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어디까지 가 봤니? / 마테라(이탈리아 남부)
시간이 멈춘 고대도시, 마테라
이탈리아 남부의 언덕 위 도시, 마테라. 이름만으로는 낯설지만, 한 번 눈에 담으면 오래 잊히지 않는다. 하얗게 바랜 석회암의 도시, 그 위로 낮은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그 풍경을 처음 마주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지막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기가… 마테라야?”
“이건 여지껏 만난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눈앞의 마테라는 고요하고, 묵직하고, 오래된 숨결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전망대 앞에 서 있는 동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믿기지 않는 풍경 앞에서 숨을 고를 뿐...
지오바니 파소콜리 전망대에서 마테라를 만나다
우리들의 마테라 여행은 사시 지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오바니 파소콜리 광장 전망대(Belvedere di Piazza Giovanni Pascoli)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경계 지점. 차를 신시가지에 주차하고 걸어서 전망대로 향한다. 마테라의 신시가지는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그저 조용하고 작은 도시라는 정도.
그러나 전망대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헉’ 하고 막힌다. 여행 전에 사진으로 봤지만, 실제 눈앞의 마테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건 사진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는 풍경이야.”
심이 홀린 듯 중얼거린다. 그렇다. 신비로운 풍경은 사진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나 역시 어느순간부터 손에 쥔 카메라를 내려 놓는다. 이건 찍는 게 아니라, 그냥 눈으로 담아야 할 순간이었다.
사시 Sassi 속으로... 마테라에서는 길을 잃어도 괜찮아.
숙소는 사시 지구 안쪽, 그것도 ‘동굴호텔’로 잡았다. 이 도시의 본모습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점심도 먹을 겸 산책을 나섰다.
“뭐 먹을래?”
“그냥 걷다가 피자 냄새 나는 곳으로 들어가자.”
우리의 계획은 단순하고 자유로웠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지도를 봐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구글맵을 끄기로 한다. 그리고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걸었다. 그리고 이내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마테라의 골목의 매력에 홀딱 빠져들고 만다.
마테라에서는 길을 잃어도 괜찮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마테라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왜 마테라를 가리켜 '시간이 멈춘 고대도시'라고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마테라의 밤, 절제된 빛의 도시
마테라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백미는 바로 마테라 야경 감상. 이것이 무조건 마테라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테라의 사시는 동굴 주거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마테라는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다고 전해오는 고대도시 중 하나다. 부드러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석회암을 파 동굴 형태의 집을 지어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마테라의 야경은 특별한 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화려한 도시의 야경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절제된 빛으로 수많은 중세도시의 야경 중에서도 가장 과거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테라에서는 아름다운 야경 뷰를 감상하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듯... 맛집을 선호하는 내가 유일하게 맛집을 포기하고 뷰 하나만 고집하며 찾은 레스토랑이다. 맛은 솔직히 평범했지만, 마테라에서는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황금빛 사시의 풍경. 그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작정하고 마테라 속으로
다음 날 아침,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 해 일몰을 보지 못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좋다.
작정하고 마테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물론 오늘도 나와 심은 구글 맵을 켜지 않는다. 대신 오늘은 추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로 한다.
마테라에서는 자유 시간을 달라는 추의 말에 내가 대답한다.
"그래, 추는 지금부터 자유시간을 가져.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앞서 가던 추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여기 개 똥이 있어요. 밟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추, 우리가 개 똥을 밟던 전혀 신경 쓰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렴.ㅋㅋ"
그렇게 나와 심은 추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작정하고 마테라 속으로 들어갔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도시의 중심, 마테라 두오모 성당(Duomo di Matera)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당 앞 광장에 서면 마을 전체가 발아래 펼쳐진다.
“여기서 보는 마테라가 진짜 멋지다.”
추가 숨을 고르며 말한다. 심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덧붙인다.
“이 풍경은 낮도 좋지만, 밤엔 더 황홀할 것 같아.”
멀리서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여운이 돌담을 타고 사시 지구로 번져 가고 있다.
길을 따라 협곡 쪽으로 내려가면 산 피에트로 카베오소 성당(Chiesa di San Pietro Caveoso)이 나온다. 절벽 위에 서 있는 성당은, 마치 하늘과 땅 사이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협곡은 계절의 색이 빠진 겨울에도 생생하다. 빛과 바람, 그림자의 결이 만들어내는 풍경.
“저 아래로 트레킹도 가능하다는데?”
내가 말하자 심이 대답한다.
“그래도 지금은 여기서 보는 게 제일 좋아. 이 풍경은 내려가기보다, 이렇게 위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
우리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신, 성당 난간에 서서 한참 동안 협곡을 바라 보았다. 말보다 조용함이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정오가 가까워 오자 하늘은 더욱 맑아진다. 산타 마리아 디 이드리스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i Idris)은 마테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오르자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기가 마테라의 꼭대기네.”
심이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추가 핸드폰을 들고 웃는다.
“이건 인생샷 각이다. 준비됐지?”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황금빛 돌의 도시. 그 안에 우리가 있다.
겨울 한가운데였지만 햇살은 따뜻했고, 성당 뒤편 협곡을 스치는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 순간, 도시 전체가 잠시 멈춘 듯했다.
마테라에서 길을 잃는 법을 배우다
마테라는 단숨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걸음을 늦춰야 비로소 보인다. 돌계단을 따라 걷고, 골목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이 만든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그제야 도시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하루가 아닌 며칠을 머물며 일출과 일몰,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색을 보고 싶다.
시간이 멈춘 도시, 마테라. 그곳에서 나는 ‘길을 잃는 법’을 배웠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조안나여행을그리다 #텐트밖은유럽 #텐트밖은유럽로맨틱이탈리아 #로맨틱이탈리아 #이탈리아여행 #이탈리아소도시 #이탈리아남부여행 #유럽배낭여행 #마테라 #MATERA #마테라동굴호텔 #마테라동굴숙소 #사시 #SASSI #텐밖즈마테라 #텐밖즈 #마테라일출 #마테라일몰 #마테라야경 #사시숙소 #지오바니파소콜리광장전망대 #마테라시간여행 #3천년전으로의시간여행 #시간이멈춘고대도시 #이탈리아숨은보석 #이탈리아숨은핫플 #마테라신도시 #마테라구시가 #마테라신시가지 #마테라골목길 #비토리오베네토광장 #비토리오베네토 #마테라야경 #마테라야경뷰 #마테라야경뷰맛집레스토랑 #마테라백미 #마테라동굴레스토랑 #마테라협곡 #마테라두오모 #마테라일몰포인트 #마테라일몰 #텐트밖은유럽일몰장소 #산피에트로카베오소 #협곡 #마테라뷰포인트 #산타마리아드이드리스 #이탈리아자동차여행 #다시가고싶은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