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결혼이라는 새로운 문턱을 넘으며]
내게 결혼은 막연한 단어였다. 그렇다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꽤나 어린 시절에는 적당한 나이에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가정을 이룰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결혼은 '결혼하자'라는 달콤한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의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결혼 준비는 많은 과정을 동반한다. 상견례를 비롯해 결혼식장 예약, 흔히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청첩장 모임까지 결혼식과 관련된 단어는 나를 피로하게 만들기만 했다.
무미건조해진 내 마음처럼 연애도 더 이상 뜨겁지 않았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했지만 한 사람을 온전히 알아가는 것은 참 어려웠고 그 결말은 대부분 슬펐다.
연애가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다양한 이유로 결혼이라는 단어는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도통 잔소리를 하지 않으시던 어머니가 슬금슬금 잔소리를 하실 때쯤,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했다. 나를 신경 써 준 친구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당시 회사 업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더 이상 닳을 마음까지 없던 터라 다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게 이런 것일까.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그'의 구김살 없이 맑은 모습에 무미건조해진 마음이 조금씩 넘실대기 시작했고 결혼이라는 단어가 내게 성큼 다가왔다. 그렇게 피로해 보였던 결혼 과정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은 도대체 누가 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되뇌어 온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져온 내가 어느덧 결혼의 문턱을 넘어 이제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하루하루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한 치 앞도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는 것처럼, 때로는 힘들고 슬픈 예상치 못한 감정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번 브런치북을 통해서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 챕터에 들어선 독자들과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결혼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