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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Talking 11 : 느티나무

by 청사 Aug 17. 2024

왜 발길이 여기에 있는지를 물었다. 

약 스무 살 정도쯤 되어 보이는

젊은 느티나무 아래에 있다. 

무엇인가에 끌려 온 것 같지만   

왜 여기에 오는지, 언제까지 올지도 잘 모른다.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엔 고향이 있다.     

어린 시절 나이 든 느티나무와 놀면서도    

손으로도,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안아 준 적이 없었다.

숨바꼭질을 하며 속여먹었고   

비나 눈이 올 때면 한없이 기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들판에 나가면    

밀물처럼 닥쳐오는 그리움에 맵다 달려가   

유일하게 솔직한 짝사랑을 했었다. 

세월의 흐름을 나이테로 배불려     

익은 이나 나그네나 드나드는데 묵언이면 족했다.    

때때로 솔바람 타고 오는 고향인의 발길은 갈라진 껍질로      

사연마다 토해낸 기다림은 굵은 몸뚱이가 됐다.  

계절을 핑계로 벗어지는 옷들은                               

만년 안녕을 바라는 부엉이 여인의 허름한 축하연이었다.                

샛눈으로 역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고향의 느티나무엔 누가 있었는지를

매일 옆에 있는 님이 되어도  

항상 불어나는 사랑이 되어도  

가끔 얼굴을 보며 손을 잡고 싶은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없어 빚을 진이라고      

오늘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손을 잡고 

다시 그 젊은 느티나무 아래에 있다.

왜 발길이 여기에 멈췄는지 물었다.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숙녀가 된 아이에게 젊은 느티나무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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