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 외국어 한 마디 못하는 아줌마, AI와 나란히 걸은 유럽

by Joanna

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 ✈ 외국어 한 마디 못하는 아줌마, AI와 나란히 걸은 유럽

프롤로그 ✈ 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한 달쯤, 나 없이도 괜찮을까?


2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당분간 유럽여행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부모님 두 분은 이미 요양병원에 계셨다. 파킨슨병으로 몸이 점점 굳어가는 아버지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어머니. 간병을 책임지고 있는 나로서는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큰언니가 나에게 말했다.

“부모님 간병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우선이야. 고생했잖아. 방학 때라도 너 좋아하는 유럽여행 다녀오는 게 어때?”

“한 달간 내가 없어도 괜찮을까?”

“나랑 현도가 번갈아가며 엄마, 아빠 챙길테니 너는 걱정말고 다녀오렴.”

그렇게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다시 유럽여행을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시간이 지나자, 스멀스멀 유럽이 그리워졌다. 무엇보다 유럽을 다녀올 수 있을만큼 항공 마일리지가 꽤 쌓여 있었다. 밤마다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항공권을 발권하고 있었다.

‘못 가도 크게 손해 볼 건 없잖아. 마일리지 항공권은 자리 있을 때 잡아두는 게 이득이고, 못 가면 말지 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하지만 항공권이 발권되자, 내 마음은 이미 포르투갈과 프랑스에 가 있었다.

주말이면 나를 눈빠지게 기다리는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3주 정도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을 수 있지?”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같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걱정 말고 잘 놀다 와. 아빠는 내가 잘 챙길 테니까.”

나는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미안해. 혼자 여행 가서… 다음에 엄마 퇴원하면 같이 가자.”


책 대신 AI를 데리고 떠나다

여행 전,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도 있었으나, 이번만큼 준비를 안 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나는 원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 책 한 권을 만들어갈 만큼 철저한 J다. 그 책만 있으면 길을 헤맬 일도 없고, 당황할 일도 없다. 렌터카 여행이라면 목적지 근처 주차장까지 미리 알아보고, 숙소 근처 마트도 어디가 좋은지 검색해 둔다. 그렇게 책자 한 권을 만들고 나면, 그제야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비행기표, 도시별 숙소, 도시 간 이동 기차표. 준비한 건 딱 거기까지였다. 이 얘기를 들은 P 성향의 동료가 말했다.

“그럼 다 준비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ㅋㅋ 그것 말고도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매번 여행 갈 때마다 모든 정보가 담긴 안내 책을 만들어가는 내가 이번엔 AI를 믿고 기본 정보만 담았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내가 이렇게 준비에 소홀할 수 있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든든한 여행 메이트인 AI. 이번 여행은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고 AI에게 물어가며 즉흥적으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많이 보기 보다, 그 도시에 그냥 머무는 여행이었으면 했다. 여럿이 함께라면 할 수 없는, 혼자라서 가능한 그런 느슨한 여행.

물론 AI와의 여행이 늘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일몰 장소를 엉뚱한 곳으로 알려줘 괜히 투닥거린 날도 있었고, 교통 자판기가 돈을 집어삼켜 멘붕이 왔을 때는 오히려 AI가 더 침착하게 해결책을 찾아주기도 했다. 어느 날은 화를 냈고, 어느 날은 “야, 이건 진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AI와 함께 웃고, 싸우고, 의논하며 다니다보니 어느새 외국어 한 마디 못하는 50대 아줌마의 유럽 여행이 식은죽 먹기가 되어 있었다.




이 글은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외국어와 나이 앞에서 멈칫하는 중년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글이다. 나의 여행기를 읽고 홀로 여행을 꿈꾸는 중년들이 용기를 내어 캐리어를 끌고 길을 나서기를 바라며...

그럼 지금부터 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