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MZ사원의 경험상점
꾸준한 자극이 필요한 성향이라, (친구 한 명이 머릿속에 스펀지밥이 뛰어다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 보았는데요. 이런 경험들을 모아서 왜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그래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적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 뭐 하고 살지? 뭐 할 수 있나?!‘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어느 MZ사원의 경험상점' 시리즈를 통해 저의 첫 연재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경험은 넷플연가 모임장으로 활동한 후기입니다.
낯선 이를 나의 삶으로 초대하고, 울림이 주는 대화를 하는 경험, 다른 사람의 이야기 공감하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듣기만 해도 충만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저에게 모임장이라는 역할은 정말 부담스럽고 무거웠는데요. 그럼에도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길 잃은 어른이의 멘토 찾기-영화로 만나는 단단한 삶의 지혜 (2030편)” 모임 ( https://nfyg.co/meetups/1830 )의 기획, 진행, 그리고 끝난 후까지의 여정을 들려드릴게요.
Q. 모임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한 직장에서 1년 반의 시간을 '견디고' 퇴사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작아지다 못해서, 사라질까 봐 걱정이 될 순간들이 있었고 그만두기로 했죠. 이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냥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졌습니다. 그러려면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했죠.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는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니, 모임에 나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을 방문해서, 그분의 이야기를 녹여서 만든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류했습니다. 주제는 싱잉볼 듣기, 진주목걸이 만들기, 부동산 투자 방법, 직접 집을 보수한 경험, 공간 사업하는 법, 가방 브랜드 창업, 직장에서 커리어를 잘 만들어가는 법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익숙한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면, 교차점이 없었을 사람들을 일부러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깊이 납득하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정해진 길을 없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어떤 선택도 맞고 틀리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냥 나에게 최선을 택하면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Q. 넷플연가 모임장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렇게 낯선 이를 만나고, 새로운 공간에 가며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매일 여행하듯 보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나에게로 확장되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럼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라며 자연스러운 물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어떤 콘텐츠가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모임을 기획해 보기 시작했는데요. 내내 머릿속에 어떤 주제로 사람들을 모을지 상상하고, 틈틈이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기획안을 썼습니다. 그 결과 두어 번의 실패를 딛고, 소개팅을 기획해서 진행해 보기도 했죠. (이 경험은 다른 글에서 또 풀어볼게요!) 나름 4회 차나 진행했습니다.
그러다가 넷플연가에서 모임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습니다. 모임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 나의 콘텐츠를 나눌 사람들을 찾고 있던 터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Q. 모임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한 달 정도 뒤, 지원 사실을 잊을 즈음에 면접을 보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줌 인터뷰를 봤습니다.
"왜 모임장이 되고 싶은가요?", "어떤 모임을 열고 싶나요? “, ”그동안 참석한 모임 경험은 어땠나요? “ 등등 면접은 캐주얼한 느낌으로, 뾰족하고 불편한 질문들보다 대화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저에게 맞는 모임 콘텐츠가 있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주제는 바로 ‘어떻게 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지원서에는 선택과 관련한 모임을 열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혜어화(질투), 어바웃타임(시간), 리틀포레스트(실패), 그렇게 아빠가 된다(가족),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전)으로 영화별로 키워드를 선정해서 무엇을 욕망하고, 어떤 시간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실패와 도전의 경험과 가족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나누며 좋은 선택의 근육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대화에서 좋은 어른,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읽어내신 것 같았습니다.
30명 정도의 대기자를 모은 뒤, 오픈을 하는 방식으로 첫 모임에서는 지인들에게 대기 알림 신청을 부탁하기도 하고 제 개인 계정으로 홍보도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모객 때는 넷플연가 인스타 스토리에서 저를 봤다는 사람들이 속출할 만큼 넷플연가 측에서 적극 홍보를 해주셨습니다.
Q. 어떤 모임을 열고자 했나요?
1달 정도의 모객 후, 첫 모임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모임장을 하겠다고 일단 냅다 도전하기는 했는데, 3시간을 혼자 기획하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대책으로 첫째, 함께 나눌 질문들을 정리하고 둘째, 이 질문을 가지고 친구들과 대화를 해봤습니다. 그 결과 모임이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할지, 그리고 어떤 질문들이 나누기 쉬운 것인지 정리가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래와 같았습니다.
-목적 : 1개의 질문에 12개의 다른 경험을 듣고 가도록,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서로가 서로의 콘텐츠가 되도록 하자!
-질문 : 논쟁의 여지가 있을 때 더 재미있다!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하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새롭고 좋은 자극은 없다! 각자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하자
모임의 방향성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도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모인 분들 모두 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지 고민하는 좋은 사람들이에요. 모임 이후에도 꼭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인맥과 조언자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대화를 나누는 우리 모두 이미 썩 괜찮은 어른이라고 말해주기로 했죠.
이 말은 진심이었고, 또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모임을 통해 '나는 꽤나 멋진 사람'이라는 뿌듯함을 가져갔으면 했습니다.
Q. 어떤 모임장이 되고자 했나요?
제 경험에 비추어 모임장을 나름대로 카테고리화해 보면 아래와 같은데요.
-지식 전달형 (전문가형)
-개그맨형 (웃겨주는 유형)
-편안함형 (진솔한 대화 유도형)
-지식 전달형 (전문가형)
먼저 지식 전달형은 말 그대로 배우는 게 있는 정보 전달 유형입니다. 의사나 변호사, 강연가, 바텐더 등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분들이 진행하고 배움을 매개로 서로를 만나게 되죠.
-개그맨형 (웃겨주는 유형)
개그맨형은 아주 유머러스한 유형입니다.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 줍니다. 주류 모임, 소개팅 모임 등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편안함형 (진솔한 대화 유도형)
참여자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형입니다. 글쓰기, 진지한 대화 등으로 평소에 나누지 않을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죠.
저는 편안하게 진솔한 대화를 유도하는 모임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볼 때, 직무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기에는 전문성이 아직 떨어지고, 사람들을 끊임없이 빵빵 터트릴 정도로 재치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대화를 잘 이끌어내고 그래서 모두가 잘 참여하면서 모임의 지분을 고루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죠.
모임장별로 한 가지 유형에만 속하는 건 아니니, 나는 어떤 유형의 모임장일까, 어떤 유형을 추구하는 가를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모임장의 모임을 가서 진행의 노하우를 배워오거나, 나의 스타일과 비교해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잠시 끊고 다음 글에서 모임 준비 과정과 실제 모임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다음 글에서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