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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토스카나, 길 위에서 멈추다

여기 이탈리아 맞아? / 토스카나(이탈리아 중부)

by Joanna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여기 이탈리아 맞아? / 토스카나(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길 위에서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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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를 벗어나 한 시간을 달리자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차창 너머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하나둘 보이더니, 이내 구릉진 언덕과 끝없는 초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너무 예쁘다. 여기서 잠깐만 내렸다 갈까?”

“이런 곳이 다 있어? 잠시 멈춰 이 풍경을 감상하고 가자.”

눈앞에 펼쳐지는 토스카나의 평야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우리를 붙잡는다.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1월 중순의 겨울이지만, 토스카나의 평원은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다. 계절의 경계를 잊게 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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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212.JPEG 윈도우 화면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1월인데 노란 들꽃이 피어 있다.


오늘 아침 출발하며 네비게이션에 ‘토스카나 대표 포토 스폿 10곳’의 좌표를 찍어 두었지만, 그 계획은 곧 무의미해진다.

“알라가 소개한 포토 스폿이 꼭 필요할까?”

“맞아, 여긴 어디든 다 그림이야.”

굳이 좌표를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덕마다, 길모퉁이마다, 그림 같은 장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 위의 점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우리는 계획을 내려놓고, 마음이 끌리는 순간마다 멈추기로 한다.


IMG_4121.JPEG 이게 S로드 뷰~~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 위에 곧게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 언덕의 굴곡을 따라 늘어선 길과 집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았던 르네상스 화가들의 화폭이 현실로 흘러나온 듯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장면은 실사가 아니라 누군가 세심하게 그려낸 유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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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앞에서 자꾸 차를 세우게 되는 우리들. 이러다가는 해질녘에나 숙소에 도착할 지도 모르겠다. 깨알같이 세워놓은 농가민박에서의 계획이 이 순간만큼은 ‘숙소는 오늘 안에만 가면 되지 않을까?’로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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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여행이 나에게 건넨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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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에서는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 훨씬 어울린다. 가다가 마음이 내키면 차를 세우고, 그 풍경 속에 잠시 머문다. 그렇게 잠깐의 멈춤이 이어지며 여행은 오히려 더 풍성해진다. 정해진 목적지보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순간들,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는 발걸음이 토스카나만의 여행을 만들어간다.

그래서일까. 토스카나의 하루는 목적지에 닿는 여정이라기보다 길 위에 서성이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힐링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멈추어 있는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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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527.JPEG 이름 모를 곳에 차를 세우고 투박하게 싼 김밥을 먹었다. 따스한 햇살,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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