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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고양이 털같이 포근한 햇살을 품은 몬테로소

여기 이탈리아 맞아? / 친퀘 테레(이탈리아 북서부)

by Joanna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여기 이탈리아 맞아? / 친퀘 테레(이탈리아 북서부)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곳은 무조건 간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물리적 여행이 불가능한 시기에 한창 유행한 것이 랜선여행이었다. 나 역시 여행책을 통해, 여행 유튜버들이 올린 콘텐츠를 통해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겨우 해결하고 있던 시기에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파스텔의 형형색색의 집들이 바다로 흘러내릴 듯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마을이었다. 이때 난 결심했다.여행을 다시 할 수 있어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면 이곳은 무조건 간다.’


마나롤라1.png 친퀘 테레 중 마나롤라 마을 모습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바로 ‘5개의 땅’을 뜻하는 친퀘 테레다. 친퀘 테레는 이탈리아 북서부 라스페치아 해안에 위치한 몬테로소 알 마레, 베르나차, 코르닐리아, 마나롤라, 리오마조레의 다섯 마을을 일컫는다. 지금은 <세계테마기행>, <다시갈지도> 등에 소개가 되면서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여행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피렌체에서 당일치기 기차여행이라면 이 중 몇 개의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 적당할까?

우리는 몬테로소, 베르나차, 그리고 마나롤라 세 마을을 방문했는데,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그래도 두 개 마을만 둘러본다면 조금 아쉬웠을 것을 감안하면 세 개 마을 방문이 적당하지 않을까? 대신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친퀘 테레 마을 중 한 곳에서 숙박을 하며 좀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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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근교 친퀘 테레 당일치기 기차여행 방법


피렌체에서 친퀘 테레로 가기 위해서는 라스페치아로 가야 한다. 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라스페치아역 근처 주차장에 1일 주차를 한 후 친퀘 테레만 운항하는 기차를 별도로 이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굳이 렌트를 한 차량을 묵혀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차를 가지고 이동할 생각을 했으나, 과감히 이 계획은 접는다. 돈 몇 푼 더 아끼겠다고 우리 추를 혹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랜만에 여유로운 기차여행을 하기로 한다. 다행히 몇 달 전에 기차표를 발권하니 1인당 12.9€로 가격도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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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피렌체 캄포 디 마르테역의 모습 / 오른쪽은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서 마르테역까지 가는 기차 티켓. 가격이 1.6유로네요.


피렌체에서 친퀘 테레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타마리아노벨라역이 아닌 캄포 디 마르테역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피렌체 캄포 디 마르테역(Firenze Campo Di Marte)에서 7시 54분에 출발하는 기차다. 장기여행에서는 왠만해선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는데 이날만큼은 새벽부터 이동하는 일정을 잡았다. 친퀘 테레에서 좀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7시 전에 길을 나선 우리들은 동네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오늘로 여행 13일차. 이제는 우리도 이탈이아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어느새 아침으로 동네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또는 카푸치노와 크로와상 먹는 것이 우리들의 아침 루틴이 되었다. 다행히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서 캄포 디 마르테역까지 가는 기차는 수시로 있었고, 소요 시간도 5분 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10시가 안 되어서 친퀘 테레의 시작 지점인 라스페치아역에 도착. 친퀘 테레 마을로 출발하는 기차 시간이 남아 잠시 스캔한 라스페치아역은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친퀘 테레의 시작 지점인 라스페치아역의 역사와 주변 전경


성수기 때는 보통 다섯 개의 마을을 오가는 기차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고, 트레킹도 할 수 있는 입장권이 포함된 친퀘 테레 열차 카드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우리처럼 비수기인 겨울에 방문할 경우 산책로가 통제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기차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마을 간 편도 가격은 거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 구간당 3유로 내의 착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내가 몬테로소 알 마레를 찾은 진짜 이유


친퀘 테레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마을은 몬테로소 알 마레. 그런데 내가 이 마을을 첫 번째로 찾은 진짜 이유는 지중해의 바다를 품은 예쁜 마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중해의 맛있는 해물을 한아름 품은 일명 해물항아리찜이라고 불리는 암포라(Amphora)를 먹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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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포라3.jpg 출처: EBS 세계테마기행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한번씩 ‘저 도시에 가서는 저 음식은 꼭 먹어야지.’하고 집착하는 음식이 생길 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음식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암포라라는 음식이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안고 찾아간 곳인데... 열심히 네비게이션을 돌려 찾아간 종착지가 한창 공사중이다. 나는 급기야 나에게 닥친 현실을 부정하기에 이른다.ㅋㅋ


“알라, 이 식당 공사하나봐.”

