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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눈,눈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후

by 하난

멍멍! 왈왈!

사방에서 짐승비명이 울려퍼졌다. 꿉꿉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겹겹이 껴입은 옷과 장갑이 유난히 무겁고 더웠다.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하고 2번방 앞에 섰다. 끼익- 녹슨 문을 열자 귀를 마비시킬 듯한 짖음이 멎는다. 사방의 눈이 오로지 나만을 향한다.

검고 둥근 눈, 눈, 눈.


까만 눈동자를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이 보호소에 들어온 이래로 줄곧 볼 수 있던 것이다. 아니,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동물보호소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집에서 1시간 가량 지하철을 타고도 20-30분 정도 더 택시를 타야했다. 하단역에서 택시를 타고 점차 적막한 곳으로 들어서면 어느순간부터 소란스런 짐승소리가 들린다.


여느 시골과 유사한 풍경 속 구석에 우뚝 선 회색 건물. 그곳이 내가 속한 유기견 보호소 봉사 동아리가 활동하고 곳이다.


커다랗고 허술한 컨테이너 건물의 입구에 서면 비명소리에 가까운 울음은 더 크고 강렬해진다.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서로 목에 힘을 주고 소리쳐야 할 정도이다. 냄새도 심하게 나는데, 견사에 있는 유기견들의 대소변을 즉각 치울 수도 없는 데다 씻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죽은 털과 여럿의 배변 냄새가 지독하다.


오전 9시 30분. 보호소 한켠에 위치한 동아리실에서 앞치마와 장갑, 장화와 팔토시를 착용한다. 더운 날씨에 무장을 하다보니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환복 후에는 곧장 아래로 내려가 보호소장님의 지시에 따른다. 나는 견사청소와 먹이급여를 해보았는데 그날도 견사청소를 했던 것 같다. 견사청소는 말 그대로 각 견사 문을 열어 아래에 묻은 대소변을 닦아내는 작업이다. 단순하나, 옷이나 신체에 오물이 묻기 쉽고 활동적인 강아지들은 몸을 할퀴기도 해 약간의 난이도가 있다. 견사만 해도 어림잡아 100개 이다보니 우리는 빠르게 강아지를 잡고 대소변을 치운 뒤 문을 잠그는 작업을 반복했다. 노동이 더운 날씨에 더해지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눈가로 흐르는 땀을 훔치지도 못해 눈이 따끔거린다.


약 2시간 가량의 청소 후에는 모두가 기다리는 산책시간이다. 봉사자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와 1시간의 산책을 할 수 있다. 여럿과 조금씩 나누어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함께 온 친구들이 흥겹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나 또한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기에 견사청소중 눈 여겨 본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견사들이 모인 2번방 문을 열 때였다.


문을 열자 견사에 갇힌 개들의 눈이 내 몸에 박혔다. 그 까맣고 강렬한 눈이, 그들을 '선택'하고 있는 '내'가 소름끼쳤다.


그들의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게, 그들이 바라고 또 바라던 것을 단 한 마리에게만 해 준다며 즐거워하는 이 상황이 지나치게 잔인하게 느껴졌다.


순간 시간이 멈췄다. 까만 눈동자들은 계속해서 날 꿰뚫고, 주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만이 이곳에 홀로 서 소외된 듯하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현실적으로 유기견은 너무나 많고 봉사자는 한정적이다. 유기견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는 산책시간을 봉사자가 즐거워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 상황에 하나하나 괴로워하는 것은 도리어 봉사자로 하여금 봉사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때의 그 경험이 무언가를 크게 바꿨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로 인해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그러나, 그때 본 그 눈동자들이, 꼿꼿이 선 유기견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의 두려움과 슬픔, 끔찍함이 계속해서 머리를 메운다.


언젠가는 누구도 그런 시선에 놓이지 않을 날이, 어떤 생명도 그런 시선을 보내지 않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부디 그런 날이 오기를, 적어도 그런 일이 줄어들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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