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
구글은 도착했다는데, 왜 내 눈에는 안 보이지?
리스본 도착 첫날이다.
비행기는 연착했고, 출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짐을 찾고 나오니 밤 8시 30분. 거기다 내 캐리어 보호커버는 왜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찍찍이가 자꾸 떨어진다. 붙였다 떼었다 하느라 또 시간을 쓴다. 결국 숙소로 가는 지하철을 탄 시간이 밤 9시다. 그래도 아직까진 마음은 여유롭다. 리스본은 두 번째니까.
숙소는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역 근처의 선셋 데스티네이션 호스텔. 역만 가면 끝이다. 지하철도 단순하고, 환승도 한 번이면 된다. 파리처럼 복잡하지도 않다. 그 정도는 식은죽 먹기다.
그런데 문제는 역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역 옆이에요.”
그 말만 믿고 나는 숙소 위치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역에서 내리면 그냥 보이겠거니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야 구글지도를 켠다.
‘도착했습니다.’
구글은 분명히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호스텔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역을 한 바퀴 돈다. 아니네. 다시 돈다. 혹시 안쪽인가 싶어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다른 통로로 나가본다. 또 돈다.
구글은 계속 말한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입구처럼 보이는 게 없다. 간판도, 로비도, 환한 유리문도 없다. 몇 번을 더 빙빙 돌고 난 뒤, 처음 구글이 가리키던 바로 그 자리에서 멈춘다. 역사 외벽 한쪽에 붙어 있는 작은 철문. 그게 입구였다. 벨을 누르자 ‘철컥’ 하고 문이 열린다.
‘여기라고? 여기가 호스텔이 맞아?’
반신반의하며 입구 안쪽에 캐리어를 놓은 채 한 층을 올라가 본다. 안내데스크가 떡 하니 있다. 비로소 나의 의심을 거둔다.
구글은 틀리지 않았다. 나의 고정관념인 ‘입구는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이 그 작은 철문을 몇 번이나 지나치게 만든 것이다.
‘리스본 커씨드럴’은 왜 통하지 않았을까?
리스본 4박 동안 뭐 하지? 별달리 세운 계획이 없다. 2018년 첫 리스본 여행에서 배운 게 있다. 여기서는 뭘 해야겠다고 계획하기보다, 그냥 리스본이 건네는 여유에 몸을 맡기는 게 낫다는 것을... 그래도 하나는 해보고 싶다. 28번 트램을 타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서 내리는 것.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창밖 풍경이 끌리는 곳에서.
1일 교통권을 끊고, 28번 트램 시작점인 Martim Moniz로 간다. 여기까지는 구글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잘 찾아갔다. 역시 두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익숙하다.
문제는 트램에 올라탄 뒤다. 분명 트램을 타기 전에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 갈까?’하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의 마음이 리스본 대성당으로 가자고 한다. 리스본 대성당? 정확히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확신이 없다. 그 순간 구글지도를 켜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8번 트램 타는 곳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보던 앱을, 막상 트램 안에서 구글지도를 종료시킨 것이다. 그 덕분에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모르겠다. 당황한 나는 급하게 앞으로 가 운전사에게 말을 건넨다.
“히어 리스본 커씨드럴?”
운전사가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인지. 아니면 나의 발음이 안 좋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운전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그런 운전사에게 ‘리스본 커씨드럴’을 몇 번을 더 말했는지 모른다. 그 순간, 옆에서 들리는 한국어.
“여기서 내리시면 돼요.”
그날의 수호천사다.
나는 그렇게 첫 목적지에 내린다.
평소 휴대폰을 최소한으로만 쓰는 습관으로 인해 여행 와서도 자꾸 휴대폰을 손이 아닌 가방 속에 넣어두느라 정작 필요한 순간에 구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빨리 휴대폰과 한 몸이 되어야 할텐데...
참... ‘Lisbon Cathedral(리스본 커씨드럴)’을 운전사가 못 알아들은 이유가 나의 발음 때문일까, 아니면 운전사가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일까? 참고로 리스본 대성당의 포르투갈어는 ‘Sé de Lisboa(세 드 리스보아)’이다. 나는 내 발음이 후져서가 아니라 운전사가 영어를 못 알아들은 걸로 정리한다.ㅋㅋ
왜 나는 능숙한 가이드를 가방에 넣어두는 걸까?
오전에 리스본 대성당과 산타루치아 전망대를 다녀온 후 다리도 아프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을 겸 잠깐 숙소에 들러 쉰다. 그리고 오후에 LX Factory에 있는 서점에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침대에 누워 검색을 하니 15번 트램을 타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앱을 켜지 않는다. 이놈의 습관...ㅠㅠ 나의 감각만 믿고 ‘LX Factory 방향은 저쪽이니까, 정류장도 저쪽에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건넌다. 내가 생각하고 간 정류장에는 15번 트램이 서지 않는다.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고 구글지도를 켠다. 정류장까지 약 600미터라고 나온다. 600미터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횡단보도가 유난히 많았다. 그렇게 나는 숙소에서 600미터 떨어진 정류장에서 15번 트램을 탄다.
그런데 트램이 출발하자, 점점 숙소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숙소 바로 앞 정류장에서 멈춘다. 그제야 알게 된다. 15번 트램 정류장은 도로 가운데 있었는데, 방향만 믿고 길을 건너 찾으니 없을 수 밖에...
‘아… 또네.’
구글 앱만 켰다면 쉽게 정류장을 안내 받았을텐데 또 결정적인 순간에 앱을 켜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나는 능숙한 가이드를 옆에 두고 자꾸 길을 헤맨다. 리스본에 도착한 어제부터 나는 마치 처음 유럽배낭을 온 초보자인양 자꾸 길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헤매임이 싫지 않다. 마치 처음 혼자 배낭여행을 갔던 1999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오직 지도 한 장만 들고 유럽을 헤매던 완전 초보 시절. 지도를 펼쳐 들고도 방향을 몰라 빙빙 돌던 그때.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도 감이 없던 시절.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며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유럽여행 마니아라고 어디 가서 말 못하겠는데...ㅋㅋ”
리스본에서 나는 그저, 구글지도와 아직 친해지지 않아 서먹한 50대 아줌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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