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이 아니라 인품이지요.
늘 하던 생각 중의 하나입니다만 우리가 사는 현대에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신사임당 등등 소위 위인이나 명사들의 사진을 보며 그것이 진영(眞影)이라고 여기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몇몇 분의 초상화는 서로 다른 분이지만 아예 비슷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기야 왕의 존영마저 남아 있는 분이 세 분인가 네 분밖에 없다고 하니 세종대왕 같은 경우도 그저 추정하고 예상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이순신 장군이며 신사임당 같은 분들의 영정을 굳이 만들어 가며 섬기는 이유를 대충 짐작은 합니다만 따지고 보면 현실성은 참 없습니다. 어차피 스케치한 이미지조차 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하고 덧붙여가는 과정을 거쳐야 할 테지만 기왕이면 시대적 배경이나 여타 상황을 고려해서 그렸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은 늘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이순신 장군으로 추정하는 그림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 그림은 수염도 짙고 부리부리한 눈에, 한눈에 보아도 장수의 이미지가 그대로 보였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관념 속에 있는 이미지로 그릴 거라면, 차라리 그런 모습이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은 오래전의 일입니다. 광화문 앞의 이순신 장군 동상도 그렇습니다. 오른손으로 잡고 계신 검(劍)을 두고 말이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동상의 표현대로라면 왼팔로 검을 뽑아 썼단 말이야? 뭐 그런 내용입니다.
생각해 보면 진영(眞影)이 왜 없느냐? 하필 오른팔이 웬 말이냐? 굳이 논쟁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없는 이유나 형편을 모르는 바도 아니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위인 중에 유독 그분들만 선택된 정치적 배경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는 율곡 선생도 그러하고 퇴계 선생도 그러합니다.
그럴 근거는 거의 없지만 수천 년이 흘러 혹시라도 나의 이름이 후대에 오르내리기라도 하여 이런 논쟁거리의 대상이라면 굳이 입신양명의 이유는 없는 게 나을 거란 쓸데없는 상상을 해 봅니다. 내 모습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인상이냐, 잘 생겼냐 못생겼냐? 가 논쟁의 포인트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 그렇게 살아야 함을 자각하는 순간, 사는 게 참 어렵구나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