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자체 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밝은 밤 최은영-
봄바람이 불어온다.
포근한 미풍에 마음도 간질간질해진다.
너무 오랫동안 어두운 밤 속에 있었다
나도 내 인생의 아침을 맞이하려면
기꺼이 커튼을 열어젖혀야 한다.
당근앱을 습관처럼 보다가 올라온 알바에 지원했다.
자기소개서를 정성스럽게 썼지만 탈락!
내가 가진 경력으로 할 만한 일들은 많지 않았고 어렵게 지원한 곳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온 곳에 면접을 보러 두 번 간 적도 있는데 거기서도 탈락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어제는 국내최대 구직사이트에 들어가서 내 조건에 맞는 곳 세 군데를 지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었고, 나는 나의 무능력함을 실감해야만 했다.
내 존재가 무가치해지는 비참함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 서둘러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
그때부터 가슴이 서늘해지고 콩닥콩닥 강하게 뛰는 게 느껴졌다
불안이 엄습해 온 거다.
이 세상에서 나만 도태되는 이 느낌
영원히 세상밖으로 나가지 못 할거 같은 두려움...
아니다.
세상밖으로 나가게 될까 봐 느끼는 불안인가?
불안의 이유를 나는 끝끝내 풀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 도태될까 봐 두려워요"
"누가 도태시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