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MZ사원의 경험상점
(1) 편에서 모임을 열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했다면, (2) 편에서는 모임을 진행하는 팁을 공유드릴게요!
사실 제일 궁금한 건 '그래서, 모임은 어떻게 진행하는 거야?'라는 질문일 텐데요. 좋은 모임장이 되는 건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고, 아무리 여러 번 모임을 진행해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건 변하지 않더라고요. 이건 저보다 더 여러 번 모임을 해본 분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그래도 경험할수록 노하우도 생기고, 처음에는 손님 같던 모임원들이 친구같이 편해지면서 더 수월해지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모임을 직접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정리해 보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요.
Q. 모임 준비 과정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저는 몇 주 전부터, 모임 시작 전 예열하듯 질문을 떠올리고 머릿속에 진행 과정을 그려보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모임 전날! 다과와 마실 것도 준비하고, 스크립트도 프린트하고, 오시기로 한 분들의 신청 사유를 한 번 더 읽어보고, 연락처를 저장해 두는 등 여행 전날처럼 “아 맞다”를 연발하며 분주하게 떠오르는 것들을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소개팅 상대에게 설레는 첫인사를 건네듯이, 첫 모임 안내 문자를 보냈습니다.
참고하실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먹을 것, 마실 것 (저는 컬리에서 괜찮은 간식을 주문했어요. 물과 포트는 준비되어 있어서 차를 준비하기도 하고, 나누어 먹을 와인을 사두기도 했어요)
-스크립트 (스크립트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의지할 구석이 필요했고, 안전망 차원에서 사전에 준비해 놓았습니다. 실제로 대화는 스크립트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연락처 저장 및 이름 외우기 ( + 지원 사유 등 단서로 남겨주신 걸 숙지하면, 대화의 물꼬를 틀 때 도움이 됩니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첫 모임 안내 문자 발송 (필수는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저의 모임에 오시는 분들께 인사를 한 번 더 드리고 싶어서 발송했어요)
-그 외 모임 준비물!
Q. 실제 진행한 모임 진행 과정이 궁금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단순하지 않아서, 넷플연가는 늘 모임장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모임이 끝난 뒤 넷플연가 측에서 발송하는 후기 요청 문자에 있는 멘트입니다.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사실 매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싶은 정도로 떨리고 부담이 됩니다. 섬세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화라는 콘텐츠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정말 떨리지 않았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매 모임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설렘과 걱정으로 시작던 것 같아요.
모든 분이 들어오실 때 저의 텐션의 120프로를 사용해서 반갑게 맞이하고, 어디에서 오셨는지 어떻게 신청하시게 되었는지 등 아이스브레이킹을 했습니다. 저는 항상 앞에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근황 토크에서 재밌는 주제가 나와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고, 모두 말을 해보는 경험을 가지고 모임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 먼저 솔직하게 고민과 생각, 경험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잠시 침묵을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또 적절히 그 침묵을 끊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모임은 좋은 관계와 대화가 있는 모임이라, 친구와 상호작용하며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좋은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도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죠. 저라면 좀 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궁금할 것 같아서 몇 가지 팁도 드려볼게요.
Q. 좀 더 구체적인 팁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하나, 주제가 되는 콘텐츠를 깊이 보세요. 평소에 콘텐츠를 틀어 놓고 업무를 하는 타입이라, 엄마에게 그러면 어느 하나도 몰입을 못한다는 핀잔을 듣는데요. 모임을 위해 준비할 때는 다른 것으로 주위를 흩뜨리지 않고 영화만에 몰입하면서 대사를 받아 적고, 장면을 돌려보며 의미를 정말 깊이 있게 분석했습니다. 그 뒤에도 유튜브나 인터넷 서핑으로 관련된 분석 콘텐츠를 모두 보고, 논쟁 거리나 대화의 소재가 될만한 질문을 뽑았어요.
둘, 모두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세요. 말이 없는 분들은 모임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기분을 살피기보다 그냥 “00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라면서 이야기를 하실 수 있도록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말할 거리가 없어서라기보다, 멍석을 깔아주면 하려고 준비 중인 분들이 꽤나 있고, 대화하려고 모인 분들이니 말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고민하면서 경청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셋, 다른 의견을 말하는 걸 장려하세요.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잖아요. 열심히 싸우고 논쟁하는 걸 보면 괜히 내 의견을 얹고 싶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세요. 이 논쟁점을 질문에 녹이거나 질문에 대해 모임장이 설명하면서 말로 잡아줄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면, 더 재미있는 대화가 될 거예요.
어떤 경험을 하면, 바로 얻게 되는 깨달음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간 시간을 재해석하면서 알게 되는 사실들도 있는데요. 모임장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알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그럼 이렇게 진행한 모임을 통해 어떤 걸 배웠는지!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