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탈리아 맞아? / 토스카나(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길 위에서 멈추다
피렌체를 벗어나 한 시간을 달리자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차창 너머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하나둘 보이더니, 이내 구릉진 언덕과 끝없는 초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너무 예쁘다. 여기서 잠깐만 내렸다 갈까?”
“이런 곳이 다 있어? 잠시 멈춰 이 풍경을 감상하고 가자.”
눈앞에 펼쳐지는 토스카나의 평야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우리를 붙잡는다.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1월 중순의 겨울이지만, 토스카나의 평원은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다. 계절의 경계를 잊게 하는 풍경이다.
오늘 아침 출발하며 네비게이션에 ‘토스카나 대표 포토 스폿 10곳’의 좌표를 찍어 두었지만, 그 계획은 곧 무의미해진다.
“알라가 소개한 포토 스폿이 꼭 필요할까?”
“맞아, 여긴 어디든 다 그림이야.”
굳이 좌표를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덕마다, 길모퉁이마다, 그림 같은 장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 위의 점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우리는 계획을 내려놓고, 마음이 끌리는 순간마다 멈추기로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 위에 곧게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 언덕의 굴곡을 따라 늘어선 길과 집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았던 르네상스 화가들의 화폭이 현실로 흘러나온 듯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장면은 실사가 아니라 누군가 세심하게 그려낸 유화 같다.
풍경 앞에서 자꾸 차를 세우게 되는 우리들. 이러다가는 해질녘에나 숙소에 도착할 지도 모르겠다. 깨알같이 세워놓은 농가민박에서의 계획이 이 순간만큼은 ‘숙소는 오늘 안에만 가면 되지 않을까?’로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만들어버린다.
토스카나 여행이 나에게 건넨 말은...
토스카나에서는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 훨씬 어울린다. 가다가 마음이 내키면 차를 세우고, 그 풍경 속에 잠시 머문다. 그렇게 잠깐의 멈춤이 이어지며 여행은 오히려 더 풍성해진다. 정해진 목적지보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순간들,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는 발걸음이 토스카나만의 여행을 만들어간다.
그래서일까. 토스카나의 하루는 목적지에 닿는 여정이라기보다 길 위에 서성이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힐링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멈추어 있는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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