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 데이트를 했다. 사건의 발달은 단순했다. 신입생 첫학기, 선배들이 추천해준 대로 시간표를 짠 한 신입생은 얼떨결에 <논어스토리텔링>이라는, 약간은 고루해보이는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신입생은 들떴다. 고루한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독특한 인간이었던 탓이다. 수업을 들은 후에는 열광했다. 고전인 논어를 현재사회에 녹여내는 강의는 그저 그런 교양이 아닌 '철학'이었다. 거기어 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배려하는 인품의 교수님까지 있다니, 신입생은 감동했다. 그때, 신입생은 결심했다. 언젠가 이 교수님과 데이트를 하기로. 그러나 망설여졌다. 학점을 주는 교수님과 괜히 따로 만났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우려되었던 탓이다. 때문에 신입생은 기다렸다. 학점이 완전히 나와 교수님과의 이해관계가 단절되기까지.
그리하여 2학기 시작 약 2주 후, 교수님께 고백을 한 것이다. 교수님의 강의에 반했는데 식사 한번 할 수 있겠는지 물었고, 교수님은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들뜸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양식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근황, 교수님의 연애담, 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아직 갓난 아기를 돌보는 어려움을 들었고, 마찬가지로 근황을 전했다. 학생을 대하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듣는 건 퍽 즐거웠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위해 틀린 답을 하는 학생에게 단호하게 틀렸다고 말하는 교수방법을 배우셨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나오니 그게 어려웠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당신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틀림을 수용하셨다. 틀린 답이라하더라도 곰곰히 생각하시고 그 사고의 과정을 유추하여 최대한 학생이 무안하지 않도록 답하셨다.
교수님의 그런 사려깊음이 좋았다. 오랜만에 뵙는 진짜 '선생님'이셨다.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도 우리의 대화가 즐거우셨던 것 같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발걸음이 몹시도 가벼웠다. 새로운 시도, 용기낸 권유가 즐거움으로 끝맺어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 일인지.
교수님과의 대면은 또 다른 시도의 밑거름이 될 듯하다. 존경하는 교수님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