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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Nov 13. 2024

오늘 어떤 이야기와 함께 오셨나요? (3)

어느 MZ사원의 경험상점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데미안의 명대사이자, 넷플연가 모임장 소개글에 활용한 문구입니다. 다른 사람을 내 삶에 초대한 경험,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이끌어간 경험은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머물던 영역을 깨고 나올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했는데요. 앞선 콘텐츠와 동일하게 QNA 형식으로 글을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요즘 대학원 지원, 회사 프로젝트,,, 등등으로 마음도 몸도 바빠서 오래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ㅎㅎ)




Q. 모임장을 하며 어떤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저는 모임 전 혼자 공간을 세팅하며, 매번 떨려했던 기억이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이 손 많이 가고, 신경 쓸 것이 많은 시간을 부러 만들고, 굳이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피곤할 사람들을 모은 이유가 뭘까, 스스로 생각해보고는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어떤 형태로든 이 경험이 서로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연결은 경험하는 세상을 넓혀주고 새로움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니까요. 또 이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 그래서 가장 많이 성장할 사람이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모임 이후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임 중에는 나보다는 타인에게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모임 후 공간을 정리하면서 곱씹는 시간이 되면, 그제야 오늘 내가 어땠지,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그러면 그때 그 말에서는 좀 더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 볼걸 이런 후회도 들고 그래도 오늘은 더 편하게 진행한 것 같아, 긍정적인 소외도 들더라고요.


이렇게 20여분 정도의 시간 동안 수정했으면 하는 질문을 체크해 두기도 하고, 좋았던 답변이나 대화를 기록해 두기도 하면서 모임을 정리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 시간도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중 하나입니다.




Q. 1회 차와 2회 차의 차이가 있었나요?


네, 있었습니다. 가장 분명한 차이는 모임에 오신 분들을 대하는 제 마음이었는데, 손님을 대하는 것 같은 마음에서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영역을 이동하더라고요. 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마냥 편한 마음이 장땡은 아니지만, 모임장이 즐겨야 모임원들도 즐겁다는 넷플연가 측 말처럼 모임장에게도 이 모임이 즐거워야 다른 분께도 재미있는 시간이 되고, 지속 가능한 것 같아요.




Q. 모임장을 해본 경험에서, 좋은 모임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나요?


현장에서의 상호작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같은 모임이더라도 개인별 호불호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라는 말처럼 좋은 모임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공통점들을 알고 있으면,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모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좋은 컨디션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의 약속이라 해도, 힘들면 가고 싶지도 않고 만나도 피곤한 티가 나잖아요. 모임장은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모임을 즐길 수 있는 에너지는 있어야 하더라고요. 내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머금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까지 줄 수 있을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둘째, 모두가 한 마디는 하고 가도록 해보세요. 이를 위해 저는 근황 토크로 포문을 열고, 가끔 콕 집어서 질문을 했습니다. 모임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대화를 원해서 오신 것이고, 이야기는 안 해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약간의 망설임이나 타이밍 이슈로 내 생각을 꺼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임이 재미없나 보다’, ‘말하시기 싫은가 봐’라고 속단하지 말고 대화의 포문을 열어보세요.


셋째, '이 모임에 시간을 씀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모임의 가치와 긍정적인 면을 계속 상기해 주면 그 모임을 애정하게 되거든요. 저는 "이런 깊이 있는 대화는 다른 곳에서 하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여기에서 풀어놓고 가세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들로 귀한 시간이고 귀한 만남임을 전달하려 했어요.




Q. 모임 경험을 통해 얻은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화의 기술, 콘텐츠 기획력을 얻어가겠다!'라고 시작 전 다짐했는데요. 진행하다 보니 그 이상을 얻었습니다. 넷플연가라는 회사와 협업하는 과정에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법도 배우고, 다양한 모임장님들을 보면서 셀프브랜딩,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임장 간의 교류도 활발하게 해주시고 계셔서, 네트워킹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Q. 후회되는 점이나, 좀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나요?


너무 많죠.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는 ‘잘 해내고 싶다는 굳은 결의와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초심자만 가질 수 있는 거고, 이게 오신 분들께 좋은 영향을 주는 면이 있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모임을 열 때 나와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모으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4회 차 모임이 끝난 뒤에도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었는데요. 모임 후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보다 좀 더 오래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게, 그리고 제가 해온 전후 모임들의 분들끼리도 교류하고 나아가 커뮤니티로서 유대감까지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화 모임도 좋아하지만, 학습하는 내용이 분명한 정보 전달형 모임을 더 많이 가는 편이라 저의 전문 영역을 만들고, 정보 전달을 통한 성장 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Q. 앞으로 또 모임을 열 생각이신가요?


아마도 이 모임이 마지막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연다면 어떤 주제일지는 저도 궁금한데요. 경험해 보면서 깨닫는 저의 패턴 상, 이번처럼 우연히 저에게 온 주제로 진행해 볼 수도 있고, 혹은 제가 잘하고 싶은, 잘할 수 있는 주제가 뭔지 뾰족하게 고민하고 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고민할 시간이 조금 길게 주어진다면, 저를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찾아서 관련한 모임을 열고 저의 모임을 오신 분들 간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오늘 글이 좀 길어진 것 같은데요. 관련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 또는 메일로 문의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주제로 새로운 경험을 들고 와 보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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