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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 폴리냐노아마레

이탈리아 어디까지 가 봤니? / 폴리냐노아마레(이탈리아 남부)

by Joanna

같이, 때론 혼자 이탈리아 ✈ 외국어를 몰라도 당당한 중년의 이탈리아 여행법

이탈리아 어디까지 가 봤니? / 폴리냐노아마레(이탈리아 남부)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 폴리냐노아마레


이탈리아 남부의 해안 도시 폴리냐노아마레.

유럽인들에게는 익숙한 여름 휴양지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나는 1월의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에 이곳을 찾는다.

TV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에서 라미란이 수영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곳이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해변이다.

여름의 푸른 바다 대신, 잿빛 파도가 절벽을 두드리고, 에메랄드빛 대신 바람이 만든 음영이 바다 위를 스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절의 폴리냐노아마레는 묘하게 고요하고 아름답다.

IMG_7026.JPEG 겨울의 폴리냐노아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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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밖즈 폴리냐노아마레 4.jpg 여름의 폴리냐노아마레. 출처: tvN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


모나칠레 해변의 자갈은 물결이 닿을 때마다 맑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안주 삼아 맥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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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라진 밤의 모나칠레 해변은 고요하다. 우리도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가만히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파도에 부딪히는 자갈 소리는 청아하고, 마치 음악 연주를 듣는 듯하다. 비수기의 혜택인 한산함 속에서, 한밤중에 이곳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계절 여행의 가장 큰 특권이 아닐까.

지금 내 방에는 그곳에서 가져온 하얀 자갈이 있다. 마치 내가 폴리냐노아마레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문어버거로 유명한 페스카리아(PESCARIA)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해산물 전문점 ‘페스카리아(Pescaria)’. 이곳은 문어버거로도 유명한 곳이다.

문어는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레몬즙을 더하면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생굴은 신선하고, 해산물 튀김과 화이트 와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겨울의 식당은 한산하다. 우리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남부 바다의 짭조름한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식당 직원은 방탄소년단 팬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낯선 도시에서 느낀 소박한 친근함이 식사에 온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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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숙소, 바람이 머무는 밤


20박 22일의 이탈리아 여정 중 마지막 2박을 남겨두고 우리는 폴리냐노아마레에 도착한다. 이 도시에서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모나칠레 해변을 거닐고, 해산물을 마음껏 먹고, 하얀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숙소만큼은 욕심을 부렸다. 무엇보다 테라스에서 모나칠레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바다 뷰 숙소가 중요하다. 조금 비싸더라도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면 후회 없을 것 같았다.

몇 번의 검색 끝에 조건에 딱 맞는 숙소를 찾아낸다. 평소 꼼꼼하게 리뷰를 확인하는 나지만, 위치가 너무 완벽해 망설임 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다. 다만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뷰냐, 난방이냐’의 선택지 앞에서 나는 결국 뷰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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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_171646.jpg 숙소에서 바라 본 뷰~ 뷰는 정말 끝내주지요?!


그 결과는 어떨까. 최고의 숙소를 기대한 것과 정반대로 최악의 숙소라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테라스 문 잠금장치가 고장 나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쉴 새 없이 들어오고, 강풍에 테라스 문이 밤새 덜컹거린다. 히터는 힘이 약하고, 따뜻한 물은 금세 식는다. 우리는 이불을 겹겹이 덮은 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밤을 버틴다. 함께 한 추는 밤새 앓았다. 나는 샤워 순서를 마지막으로 미룬 탓에 뜨거운 물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거품을 잔뜩 낸 채 찬물 샤워를 해야 했다. 강풍이 몰아치는 한겨울 밤, 뜻하지 않게 나는 진짜 ‘냉탕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숙소에 대한 기억은 한마디로 이렇다. 밤새 덜컹거리는 문 소리,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 그리고 찬물 샤워. 겨울의 폴리냐노아마레에서 ‘바람이 머무는 밤’을 온몸으로 경험한 셈이다.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도시, 폴리냐노아마레의 로맨틱한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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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밖즈 폴리냐노아마레 10.jpg 출처: tvN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


여행 예능 <텐트 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는 ‘당신이 가보지 않았을 이탈리아 속으로’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말 그대로,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로마·피렌체·베네치아가 아닌, 조금은 낯설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숨은 소도시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첫 번째 여행지가 바로 폴리냐노아마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이탈리아 남부의 숨은 보석 같은 도시다.

나는 이곳에서 단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머물렀지만, 그 풍경은 강렬하다. 강풍으로 인해 절벽 위 공터에 세워둔 차가 걱정돼 오가며 잠깐씩 걸었던 골목길이었지만, 그 풍경은 놀라울 만큼 예쁘다. 하얀 담벼락과 돌길, 그리고 곳곳에 걸린 장식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집집마다 문 앞을 꾸민 소품들은 작지만 정성이 가득하다. 특히 신발이나 모자를 줄에 매달아 놓은 장식이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북부나 중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어떤 집은 담벼락을 나무로 장식하고, 또 어떤 집은 벽면에 액자처럼 그림을 걸어둔다.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작은 미술관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날씨만 좋다면 오전까지 머물며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돌아보고 싶은 곳이다. 강풍과 아픈 추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이 도시를 떠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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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노트


1월의 폴리냐노아마레는 조용하다.

에메랄드빛 대신 잿빛 바다가, 햇살 대신 바람이 도시를 채운다.

그 속에서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나는 여름의 활기보다, 이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폴리냐노아마레를 더 깊이 만난다.

다음에는 여름의 태양 아래 이곳을 다시 찾아 라미란처럼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다.

지금의 차가운 기억 위에 또 다른 계절의 빛을 덧칠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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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밖즈 폴리냐노아마레 4.jpg 출처: tvN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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