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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Dec 09. 2023

제게 행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지요.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희성은 나의 마지막 질문에 제목과 같이 답했다. 그 대답이, 한참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포터뷰:블루에는 세 개 정도의 고정 질문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아끼는 질문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물음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나에게는 삶을 살아갈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냥, 또는 이유가 없다는 말은 나를 이 세상에 발붙이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에게 묻고, 묻고, 또 물었다.


희성의 첫 대답은 이것이었다. 죽지 못해서 산다고.

이어서 희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서 살아간다고. 자신이 없어지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퍼할 것 같다고.


희성은 뒤이어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신은 주변인들에게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고.

너무나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누구로도,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분위기와 생각, 목소리와 여타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고, 그렇기에 우리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주 망각하는 사실이지만, 참 소중한 존재들이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제게 행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답하던 희성의 표정을, 난 계속해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포터뷰 : 블루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오늘의 주제인 '우울'에 만족하시나요? 네. 너무 좋아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아서요.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건 '가족'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과 관련된 소품을 가져왔어요. 그중 이건 방명록이에요.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셨을 때의 방명록이 있고요,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의 방명록이 있어요. 저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입양이 되었어요. 아빠의 동생분께서 저를 입양하셨고요. 저는 좋지 않게 말하면 팔려온 아이고, 좋게 말하면 선택받은 아이예요. 그 시발점이 이 방명록들로부터 시작이 되어요. 한 사람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과 끝을 보는 물건인 것 같아서, 되게 인상이 깊어요.

제게도 인상이 깊은 물건인데, 희성 씨에게는 더욱  그럴 것 같아요. 감히 희성 씨의 마음을 상상해 보기가 어렵습니다. 책도 가져왔는데요. 진화인류학자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의 책이에요. 이 책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책이에요. 이 책을 학교에서 골랐을 시기에, 저는 애인과 헤어질 시점이었어요. 그때 한참 후회를 많이 했어요. '나는 왜 좀 더 다정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 미움을 줬을까' 하고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할 때였는데, 이 책을 읽고 그때부터 목표가 생겼어요. 일관되게 다정한 사람이 되자,라는 목표요. 약육강식, 우리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인식을 항상 가지고 있지요. 책 내용을 조금 설명하자면 인간은 현재 가장 발달한 유인원이고, 인간 다음으로 발달한 유인원인 '보노보'라는 개체가 있대요. 보노보는 굉장히 다정한 동물이에요. 그래서 프렌치 키스를 인사로 하고, 암컷들이 수컷을 보호하고 다같이 공동육아를 하고요. 여러 다정한 습성을 가진 동물이고, 이러한 보노보가 앞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개체라고 하더라고요. (잠시) 저는 다정해지고 싶어요.

다정한 사람은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요? 여기 앞에 다정한 사람이 한 명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우리 희성님과 뭐가 다른 것 같아요? 엄청나게 애를 쓰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어떤 애를 쓰고 있을까요? 다정하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노력한다는 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일까요? 얻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왜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노력하면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노력하지 않아서 후회한 경험이 있나요? 네.

어떤 경험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일단 저는 올해 수능을 봤고, 고등학교 3년간 성적 변화가 정말 심했어요. 성적이 많이 떨어졌고, 엄마가 그 성적을 보며 실망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재수를 할 예정이고요. 저는 제 삶이 나아지기 위한 노력만을 했지, 제 커리어가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이건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살아있는 데만 해도 최선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후회가 많이 돼요. 조금만 더 버텨볼걸, 조금만 더 해볼걸, 하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노력을 많이 할 거예요.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잠시) 물론 그럼에도 후회가 남을 수 있지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리고 일단, '이건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야'라고 말하기까지도 시간이 참 오래 걸렸어요. 그걸 받아들이는 데에, 참 오랜 시간이 걸렸죠. 이것마저 내가 자기합리화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라고요. 며칠 전에 엄마와 다투다가 "나는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제게, 정말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너의 행복만 생각할 수 있느냐고요. 왜냐하면 엄마는 항상 남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던 사람이거든요. 그걸 즐기고 또 거기서 행복을 느끼던 사람이거든요. 엄마는 저도 그러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제가 이걸 들으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어요. 이기적이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을 때, 우리 희성 씨가 엄청 속상했을 것 같아요. '왜 내가 행복한 걸 응원해주지 못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들었어요. 잘 울지 않는 편인데, 그 말을 듣고 모처럼 울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럼 우리 희성 씨는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잠시) 저는 죽지 못해서 살아요. 또 사랑해서 살아가고요.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사랑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해요. 그런데 내가 없어지면, 그 사람들이 슬퍼할 것 같아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저는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고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기에.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살아가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한동안 어른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거고. 그럼 내가 더 이야기할 것들이 많아질 거고. 이런 경험을 하는 게, 너무 즐거운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을 해준다니 너무 고맙네요. 남에게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그것도 오늘 처음 뵌 분께, 제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동시에 되게 재미있어요.

영광이에요. 그런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요. 지금 여기 창문에 비가 와서 밖이 잘 안 보이는데요, 세상이 되게 아름다워 보여요. 조명이 다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어요.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 그러한 시각에 따라 참 많은 게 다르게 보이는구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긍정적인 시선이네요. 네, 노력했습니다.

오늘 짧은 대화를 나누어봤지만, 희성 씨는 '노력'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노력을 해서라도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이전의 저는, '나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을 해주더라고요. "너는 이미 살아있는 것 자체가 노력이지 않을까", 라고요. 그때 그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우리는 다 엄청 노력한 거예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았지요. 최선을 다했어도, 사실 후회는 남아요. 저는 후회는 모든 선택에 있어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A라는 선택을 하면 B나 C를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는 후회하겠지요. 그 반대도 성립할 테고요. 하지만 우리는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부로 후회하며 살지는 않는 편인데요. '난 내 환경 앞에서 떳떳이 최선을 다했다'라고 자주 생각해요. (잠시) 누군가가 보기엔 자기합리화로 보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당해요.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참 많은 게 달라지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희성 씨가 스스로를 조금만 더 예쁘게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너무 예쁘고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제게 행복을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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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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