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년을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매년 휴가를 계획하며 적지 않은 고민이 되곤 합니다. 코로나 시국을 건너뛰었으니 특별히 올해는 더욱 그러합니다.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기본적인 전제가 해결되어야 어디로 갈 것인지가 대략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무 데나 가면 되지! 뭐 그리 고민이야? 하시겠지만 몸이 고달파야 한다거나 운동능력이 필요한 과정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몇 시간이 걸려야 하는 산을 오른다든지, 파도를 거스르는 과정이 있다든지, 하루에 몇 km 이상을 걸어야 목적지가 나오는 일련의 과정은 일단 큰 결심이 필요할 뿐 아니라, 아내와 함께하는 휴가에는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몸 쓰는 것, 즉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상당히 어이없어할지 모를 일입니다만 제 마음으로도 그들의 삶이 그다지 부럽지도 않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반면 휴가 내내 글도 쓰고 책도 원 없이 읽었다는 분, 평소 못 보던 연극을 보러 다녔다,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는 분들을 보면 제가 다 뿌듯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껏 움직여봤자 유적지나 관광명소이며, 바다를 가도 해수욕이나 서핑이 목적이 아니라 부서지는 파도며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평선, 지는 석양의 오묘한 색과 물든 바다색 등등이 나에게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애써 얻은 휴가라 할지라도 그렇게 정적인 내용만으로도 며칠을 보낼 수 있습니다.
올해의 휴가를 결정하며 가장 먼저 마음에 둔 건 일단 해외로 다녀오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은 보라카이이며 이왕 결심한 거,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도 하고 양념으로 activity 하나 두 개 정도는 맛깔나게 넣어두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원하는 바를 거의 모든 걸 이루었습니다. 내가 보던 주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듯한 색감(色感), 친절한 스태프 등등은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습니다. 굳이 서두에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고 언급한 이유가 이어서 나옵니다. 저나 아내에게 간단한 activity조차도 살짝은 버거웠던 걸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 좋았다는 말로 총평을 대신합니다.
이제 내년의 휴가를 다시 생각합니다. 이렇게 휴가라는 어감 하나로 다가올 일 년이 활기차면 좋겠습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체력을 길러서 거리낌 없는 휴가를 맞으면 좋겠다! 결심하는 올해입니다. 여러분의 휴가는 어떠하셨습니까? 아직 안 가셨다면 어떻게 맞을 예정입니까? 그 답이 어떻든 간에 부디 맛난 여행이었기를 바랍니다. 그로 인해 남은 삶이 맛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