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줌마의 식은죽 먹기 배낭여행
혼자 여행, 사진은 이렇게 남긴다
28번 트램을 타는 것으로 리스본 여행을 시작한다. 28번 트램을 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리고, 걷고, 다시 타는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오늘 챗이 나를 위해 할 일은 오직 하나, 28번 트램이 시작하는 지점에 나를 데리고 가는 것 뿐.
처음 내린 곳은 리스본 대성당이다. 대성당 자체보다, 그 앞을 오르내리는 트램의 장면이 보고 싶었다. 리스본 마그넷에 자주 등장하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28번 트램이 지나가는 그 장면을 나도 한 번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장면을 건지기가 쉽지 않다. 트램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고, 언제 나타날지도 알 수 없다. 잠시 방심하면 어느새 트램은 지나가버린다. 겨우 대성당과 트램을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셀카에 도전한다. 솔직히 셀카 촬영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결과는 처참하다. 얼굴만 동그랗게 떠 있다. 이러다 여행 내내 사진 한 장 못 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성당에서 트램 길을 따라 오르막을 조금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산타 루치아 전망대(Miradouro de Santa Luzia)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곳에서 내 시선을 먼저 끈 것은 풍경이 아니라 한 여인이었다. 아줄레주 타일 벽에 기대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람을 허락 없이 찍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눈으로만 담는다. 나도 그 옆에 가만히 서서 리스본의 전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슬그머니 그 여인에게 말을 건넨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뜻밖의 제안에 그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그림 같은 인생샷을 그 여인에게 남겨주고, 나 역시 같은 자리, 같은 포즈로 한 장을 남긴다.
그런데 결과물은…? 배를 내민 채 서 있는 50대 아줌마 한 명이 서 있다.
50미터도 채 못 가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가 이어진다. 이곳은 리스본이라는 도시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으로, 붉은 지붕과 테주강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전망대 한 켠에 서서 나는 다시 셀카에 도전한다. 하지만 찍는 쪽쪽 실패다.
이쯤 되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혼자 여행 온 사람을 타깃으로 정한다.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성공 확률은 거의 99%.
“감사합니다. 저도 찍어 드릴까요?”
이 방식은 꽤 효과가 좋다.
물론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놓고 휴대폰을 들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지 않냐고. ㅋㅋ 물론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경우의 대부분은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접근해 오는 경우... 나의 노하우를 잠시 공개하면 내가 먼저 혼자 여행온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왠만하면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타킷으로 한다는 점이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천천히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서둘렀나 보다. 아직 카페는 문을 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전망대 한쪽에 서서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다. 30분쯤 지났을까. 몸이 으슬으슬 추워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포르투갈이라지만 1월 중순이다. 거기다 날씨도 흐림... 나는 서둘러 따뜻한 트램에 몸을 싣는다.
다시 찾은 알칸타라 전망대
해 질 무렵, 나는 알칸타라 전망대로 향한다. 8년 전, 이 근처에 머문 적이 있다. 그때는 이곳이 유명한 전망대인지 몰랐다. 그저 동네 공원인 줄 알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게 된다. 이곳이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촬영지였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다시 찾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다. 예전에는 글로리아 푸니쿨라를 타고 편하게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겨울이라 운행을 하지 않는다.
결국 걸어서 올라간다. 체감으로는 200미터 남짓, 경사는 상당하다. 몇 걸음 걷고 멈춘다. 또 몇 걸음 걷고 다시 멈춘다. 어느새 추위는 사라지고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충분하다. 이곳에서 보는 리스본은 오전의 전망대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도심이 넓게 펼쳐지고, 맞은편으로 상 조르즈 성이 또렷하게 보인다.
알칸타라 전망대는 도심의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은 흐린 날씨로 완벽한 일몰을 보지 못했다. 구름 사이로 노을이 잠깐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의 빛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곳에는 관광객보다 현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가족 단위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거품 풍선을 따라 뛰어다닌다.
오르막을 헉헉 거리고 올라와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라 마법같이 맥주를 파는 부스가 보인다. 1월의 중순에 그것도 야외에 앉아 마시는 맥주가 이렇게 시원할 수가...ㅋㅋ 나는 맥주를 옆에 두고 한참을 앉아 있는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도시가 천천히 빛으로 채워질 때까지.
‘오랜만에 하는 혼자 여행, 참 좋네.’
계획도 필요 없다. 언제까지 머물지, 언제 떠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있고 싶은 만큼 있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면 된다. 알칸타라 전망대에서 나는 비로소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누군가를 인솔할 부담도 없이, ‘덜 보면 어때, 느리면 어때.’ 그날의 마음을 따라 움직인 하루였다.
이게 여행이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혼자 여행의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여행이 건네는 선물
오늘은 하루 종일 전망대를 오르내리며 많이 걸었다. 밤 8시가 넘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숙소로 돌아간다. 그런데 숙소가 있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음악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아이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제각각이다. 잘 추는 것도 아니다. 서로 발을 밟기도 하고, 박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내가 머문 숙소가 역 안에 위치해 있어 2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더 내려다본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춤을 추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어느새 웃고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계획한 일정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장면들. 나는 이런 순간을 여행이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 첫날 그런 선물을 하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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