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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Dec 07. 2023

행복이란 게 뭘까요?

여러분은 살면서 진정으로, 행복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면 또 우울은 과연 무엇이야.


진정으로 행복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덤덤히 말하는 우솜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으로, 사무치게 행복하던 순간은 언제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행복은 당연하다가도 갑자기 외딴곳에 숨어있곤 한다. 또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가도, 코앞에서 마주하기도 하고. 우울은 팽배해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잊을 만할 때 즈음 스멀스멀 나타나 우리를 잠식시키기도 한다. 
















나는 최근 사무치게, 또 과분하게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별 것 아닌 소비를 하고는 예상치 못하게 느낀 눈부신 행복이었다.

나는 우솜에게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솜이 예상치 못한, 빛나는 작은 행복을 마주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나는 우솜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솜과 나눈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어떻게 포터뷰를 신청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마 작가님의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영상 작업물을 정말 잘 봤어요. 저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소마님의 글을 보고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소마님과 제가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요? 그럴 거예요. 그나저나 그 글을 인상 깊게 보셨다니 뿌듯하네요. 사실 크게 공을 들이고 썼던 글이라기보다는, 흐르는대로 썼던 글이라 큰 기대 없이 업로드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위로를 받았다고 해주셔서 매번 기뻐요. 작가님께서 단 댓글에서 중학생 때 일기에 쓴 표현을 차용해 왔다고 하신 걸 봤거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표현이 제법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제한을 뛰어넘는 표현을 구사할 수 있으신 것 같아서요.

그렇게 보셨다니 영광이에요. 정말로 중학생 때 썼던 일기 내용의 일부예요. 저는 중학생 때,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편이거든요. 우울했을 때도 일기를 잘 쓰지 않았고요.

그럼 무얼 하며 보내셨나요? 혼자서 계속 참았어요. 저는 정신건강 관련된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우울에 관련된 일을 1년, 자살과 관련된 일을 3년째 하고 있거든요. 현장에 자주 나가고, 자살을 시도하신 분을 자주 만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슬픔에 대한 감흥이 없어지는 것 같은 거예요. 슬픈데, 눈물도 나지 않고요. 약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쉬다가. 작가님 글을 보고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너무 영광이에요. 저와 같은 감정을 갖고 계신 것 같아서, 뭔가 끌리는 거예요. 그래서 연락드렸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저도 신기해요. 저는 포터뷰:블루를 기획하길 너무 잘했다고 매번 생각하며 진행하고 있답니다. 그럼 우솜 씨는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람이 살아간다기보다는 죽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계속해서 그 살아가는 이유를 찾으려고 사는 거 아닐까 싶어요. 저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왜 살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또 이런 마음가짐이 스스로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살을 시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힘드실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구하는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게 진짜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잠시) 살아가는 건 잘 모르겠어요. 죽어간다고는 항상 생각을 하는데요. 

사실 정답은 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궁금해서 많은 분들, 또 여기 오시는 분들께 매번 여쭤보는 질문이에요. 인터뷰를 내는 분들은 많지만, '우울'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것, 또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우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요. 어차피 우리는 간간히 계속해서 우울해하다가, 어떻게든 죽게 될 테니까요. 우울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가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라요. 저는 자살 업무하면서 가장 먼저 배웠던 게, 자살을 준비하는 것 같은 친구에게 "너 나쁜 생각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나쁜' 생각이라는 게, 부정적인 표현인데 그 친구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은, 그 친구로 하여금 '나를 도와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요. 오히려 직접적으로 "혹시 자살을 할 생각이 있니?"라고 물어보는 게 더 좋다는 것을 배웠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떻게 대처하고, 말하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알고자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맞아요. 그래도 이 자리에서 우울에 대해 작가님과 고뇌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우울한데, 왜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다들 별생각 없이 사는 와중에, 제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간간히 하고요. 되게 밝아 보이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렇게 밝을 수 있다는 것이요. 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로봇처럼 버벅거리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내 감정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많이 가지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볼 때 더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야기를 해봤자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도 종종 느꼈고요. 최근에 이런 내용으로 쓴 글이 있는데, '어떻게 죽고 싶지 않을 수가 있어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느낀 생각과 확신, 의구심과 무력감에 대해서 쓴 글이었어요. 갑자기 든 의문인데, 우솜 씨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는 편이신가요? 저는 하는 편이에요. 가지고 싶은 것도 무조건 가져야 하는 편이고요.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계속 모든 면에서 욕심이 많은 채 살고 있고요. 내려놓는 걸 못해서, 어떻게 내려놔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요.

내려놓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제가 일 욕심도 굉장히 많거든요. 언제 한 번, 부팀장님께서 그렇게 하면 스스로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저는 결과만 좋으면 제가 힘들어도 좋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부팀장님께서 그건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말씀을 해주셨었거든요. 제게 그런 걸 직접적으로 질문하신 분이 처음이라서 놀랐어요.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내려놓는다는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작가님도 이런 감정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저는 욕심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경험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욕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어느 순간 '나는 완벽할 수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계속 혼자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만 같아요. 친구들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은 맛있는 것만 먹어도 행복하다고 하는데, 저는 '행복이란 게 뭘까'라고 생각하면서요. '내가 진짜 행복했던 때가 있었나'라는 생각도 계속해서 하고요. 

그럼 행복이라는 게 뭘까요? 그걸 정말 모르겠어요. 행복도 모르겠고, 살아가는 이유도 모르겠고요. 생각해 보면,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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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SOMMAR CHO

editor SOMMAR CHO


instagram @sommar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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