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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가 삶이 된 순간

테니스 생활 35년을 돌아보면서...(전편)

by 조원준 바람소리


오늘은 매주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두 달 전에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인대 봉합수술을 했는데 회복은 더디지만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으니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올해로 지공(지하철 공짜) 선생이 되어 전철을 이용하여 쑥스러움을 외면한 채로 경로석에 앉아서 인천에 있는 병원까지 다녔다. 열대야로 설친 잠 때문인지 일정하게 리듬을 타는 전철의 수면의 법칙인지 몰라도 피곤한 눈을 지그시 감으니 가벼운 졸음과 함께 오래전에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생겼던 일들이 잔잔하게 떠오른다.


회상(回想)은 내 몸 상태가 이지경까지 되다 보니 반성과 후회를 곁들여서 돌이켜 보게 되었고 그 계기는 젊은 날과 달리 몸의 노화로 인해 체력이나 동작의 한계를 느낀 현재가 비교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지나온 테니스 여정이 다음다음 전철역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1990년에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으니 올해로 35년 차가 돼가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니 적잖은 세월이 흘러갔다.


영원히 팔팔할 것 같은 몸이라고 여겼지만

그 몸은 오십 대 초반부터 여기저기에 이상 현상이 찾아왔다. 이럴 때는 잠시 쉬면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데 방치하거나 안이한 방식의 치료로 통증이 일시 사라지면 또다시 코트로 나가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서 몸을 혹사시켰다.


이렇게 혹사(?) 시켰으니 어디 몸이 무쇠라 해도 견뎌내겠는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면 동작의 민첩성이 둔해지고, 파워도 떨어지면서 스트로크를 원하는 대로 보낼 수가 없기 때문에 평소 전력이 반감되면서 주도권에서 밀리는 게임을 하게 되니 흥미 또한 떨어진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후회를 한다는 것이고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무리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임에도 이를 무시했으니 마땅히 받아야 할 형벌(刑罰)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최초 테니스를 배울 때의 목표가 뭐였고, 추구하는 바를 과연 이루었을까?


친구를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들린 테니스장에는 가운데 코트에서 운동신경이 둔한 친구가 뒤뚱거리면서 볼을 쫓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쟤보다는 잘하겠다’라는 근자감과 벽면에 A라고 써진 코트에서 테니스의 진수를 한껏 발휘하는 고수들의 게임에서 느꼈던 감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저거다’

그동안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노름에 잡기로 시간을 허비했었는데 테니스야 말로 마치 어떤 神이 나의 손을 잡고 이곳으로 이끌어 정진하라는 운동 같았다. 지금은 어느 분께서 나를 교주(敎主)로 부르는 테니스교의 입문이다.


당시에 무슨 근거로 금방이라도 고수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까... 겉보기에 쉬워서? 아니면 운동신경이 둔한 친구가 하는 것을 보면서 테니스를 얕잡아 본 것은

아니었을까? 의욕을 앞세워 레슨을 시작했지만 테니스는 알아갈수록 할수록 어려운 운동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걸음마 단계에서부터 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구력은 짧았어도 시간으로 따진다면 악천후 빼고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으니 보통 사람들의 세 배 정도의 시간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도 터득하면서 실력도 일취월장하여 선배들을 추월할 때마다 성취감에 더욱 매진하여 완도군 테니스협회에서 주최하는 시합에서도 A조에서 바이스로 뛰어 우승까지 하는 성적을 내기도 하였다.


5년 후 도시로 이사와 클럽생활을 하면서 시골과는 다른 스타일(서브 앤 발리)의 테니스를 접하고 거기에 따른 노력과 함께 테니스의 지평을 넓혀갔다. 남들은 이 정도의 정성과 구력이면 동호인 전국대회 우승은 몰라도 입상까지는 했을 텐데 나에게 남은 것은 관내대회로 서울 관악구 금배가 최고봉이고 온몸에 다친 흔적과 진행 중인 부상 훈장이 주렁주렁 열린 이력뿐이다.


입문 후 2년 차에 단식경기 중에 네트 앞에 짧게 떨어지는 드롭숏 볼을 쫓다가 미끄러지면서 포스트에 머리를 찧었는데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진 이명현상이 제일 큰 부상이었고 하수 시절 게임 중에 어느 고수의 톱스핀 서브를 받다가 바깥으로 빠져나간 볼 헛스윙에 오른쪽 눈썹이 터지고 때가 되면 8~9년 주기로 찾아온 팔꿈치 엘보부상은 회복 기간이 길면서 고통스러운 주기적인 행사가 되었다.


부상 이력으로 남들이 봤을 때는 이 운동이 진정 테니스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나마 몸이 젊어서 회복이 빨라 표가 덜 날 뿐이지 격투기 선수도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몸 곳곳의 부상으로 공식적인 병명에도 없는 일명 테니스 환자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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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