나면 너무 무섭다.


내 아내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 10대부터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 세계적으로 놀림받는다.
 

무엇이 내 아내를, 우리 청춘을, 누군가의 가족이 삶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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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상위 1%가 정상이자 기준이 되어 너는 실패자라며 박탈감을, 억울함을 느끼게 만드는 수많은 낙인이 있다. 너와 내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낙인들’ 이 낙인은 타인뿐 아니아 나 자신 조차도 죄인으로 만들고, 결국 포기하게 만든다.


이 낙인들은 '최소한' 혹은 '적어도'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 인서울 4년제
- 연봉 4.000만 원 이상
- 30대엔 내 집마련
- 1년에 해외여행 1번 이상
 
적어도’라는 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도-’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이 말을 마음에 드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할 때 사용하느냐 말이다. 적어도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다고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균 소득은 얼마나 될까? 2020년 기준, 월 320만 원 정도가 나온다. 하지만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중위소득은 262만 원, 실질소득은 약 258만 원이다.
 
중위소득 월 실수령 258만 원. 슬프지만 월 250만 원을 받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각자 나름의 호흡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간다. 물론 누군가의 삶은 나보다 빛날 순 있다. 하지만 나보다 빛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비참한건 아니지 않은가.


사회가, 현실이 제시하는 최소한이라는 허들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한,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 분위기가 나는 경멸스럽다.


'펄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고, '자기 PR의 시대'라는 말이 경쟁이 되면서 나를 '상품화'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과장하고, 화려함을 돋보이는 것은 당연시되었다.


여기서 발생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내 아내를 병들게 했다. 대표적으로 일은 조금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싶어하고, 워라벨을 외치면서 자기 개발은 등한시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멋진 결과는 질투하며, 과정은 알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비판을 넘어 비난, 혐오를 한다. 그렇게 양극단으로 가는거다.


나는 탐욕적인 삶이 좋다. 돈을 벌고, 성공해서 사치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를 위해 아내와 결혼할 때도 가평 펜션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아내와 처음 만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해외여행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내 이상을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적어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퇴근을 해도 일을 해야 했다. 능력이 없기에 시간을 갈아 넣어 발전시켜야 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야 겨우 그 적어도 기준에 티켓 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이상과 현실을 동일시 하는 태도 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면 그런 현실들을 보내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 나의 삶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이가 좋고, 사람이 좋고, 삶의 여유와 유머 그리고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허들이 아내를 넘어뜨렸다.

넘어진 아내에게 적어도의 기준이 와서 낙인을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내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박탈감을 만들었다.

그 박탈감은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포기하려 했다.

관계의 포기를 선언하니, 삶의 포기로 이어가려 했다.
 
나는 그 뒤로 사회적 낙인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참고자료
1.
COLIN BOREHAM and CHRIS RIDDOCH. (2021), The physical activity, fitness and health of children., Journal of Sports Sciences, 2001, 19, 915-929.
 
2.
This article was originally published with the title "The Problem with Perfect Posture" in SA Mind 27, 2, 15 (March 2016) doi:10.1038/scientificamericanmind0316-15b
 
3.
Rubino F, Puhl RM, Cummings DE, Eckel RH, Ryan DH, Mechanick JI, Nadglowski J, Ramos Salas X, Schauer PR, Twenefour D, Apovian CM, Aronne LJ, Batterham RL, Berthoud HR, Boza C, Busetto L, Dicker D, De Groot M, Eisenberg D, Flint SW, Huang TT, Kaplan LM, Kirwan JP, Korner J, Kyle TK, Laferrère B, le Roux CW, McIver L, Mingrone G, Nece P, Reid TJ, Rogers AM, Rosenbaum M, Seeley RJ, Torres AJ, Dixon JB. Joint international consensus statement for ending stigma of obesity. Nat Med. 2020 Apr;26(4):485-497. doi: 10.1038/s41591-020-0803-x. Epub 2020 Mar 4. PMID: 32127716; PMCID: PMC7154011.
 
4.
GBD 2017 Disease and Injury Incidence and Prevalence Collaborators, Global, regional, and national incidence, prevalence, and years lived with disability for 354 diseases and injuries for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Lancet 392, 1789–1858 (2018). doi: 10.1016/ S0140-6736(18)32279-7; pmid: 30496104.
 
5.
Kim GE, Jo MW, Shin YW. Increased prevalence of depression in South Korea from 2002 to 2013. Sci Rep. 2020 Oct 12;10(1):16979. doi: 10.1038/s41598-020-74119-4. PMID: 33046758; PMCID: PMC7550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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