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정한 동질

집단상담

by 하난

집단상담이 끝났다. 문창회관 4층 오른쪽 한켠에 위치한 방에서 이루어진 4번의 모임. 약간은 짧게 느껴지는 나날동안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끝난지 고작 이틀이 지난 지금도 이상하게 그 시간들이 그립다. 상담의 내용이 재밌어서도 있지만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하늘색이 어울리는 사람은 늘 생각이 많았다. 어떤 것에 대해 원인을 탐구하려 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감정의 근원을 함께 도모했다. 대화할 때는 누구보다 성숙한 이가 또 과자는 좋아해, 상담 내내 혼자 오물오물 프레첼과 예감을 먹곤 했는데 그 대비적인 모습에 웃음이 났다.


토끼가 가장 좋다고 한 웃음이 예쁜 사람은 언제나 활력이 넘쳤다. 궁금한 게 많아 곧잘 순수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고, 눈이 마주칠 때면 언제고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맑은 웃음소리를 지닌 그녀는 꼭 소동물 같아 마주하기만 해도 절로 부푸는 기분이 들었다.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탐구에 열정적인 사람도 있었다. 그는 언어의 다양성을 인지했고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늘 입꼬리를 올린 채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그는, 그의 고민과 달리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말대로 푸른 불과 같은 열정을 지닌 이였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두루 갖춘 사람은 공부가 즐겁다고 했다. 공부가 취미이고 그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는 용맹한 사람이었다.


죄책감에 허덕이며 눈물을 보이던 사람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면서도 온힘을 다해 자신을 마주하고, 과거를 마주했다.


좋은 예감을 지닌 채 상담에 참여한 사람은, 항상 차분했다. 고요히 앉아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때때로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질문을 던졌다.


모두,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너무 다정해서 괴로웠던 이들. 너무 상냥해서 아픈 사람들.


모임을 가지는 내내, 그들의 따뜻한 눈빛과 조곤조곤한 배려의 말, 부드러운 몸짓을 본 나로서는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연민과 공감, 슬픔과 기쁨을 느꼈다. 거기에는 동질감이 크게 작동했는데, 이상하게 그 동질감이 불편하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하던 첫날, 나는 '같은 것이 불편하다'라고 했다.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하면, 거기서 위안보다는 초조함과 불안을 느낀다고. 다른 이들은 이런 아픔 속에서도,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잘 살아가는데 나만 유별나게 구는 것 같아져서 괴롭다고 했다.


그러나 상담을 거치며, 그 다정한 사람들과 삶을 토로해내며 알았다. 나는 동질감이 싫었던 게 아니라, 내 감정이 부인당하는 게 지독하게 싫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나는 언제고 내 감정이 인정되길 바랐다. 그것이 타인이 보기에는 뜬금없고 다소 논리적이지 못한 것일지라도 내가 느낀 감정이니까. 그건 사실이니까. 그냥 그대로 인정해줬으면. '그랬구나' 안아줬으면 했다. 아주 예전부터 그저 그걸 바라고 또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리고 동질한 상황을 들먹이는 이들은 대개 나를 부정하기 위해 그 상황을 꺼내들었다. 다들 이런데 너는 왜 그러냐. 무시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착각했다. 내가 무엇을 정말 싫어하는지, 어떤 게 그토록 불쾌하고 서러웠는지.




짧은 상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걸 배웠다. 사람을 배웠고, 감정을 배웠다.


누군가 그랬던가. 이 특별하지 않은 여름이 이 모임으로 인해 특별해진 듯하다고.


그 말을 떠올리며 글을 맺는다. 이 마음속 별빛들이 조금은 더 오래 머무르길 바라며.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