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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Aug 26. 2024

눈먼 자들의 도시에 별은 없다.

별이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하늘을 보지 않는 것일까.

눈먼 자들의 도시

만약 당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멀어버린 도시에 서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세상과 마주하게 될 될까?

1995년, 출간된 주제 사라마구(José de Sousa Saramago)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 도시를 그리고 있다.

 
사람의 눈을 실명시키는 유래 없는 팬데믹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눈먼 자들은 서로를 볼 수 없음에 아니, 나 자신조차도 볼 수 없음에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눈이 멀었기에 생기는 불신과 불안, 생존을 위한 이기심은 모든 질서와 규율을 무너뜨렸다.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은 주인공의 눈앞에 이전에 화려한 도시는 없었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불신 속에서 눈먼 자들은 한 없이 추악했다.
 
오물과 시체가 가득한 도시에서 눈먼 자들은 굶주림과 생존 앞에서 약탈, 폭력, 강간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눈먼 자들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기에 부끄럽지 않았다. 생존 앞에 도덕, 윤리는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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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멀었기에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눈앞에 놓은 모습을 담아간다. 모습을 담아가며, 주인공 일행은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작품에 끝에 다다르면 눈먼 자들은 시력이 서서히 되돌아오며 끝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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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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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주인공의 말을 빌려 사라마구는 우리에게 말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다르지 않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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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발전을 통해 지금에 왔다. 그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뒤처진 자들에게 손을 내밀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뒤처진 자를 패배자라 낙인찍고 승자는 패자를, 패자는 패자를 비난하며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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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끝없이 달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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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에 시력을 잃었다. 그렇게 우리는 볼 수 있음에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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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짐이 되어 버린 꿈은 버려둔 지 오래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뒤돌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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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뜀박질에 한계가 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삶의 회의감에 잠시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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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아니 뛰어온 삶의 발자국은 이미 다른 이들의 발자국과 섞여 있었다. 내가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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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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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네온사인이 밝아지는 만큼 밤하늘 별들이 사라지듯, 활기차고 바쁜 도시 속 우리들의 눈빛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이 현실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렇게 눈이 멀었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에 속해야 한다.

직장인 열 명 중 아홉 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탈진된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2019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질병분류 코드로 등록할지 논의되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간 그 무언가를 위해 무작정 노력하고, 경쟁하며 살아왔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뒤처졌고, 누군가는 앞서갔다. 이 무한에 경주에서 내 아내는 뒤처지고, 넘어지고, 상처 입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최근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6%, 약 577만 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나라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해 보았으며, 3.3%가 자살을 계획해 본 적이 있고, 3.2%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성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이 2012년에 발행한 [청소년 정신 건강 싱태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43.2%로 나타났고,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응답자 중 37.5%로 나타났으며, 자살을 계획한 청소년 비율이 19.5%, 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3.6%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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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쳤다. 아니, 너무 힘들다. 내 아내와 청년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적어도 인생의 선배, 아이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로서 그들을 '현실'을 운운하며 경기장에 떠미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앞서 염세주의자로서 우울증과 대면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했듯, 나는 사회적 낙인과 자아와 현실의 괴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삶을 살 것을 권고했다. 나는 이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내 아내와 미래에 태어날 나의 아이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유튜버. Mark Manson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뒤, 영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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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약세에서 봐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도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 기적의 국가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살아가기 고통스럽고 힘든 나라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방문했다. 슬프게도 한국은 엄청난 변화 속에서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판단력만 유지하면서 가장 좋은 부분은 버려둔 것 같다. ‘가족 및 사회와의 친밀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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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마주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내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렇게 타인의 평가는 인간을 서열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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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데미안’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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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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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 방황 사이에 계속해서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방황하는 한 소년을 향해 데미안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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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우리를 망가뜨리는 거야. 두려움이란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준 데서 비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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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람들은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에 겁을 먹고 서로 뭉쳐 거짓 연대를 이루고 있어. 그러면서 새로운 이상을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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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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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싱클레어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점차 확장시켜 나간다. 그렇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알을 깨고,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데미안은 우리에게 말한다. 인생이란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세계라는 거대한 알을 깨야만 한다고. 고민하고 의심하며 투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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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알을 깨 주면 프라이가 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이겨낸 자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알을 깨부수고, 세상의 가치 평가의 기준을 던져버리기 위해서는 다음의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나는 누구인가?

-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가?

-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물론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말 솔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답해야 할 문제다. 이 추상적인 문제를 통틀어 '자아'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두 세계가 존재한다. 규범과 규율이라는 밝은 세계와 쾌락, 유흥이라는 어두운 세계부터 선과 악, 옳고 그름, 혹은 승자와 패자. 그리고 내면세계와 타자 세계. (여기서 내면세계는 곧, 자아를, 타자의 세계는 타인의 평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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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융은 말한다._“자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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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란,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렌즈다.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다. 타자의 창, 사회가 정해놓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눈먼 자가 되어 살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리학에서 그토록 ‘자아실현’을 부르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괴리가 커질 때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진정 나 자신으로 찾았다면, 그 모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감으로 인해 타자의 시선과 같아질 때. 우리는 하나의 알을 깨뜨렸다 할 수 있다.
 
물론 자아란, 계속해서 변화한다. 마주하는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당연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마주하는 상황에 따라 우리의 자아는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시로, 때때로, 종종 나와의 대면을 통해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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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냐고.
무엇을 하고 싶냐고.
당신이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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