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와 우울은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나의 짧은 생에 비추어봤을 때, 완벽주의는 대개 우울을 데려왔다. 그래서 나는 세진에게 물었다. 완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세진은 그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저 지금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을 뿐. 끝은 없기에.
끝이 없기 때문에 완벽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진의 말이 맞다.
끝은 없다.
하지만 끝이 없기에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끝이 없기에 더 매력 있는 것들, 또 끝이 없기에 더 유용한 것들이 있다.
나는 세진의 하루에 끝이 없는 행복과 안온이 깃들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두의 하루에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전질문지를 보면 대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오늘의 주제인 '우울'은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저는 이번 포터뷰를 신청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와, 우울은 조금 멀리 있는 단어 같다고 느껴서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그럴 뿐, 저라고 우울함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신청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 세진 씨는 어떨 때 우울함을 느끼시나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제 이미지에 제가 맞지 않을 때 많이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완벽주의 성향도 있는데, 거기에 충족을 못하면 하루종일 우울한 것 같고요.
그럼 세진 씨 본인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맞아요, 힘들죠. 그런데 또 이런 완벽주의에 가까운 마음에서 비롯되어 결과를 더 잘 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인데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이미지'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크게 없거든요. 저는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크거든요. 그래서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모습, 을 만들고 거기에 충족하지 못하면 우울해하는 것 같아요.
최고의 나 자신이라는 모습을 만들어놓고, 그것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현재 우울함을 느끼시는 걸까요? 맞아요. 항상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 같고요.
제가 최근에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은 물이 반 채워진 항아리를 보고 '반이나 차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반밖에 안 차있다'라고 생각한다고요. 그리고 물이 가득 채워져 가면 항아리가 점점 커진다고요. (웃음)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항아리를 보며 아등바등하는 거죠. 항아리가 커지는 건 좋은 것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느낌 같아서요. 여기선 이미 최고를 도달했으니,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잠시)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저한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긍정적으로 보면 스스로 해이해지는 것 같아요.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부터 나아갈 힘을 더 얻는 걸까요? 그런 경우가 어느 때에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저는 이 생각을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해왔어요. 저는 이게 괜찮다고 느껴지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고요. 그래서 이런 '우울'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이야기하시기가 힘들었던 건지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키워가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래서 이런 '우울'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너 왜 그렇게 나쁘게 이야기해', '너는 왜 그렇게 침울하게 이야기해'라고 할까 봐 이야기하기가 꺼려졌던 것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세진 씨가 말한 것들 중에 스스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요? 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웃음)
그래요? 저는 계속 들으면서 든 생각이 '그런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여쭤본 질문이기도 하고요. 아까 항아리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서 제가 말씀드린 게 어떻게 보면 반박이잖아요. 저는 반박식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대응하는 모습 자체도 부정적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건 다시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게 아니지 않나요? 방금 질문을 듣고 생각을 다시 해보니 그렇네요. 나쁜 이야기는 또 아니었던 것 같고요.
세진 씨가 스스로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하는 말에 저 또한 반박했지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요. 그럼 제가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죠.
그렇죠. 저는 항아리 이야기에 답하는 세진 씨의 말을 보고 정말 좋은 사고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며 정말 긍정적인 방향의 사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말씀에 이어서 "저는 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하셔서, 이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세진 씨의 말을 듣고 저는 정말 긍정적인 사고라고 생각을 했어서요. 뭔가 오늘 이후로 생각이 바뀔 것 같아요.
영광이네요. 그럼 세진 씨가 우울함을 느끼실 땐 주로 무얼 하시나요? 저는 완벽주의에서 오는 우울이 컸잖아요. 그래서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끝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할 일은, 하면 끝나게 되어있으니까요. 가끔씩 되돌아가서 생각이 나긴 하지만요. (잠시) 할 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다 보면, 미래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사실 진로에 대한 목표가 명확히는 없거든요. 고등학생 때는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교에 와보니 또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고요.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지금 눈앞에 있는 우울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언가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완벽주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든 생각인데요. 완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잠시) 그냥 지금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을 뿐이죠. 끝은 없으니까요. 끝이 없기 때문에 이 완벽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세진 씨는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무엇이든 이야기할 때,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돈을 번다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 돈을 쓰고요. 좋아하는 직업을 갖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직업을 가져도 그 직업을 통해 버는 돈으로 좋아하는 걸 하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다 재미를 위해서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잠시) 왜 살아가지,라는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아요. 왜 사는지보다는 잘 사는 방법에 대해서 항상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오늘 미래 이야기를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마지막으로 제 바람을 이야기할게요. 제가 미래에,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어서, '나 스물두 살 때 이랬지'하고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포터뷰를 나중에 읽으면서요.
한 시점의 자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참 의미 있는 일이죠. 오늘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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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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