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가 삶이 된 순간

수(數)의 흐름

by 조원준 바람소리


모든 스포츠가 숫자로 승부가 가려지고 나타나듯이 테니스 또한 경기 결과나 랭킹이 숫자로 나타나고 정리된다.




테니스 게임 스코어는 경기 시작과 함께 첫 포인트가 나면서 스코어 러브(0)에서 시작하여 피프틴(15), 서티(30), 포티(40), 포티올 듀스까지 순차적으로 간 다음 이어지는 승부로 한 게임이 결정된다.


동호인 테니스 경기에서 양 팀 전력이 타이트하면 시소게임 끝에 게임 스코어 6-4로 승부가 나거나 5-5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기도 한다. 전력이 확연하게 차이 나면 약체 팀에서 스코어 6-3은 그런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6-2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베이글 스코어 6-0으로 끝나면 육빵이라는 비속어를 쓰기도 한다.

경기를 재미있고 즐겁게 마치려면 양 팀의 전력이 엇비슷해야 한다. 고수 넷이 매치된 경기를 관전하면 마치 내가 코트에 있는 듯이 박진감이 넘치고 중 하수의 입장에서 보면 각 샷의 스트로크에서 시작하여 코트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동작들과 파트너십, 전략 전술이 가미되는 경기 운영 방식도 배울 만하다.


보통 클럽에서는 처음부터 고수끼리 경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약속하여 오지 않은 이상 게임 매치가 드물다.(그럴 경우 등급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므로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은 한 지양해야 한다.) 그러므로 즐거운 경기는 고수 하수를 떠나서 양 팀 전력 차이 없이 팀을 구성하면 된다.


예외적인 경우는 양 팀 전력에 상관없이 대외적인 시합에 출전하는 페어 조를 상대로 팀워크를 맞춰주거나 연습시킬 때다. 우리 클럽에서는 가끔 하급자 둘을 페어로 하여 상급자가 상대해 주면서 게임 레슨으로 기량을 연마시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실력차가 크므로 보통 스코어는 6-0으로 크게 차이가 나거나 하급자가 한 두 게임 겨우 따는 것이 보통이다.




‘수(數)의 흐름’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수(數)의 흐름이란 경기 결과로 나타나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결과보다는 그 숫자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하고 싶다. 초보자들은 결과만 생각하면서 그 흐름을 못 느낄 수가 있어서 용기를 북돋아주는 차원에서 글을 써간다.


클럽 내 마음이 후덕한 중상위 수준의 회원들은 테니스 입문 1~2년 차 하수들의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게임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상수로서 한 경기 덕을 베푼 셈이 된 것이다. 게임 결과 하수 팀은 거의 0이거나 1~2게임만 얻고 끝이 난다. 6게임 동안에도 매 게임 40-0, 40-15로 이어지다가 6-0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경기 시간도 20분 내외로 싱겁게 끝이 난다.


이후 하수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비슷한 경기를 하게 된다. 스코어는 전과 달라진 것 없다. 한 게임도 못 얻거나 1~2게임이 전부다. 중요한 것은 스코어로만 볼 때는 그렇지만 잃은 게임에서 전과는 내용이 달라졌다. 이제는 러브 게임보다 30-40나 노에드에서 포인트를 잃은 경우가 조금씩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발짝 진전된 모습으로써 그동안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겉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에서 수(數)의 흐름에 변화가 온 것이다.




테니스는 노력한 것에 비해 기량 향상 속도가 정말 더디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회의감이 찾아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에 슬럼프와 부상까지 겹치면 머리에는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생각으로 꽉 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數)의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가 상승하는 흐름으로 작용할 때 그동안의 노력에 보람을 느끼게 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기면 당연한 것이고 만약 지면(?) 체면을 구김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해주는 상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해야 하고 후일 상수의 자리에 오르면 나 역시 하수들을 위한 봉사와 배려의 마음 갖춰야 할 것이다.


수(數)는 수(水)와 같다.

테니스를 멈추지 않는 이상 그 흐름은 계속될 것이고 지류가 본류로 가세하여 저 바다를 향해 도도하게 흘러갈 것이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