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운 하루 ⑥ - 'T' 엄마에게도 우울감이 찾아올까]
MBTI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검사를 하면 T 성향이 우세한 사람으로 나왔다. 간혹 F가 나올 때도 있었지만 만들어진 F형 인간이랄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흔해 빠진 진부한 신파극은 좋아하지 않았고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과는 맞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우울감과 슬픔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압도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애썼다. 담백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낳기 전에도 산후에 찾아온다는 우울감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만약 오더라도 가뿐히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랬는데, 내가 그랬었는데! 지금은 예전의 내가 아닌 기분이 든다. 감정이 이성을 짓누르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육아가 아주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새로운 차원의 행복감을 준다. 어느새 빼곡하게 자란 아이의 속눈썹을 바라보며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속삭이듯 말했다. 부쩍 미소가 늘어난 아이가 활짝 웃어줄 때는 가만히 나를 안아주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 모든 순간이 행복해야만 할 시나리오다. 그리고 나는 정말 요새 행복하다. 그런데 불쑥 찾아오는 우울감은 아이의 장난감인 타이니모빌 음악에도 눈물을 훔치게 했다.
반짝이는 눈에 미지의 세상을 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 왔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무거운 감정 말이다. 당연하게도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나이지만 나는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 가며 육아에 내 삶을 올인했다.
가끔 생기는 긴 자유 시간에는 집안일에 힘썼고 육아 정보를 찾아보며 하루를 보냈다.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지 않는 나날들이 늘어가자 내가 가장 경계했던 무기력감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바쁜 날인데 가끔은 미화된 과거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그러자 나의 건강하지 못한 감정들이 아이한테도 전이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요새는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는 시간에는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조금씩 해보려 한다. 글도 쓰고 음악도 들으며 엄마라는 역할에만 몰두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나 같은 성격상 쉽지만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우울하다고 유난을 떠는 게 아닌 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만큼 나 자신도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있어야 사랑스러운 아이도 있다. 사라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