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맞잡고 나란히 누워
대학 시절, 언니와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갔을 때였다. 성수기가 피크였던 시기였는데, 그날 우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수영을 하겠다며 튜브며 구명조끼며 다 빌려선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사람 반 물 반이었다. 사람으로 뒤덮인 바다 위에서 유유히 떠 다니긴 불가능했다. 나는 물 위에 누운 채 둥둥 떠 있는 걸 좋아했는데 도무지 그럴 자리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그날은 파도마저 거셌다. 나는 튜브를 탄 언니를 붙들지 않으면 자꾸 저 멀리 휩쓸려 가 언니와 멀어졌다. 결국 우리는 짐도 지킬 겸 따로따로 번갈아가며 파도를 타야 했다. 그날은 참 재밌었지만 동시에 정신없었던, 월리를 찾아라 그림책 속에 떨어지기라도 한 듯 언니를 못 찾을까 봐 내심 걱정되었던 날이었다.
해달이 자면서 동료나 가족과 손을 잡고 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참 신기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이해도 갔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자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해달은 하루 11시간 동안 물에 배영 자세로 누워 쉬기도 하고 잠도 잔다. 잘 때는 물론 쉴 때도 역시 서로의 손을 붙들고 있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또 차가운 물의 온도를 버티기 위해. 손을 맞잡고 나란히 누워 있으면 몸도 따뜻하게 할 수 있고 에너지도 보존할 수 있다.
* 해달의 팔뚝 아래 쪽에는 주머니 모양의 느슨한 피부가 있다. 서로 손을 잡고 있을 동안 해달은 이 주머니에 공기를 저장해 부력을 유지한다. 평소엔 이곳에 전복이나 조개를 깨뜨려 먹기 위한 돌을 넣어 놓기도 한다.
해달은 해초로 몸을 감싸 주변을 뗏목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해초를 가지고서도 서로의 몸이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물결에 휩쓸리는 것을 막는다.
바다에서 군집생활을 하는 해달은 보통 60-100 마리 정도씩 무리지어 생활한다. 모여 있는 걸 선호하는 것일까.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할 테지만, 어떤 면에선 마치 친목 도모 활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인간의 집단 수면 또한 사교적인 목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수면 혁명>의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그의 책에서 함께 자는 행위는 여러모로 "사교 활동이자 가족 간 결속을 다지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집단 수면은 친밀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안정감을 제공해주는 행위인 것이다.
해달의 세계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달도 무리 속에서 함께 쉬어야, 동료와 손을 붙들고 자야 안정감을 느낄 것 같다.
이렇게 같이 모여 지내는 게 습관이 된 해달이라면, 혼자 남겨질 땐 다소 불안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긴긴 밤을 함께 견딜 동료를 옆에 두는 건 이들에게 무척 소중한 일이겠지? 그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참고 자료
- <Otters Holding Hands: A Fascinating Display of Affection>, American Oceans, www.americanoceans.org
- <Sea Otter Facts>, UC Davis wildlife health center, whc.sf.ucdavis.edu
- <수면 혁명>, 아리아나 허핑턴, 정준희 옮김, 민음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