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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Nov 16. 2024

너의 축사를 쓰며 생각해 본, 결혼의 이유

어느 MZ사원의 경험 상점


처음에 대략적으로 목차를 쓸 때는 없었던, 제 인생의 깜짝 이벤트가 생겨서 관련해 글을 써 보려 합니다. 바로 축사인데요! 스몰 웨딩을 기획하는 친구와 젊은 주례를 해보자, 친구가 운동을 좋아하니 2부 지인식 드레스코드는 레깅스로 하자며 다양한 상상을 나누며 재미있어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제가 축사를 하게 되었더라고요. 얼떨떨하지만 맡겨줬으니 최고로 잘해보겠어!라는 마음이 들어서, 결혼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친구를 떠올렸을 때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고민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용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단어를 좀 더 머릿속에서 굴려보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용기’로 구체화했습니다. 그리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니, 뒤는 막힘없이 이어졌습니다.


부탁을 받았을 때에 신부만 잘 알고 있어서 어떤 이야기들을 하면 될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요. 부부 중 한쪽으로 치우친 축사는 별로였다는 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초대받은 모두가 고루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결혼을 안 해본 입장에서 결혼에 대해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어지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제 머릿속에 결혼은 왜 하는 거고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꽤나 분명한 가치관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친구의 바람대로 이슬아 작가님의 결혼식처럼 축시를 써볼까 했는데요. 쓰다 보니 엄청 엄근진 해져서 편지글 형식으로 바꿔서 좀 더 가볍고 따뜻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럼 어떤 글이었는지 소개해 볼게요! :)   


한옥 안 너무 예쁜 식장




안녕하세요, 신부 정현의 친구 박세희입니다.

귀한 자리에서 이렇게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제가 아는 정현이는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용기가 있는 사람인데요. 이 용기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둘이서, 두 배의 용기를 가지고 멋지게 살아갈 부부의 삶을 축하하는 편지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정현, 태원에게


삶은 사랑하는 것들을 늘려 가는 것, 그러니까 사랑의 크기를 키워가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22년에는 크로스핏, 23년에는 남편을 만났으니, 정현이 너는 삶을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라면은 한 젓가락 뺏어 먹어야 맛있고,

흑백요리사도 나는 솔로도 옆 사람과 이야기하며 볼 때 더 재밌는 게 참 신기해


앞으로 항상 곁에서 너의 삶을 더 맛있게, 재밌게 만들어 줄 사람을 만난 걸 축하해


결혼은 행복해서 하고 싶기도 하지만

삶이 혼란스럽고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하고 싶기도 한 것 같아


살면서 어쩌면 한 두 번쯤 무너질 때

서로가 서로를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


물론 해외에 가서도 타이어를 굴리며 운동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어떤 고난도 가뿐히 이겨낼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사는 건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라고 하잖아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유독 내 눈에만 더 잘 보이는 사랑스러운 점들이 있더라


서로의 사랑스러움을 찾아주는 사이가 되길 바라,

그래서 서로의 눈을 통해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는 사이가 되길 바라며


2024년 10월 20일

세희가


부부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해!




친구의 결혼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삶에서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저의 또 다른 경험으로 찾아뵐게요!


특별했던 스몰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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