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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a May 26. 2024

10 베네치아 숙박, 어디가 좋을까?

이탈리아가 첫 방문이라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이탈리아가 첫 방문이라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베네치아 숙박, 어디가 좋을까?
  


우리는 베네치아 본섬 중 산타루치아 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굴리(Guglie)’ 선착장 근처 유대인 게토 동네에 에어비앤비 숙박을 했다. 하지만 이곳을 최종 숙박지로 잡기까지 여러 곳을 예약하고 취소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처음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자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하고 메스트레 역 근처에 있는 호스텔 1인실을 잡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베네치아를 온전히 느끼려면 본섬에서 자야 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1인실은 숙박비가 너무 비싸고... 할 수 없이 주데카 섬에 위치한 ‘제너레이터 베니스’라는 유럽 전역에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 6인실 도미토리에 묵기로 한다. 나와 한 방을 쓰게 될 젊은이들이 느낄지 모르는 불편함에 대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할 수 없지 뭐...

‘나와 한 방을 쓰는 얘들아, 민폐 좀 끼칠게. 나이가 많다고 모두 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건 아니란다. 이 아줌마도 너희들처럼 여행 경비가 빠듯하단다...ㅠㅠ’

심과 추가 여행에 합류해 숙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나, 나는 이 호스텔이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호스텔 바로 앞이 바다이고, 운하 너머 보이는 산마르코 광장의 야경을 보며 맥주 한 잔 하면 딱 좋은 뷰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부킹닷컴에서 제공하는 제너레이터 베니스 호스텔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베네치아 정보를 찾아보던 중 리알토 수산시장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본 블로거의 말에 따르면 여행 전에 자신이 리알토 수산시장을 알았다면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에 머물며 이곳에서 장을 봐서 해산물 요리를 해먹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가득한 글을 본 순간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호스텔에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변경하였다.

그래이게 바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거지... 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이런 여행의 참맛을 심과 추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요리 장인인 심의 존재도 한 몫을 했다. ‘심한테 맛있는 해산물 요리 해달라고 해야지...ㅋㅋ’ 

그렇게 여러 차례의 숙박을 예약하고 취소하기를 반복한 결과 마침내 본섬에 2박 3일간의 우리들의 집이 생겼다.


숙소 근처에 위치한 굴리 선착장과 운하 모습

 

아침 7시, 리알토 수산시장을 향해 집을 나섰다. 1월의 7시는 아직 밤처럼 어둡다. 서서히 동이 트려는지 하늘에서는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 우리집 앞 굴리 선착장 앞에는 수산물 노점상과 청과물 가게가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아침인데 베네치아의 골목길은 활기가 넘친다. 정육점, 과일가게 등이 하나 둘 문을 여느라 분주하다. 카페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아침식사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향이 카페 밖 골목길을 따라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좁은 운하 사이에는 배들이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다. 청소 배는 밤새 많은 여행객들이 남긴 쓰레기들을 배에 담느라 분주하다. 생수를 비롯해 각종 생필품 등을 가득 실은 배에서 건장한 청년들이 연신 물건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저거는 택배 배?’ 새벽에 만난 베네치아는 마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순간 생기 넘치는 베네치아가 낯설게 다가왔다. 내가 생각한 베네치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생경한 모습에 미안함까지 들었다. 도대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베네치아의 이미지는 뭐였지? 

그렇다. 내 머릿속의 베네치아는 ‘배가 잔뜩 나온 중년의 아저씨’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베네치아는 제발 오지 말라고 해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을 지경으로, 이제는 급기야 과잉관광 해소책으로 본섬에 숙박을 하지 않는 관광객에게도 별도의 도시세를 부과하며 관광객을 자제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는 도시가 아닌가... 물론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현지인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놓은 정책인지에 대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배부른 정책이라는 마음이 내 안에서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벽에 만난 베네치아는 게으름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새벽에 만난 유럽의 그 어느 도시보다도 부지런하고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베네치아가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순전히 베네치아인들의 노력으로 일군 인공 섬이라는 것을 내가 간과한 것이다. 베네치아인들은 척박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시킨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닌가?


본섬에 숙박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새벽의 베네치아다돈이 좀 들더라도 본섬에서 숙박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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