“아냐, 그럴 리 없어. 이 집이 아닐 거야.”

“아냐, 알라~ 네비게이션이 이곳이라고 말하고 있잖아.”

“아냐, 절대 그럴 리가 없어.ㅠㅠ”

나는 급기야 내부에서 공사중인 인부에게 다가가 식당 사진을 보여주며 길을 묻는다. 그러자 단호하게 돌아온 답변.

“여기 맞아. 지금은 공사 중으로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아.”

그러며 ‘리스토란테 벨베데레(Ristorante Belvedere)라고 적힌 간판을 가리킨다.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이다.ㅠㅠ


비수기에 여행을 하다보면 자주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만날 때가 있다. 유명한 집일수록 비수기에는 오랫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집이 그랬다. 이 항아리 해물찜을 먹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핫소스까지 준비했는데...ㅠㅠ


할 수 없이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서지만 비수기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급기야 맛집이고 뭐고 가릴 것 없이 문을 연 식당을 찾기에 이른다. 우리는 해물항아리찜을 대신할 음식으로 문어샐러드와 피자를 주문한다.ㅠㅠ 다행히 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특히 문어샐러드에 들어 있는 문어가 어찌나 부드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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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데 공사하던 인부들이 한 무리 들어온다. 그 당시 몬테로소는 우리가 가려던 식당을 비롯해 도로 공사 등 많은 곳에서 공사가 한창인 때였다. 아마 비수기인 겨울에 성수기를 준비하는 듯...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별도로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이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코스로 나오기 시작한다. 나의 시선은 자꾸 인부들이 먹는 음식에 쏠린다.

‘저들이 시킨 메뉴가 뭘까? 이 식당도 스페인처럼 메뉴델디아라는 점심특선 메뉴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오는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어 보인다. 나는 급기야 궁금증을 참지 못 하고 종업원을 불러 물어본다.

“저들이 먹는 메뉴는 메뉴판에 어디 있어요?”

그러자 종업원이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저 메뉴는 손님들은 먹을 수 없습니다. 저들이 공사하는 동안 우리와 별도로 계약하고 먹는 음식이랍니다.”

헐~~ 일명 이 집은 한밭집이었다.ㅋㅋ 스프부터 시작해 샐러드, 파스타, 그리고 생선 또는 고기요리, 마지막으로 후식까지 푸짐한 한 상 차림인 이탈리아 가정식 백반...ㅋㅋ



고양이 털같이 포근한 햇살을 품은 몬테로소


몬테로소에서 뜻하지 않은 수확도 있었다. 광장에서 로컬 느낌 팍팍 느낄 수 있는 시골 장을 만난 것이다. 작은 마을,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해 마치 만물상처럼 별개 다 있었다. 과일을 비롯해 잡화까지... 에스프레소 잔이 어찌나 예쁘던지...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 만난 깜짝 장


우리는 여기에서 귤과 흡사한 과일인 클레멘타인을 2유로에 사서 하루종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따스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오자 언제 장이 섰냐는 듯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없다. 도대체 몇 시간 서는 장이야?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듯한 이 기분은 뭐지?!


갬성 넘치는 시골 장(친퀘 테레, 몬테로서 알 마레)


눈을 감고 몬테로소의 그날을 회상하면 ‘고양이 털같이 포근한 햇살’이라는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기차에서 내리자 1월 중순의 겨울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햇살에 비친 바다는 큐빅을 박아놓은 듯 반짝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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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변가에서 만난 세상 팔자 좋은 고양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가 벤치에 배를 깔고 편안히 앉아 있다. 우리가 옆에 앉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때 고양이 옆에서 포근한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내 마음 안에 포근함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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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털같이 포근한 햇살... 이게 내가 친퀘 테레 마을 중 처음 만난 몬테로소 알 마레의 첫인상이다.


몬테로소 알 마레의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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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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