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힐링 타임
남편이 딸에게 어깨가 아프다는 작은 투정을 부린다.
주물러달라고 하자 딸이 쪼르르 달려와 아빠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딸 손가락 움직이는 모습이 이상했다.
손가락을 오므려서 살을 쥐어 잡고 주물주물 움직여야 하는데
손가락이 펴진 채 프로펠러 돌아가듯 물결치고 있었다.
“아빠, 시원해?”
딸은 스스로 흐뭇해하며 물었지만,
“피아노 쳐? 좀 더 세게 해 봐.”
아빠는 불만족스럽다.
딸은 목을 돌려 근육을 풀더니만 뾰족한 턱으로 아빠의 어깨를 쪼기 시작했다.
머리는 무거우니까 턱으로 찧으면 시원하겠다 생각했단다.
남편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어깨 위로 턱을 막 떨어뜨린 딸과 서로의 볼이 부딪혔다.
눈이 딱 마주치자 딸이 겸연쩍게 웃는다.
“턱을 쓰지 말고 그럴 땐 팔꿈치를 써야지.”
아빠가 고개를 돌리며 어깨를 내민다.
딸은 팔꿈치를 재정비하고 다시 안마를 시작했다.
“이제 그만해도 돼?”
한 열 번 쯤 누르더니 딸이 묻는다.
“아니- 더 해.”
손가락 힘이 없다는 거 뻔히 알면서 아빠는 딸에게 안마를 부탁한다.
열심히 주무르는데 비해 전혀 시원함은 없는 마사지지만,
손의 온기를 받는 일 자체가 아빠에게는 힐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