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생활 35년을 돌아보면서...(후편)
어깨 수술 후 두 달하고 9일이 경과한 후 수술이 잘 되었다는 기분 좋은 진료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받으니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운동을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통증이 사라지니 살 것만 같고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재활을 잘해서 회복이 되더라도 무리하지 말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공짜로 타는 전철을 탔다. 경로석에는 어쩐지 어색하여 일반석에 앉아서 다시 지나온 테니스 여정을 이어가 본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시골 생활을 하다가 대도시로 진출하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클럽 코트로 나선다. 시골에서 선출을 사부(師夫)로 모신 덕분에 기본기는 나름대로 탄탄하여 5년의 구력이지만 클럽 내 상급자들과 어울릴 만한 수준은 되었다.
새천년이 도래하여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온라인에서 테니스 모임도 활기를 찾게 되어 인터넷 카페 모임의 양대 산맥인 ‘테니스 산책’과 ‘테니스매니아의 세상’에서의 활동은 테니스의 신세계를 접한 듯 나의 테니스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고 여기에서 만난 수많은 동호인들과의 교류는 소중한 테니스 인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테니스를 하려면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 엘리트 선수들과는 달리 동호인 테니스는 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양하다. 첫째로 동호인이라면 대다수가 열망하는 남녀 전국대회에서의 우승, 그 후 마지막 도전으로 우승자들이 겨루는 남자 오픈부의 왕중왕 戰과 여자 국화부 대회는 고수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취미생활로 선택한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 건강을 위한 등등이 있지만 나의 경우는 다음의 후자에 속한다.
시골에서 운동할 때는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첩첩이 있어 고수가 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을 꿀 수도 없었고 대외적인 시합 또한 흔치 않았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클럽에 출중한 실력자들이 별로 없어서 상수 대접을 받으면서 구청장배 대회 때는 의무감으로 단체전을 나가기도 했는데 성적은 늘 신통찮았다.
카페의 활동으로 인적교류도 활발해져 서로의 실력을 아는 사람끼리 페어를 이뤄서 대회에 함께 나가자는 콜도 받았지만 시합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서 클럽과 카페 활동에만 전념을 하였고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즐기는 테니스의 정수(精髓)를 맛보았다.
이렇게 저렇게 테니스 활동은 내 삶의 일부처럼 여기면서 이어져 가다가 50대 중반쯤으로 기억이 된다. 어느 날 볼을 치는데 파워가 조금씩 떨어짐이 느껴졌다. 이 현상은 젊은 날 과한 운동으로 몸에 무리를 가해서 생긴 부상과는 다른, 서서히 신체 노화로 인한 것이었고 간헐적인 어깨의 통증이 올 때마다 치료를 하면서 라켓을 놓을 수는 없었다.
손목관절 과다 사용으로 염증이 생겨 바늘로 쑤시는 듯한 통증은 왔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찾아오고 스텝을 밟을 때 가끔씩 시큰거린 발목과 무릎 부상 또한 그리 하였다. 오랜 기간 톱스핀 서브 구사로 비대칭이 돼버린 척추로 인해 발생한 허리 통증 점점 힘이 약해지더니 마침내 끊어져 버린 어깨 인대를 수술하기까지 이르렀으니 앞으로는 현명하게 대처할 일만 남았다.
돌이켜보면 테니스는 나와 함께 늙어가는 내 삶의 일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테니스로 인해 행복했으니 그로 족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남들이 인정해 주는 거창한 타이틀을 머리에 이지는 않았지만 테니스로써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은 해냈다는 자부심은 있다. 그것은 나의 테니스 사랑과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테니스 에세이집 ‘공감 시리즈’와 ‘고사성어로 풀어보는 테니스 세상’ ‘초급자를 위한 테니스 길라잡이’ 책의 발간과 카카오브런치에서 스포츠 분야 크리에이터이자 대한민국 1호 테니스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즐기는 테니스다. 척추 시술과 어깨 수술로 인해 나의 몸은 이제 머리카락이 없는 삼손이 돼버렸다. 실력 또한 입문 당시만도 못 한 상태로써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실력이 아닌 체력이 받쳐주는 범위 내에서 내 수준에 맞는 상대와 함께 어울리면서 치기를 원한다. 즐긴다고 하여 마냥 노닥거리면서 치는 것이 아니라 승패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되 매 스트로크마다 최선을 다하여 테니스의 진수를 느끼면서 멋스럽게 치고 싶다는 말이다.
입문 후 지금까지 테니스를 알게 되어 내가 누렸던 수많은 즐거움과 행복, 부상을 통해 알아본 신체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삶의 일부로써 나와 영원히 함께하는 테니스를 생각하면서 테니스 인생 35년의 결산을 마친다.
앞으로도 나의 테니스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테니스 여정은 다음 역을 향해 쉼 없이 갈 것이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202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