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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27. 2024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갔다

"같이 일할 땐 가까워도..."

노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말을 흐리셨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나에게 친구가 없는 이유는 세월보다는 조울증 때문이지만.

"그러게. 허무해."


새벽에 출근을 하려는데 지난밤 대표님으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일찍 자서 확인이 늦었다. 오늘이 마지막 근무니 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일경험으로 들어간 것이라, 매달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있다. 어렵다기보다 귀찮다.


아침에 쓰다 지각할 것 같아 회사에 와서 썼다. 평소엔 여유 있게 미리 출근했는데, 오늘은 출근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다. 아침에 해야 하는 루틴을 마치고 서류를 출력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낼 것은 다 냈다.


"최다함 선생님 잠깐 올라오셔요."

업무 카톡으로 센터장님이 부르셨다. 아내가 대표 남편이 센터장 아들이 실장이다.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는 아니고. 기관은 최저임금 정도밖에 줄 수 없는데, 내 나이는 한창 돈 벌 나이라 부담스러웠다고. 끝나는 마당에 굳이 할 필요가 없는 Too Much Information TMI이다.


나는 부모님은 시골로 귀농하시고, 부모님 댁에서 살며 부모님께서 관리비를 내주셔서, 혼자 벌어 셋이 살지만 보수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이것은 나의 TMI였다. 아파서 경력단절이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전후사정을 설명하지 않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고, 전후사정을 말할 사이도 아니다. 스무 살에 조울증에 걸려 일도 못 하거나 안 하고 지내다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된 것을 직장으로 만난 관계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마흔넷의 아직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만, 더 이상 부모님께서 직접적으로 돈을 타지 않으니까.


조울증 20년을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로 끝냈으면 되었다.


점심 식사 후 쉬는 시간 유튜브로 가요무대를 보는데 조항조의 『︎거짓말』︎이 나왔다. 여기에서 일하며 조항조의 『︎사랑 찾아 인생 찾아』︎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가요무대를 통해 듣게 된 노래 중 누구의 무슨 노래지 궁금했던 노래였다.


사랑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
돌아온다던 그 말도 거짓말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
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둔다

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안되지
이젠 더 이상 믿어선 안되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다시 한번만 더 나 너를
다시 한번만 더 너에게
나를 사랑할 기횔 주어 본다

어떤 사랑으로 나의 용서에 답하련지
또 잠시 날 사랑하다 떠날 건지

마치 처음 날 사랑하듯
가슴 뜨겁게 와 있지만
난 왠지 그 사랑이 두려워

오직 나만을 위한 그 약속과
내 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 않길

- 조항조, 거짓말


이번 기회에 내 책을 내기 위한 1인출판사를 창업하여 그동안 썼던 글은 추려 첫 책 내는 쪽으로 마음은 완전히 기울었는데. 잘 풀리면 좋은데 안 풀리면 어쩌나 싶어 바로 취직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돈 대신 꿈을 좇는 이유는 꿈이 돈이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저시급이고, 회사도 막 돈을 벌어야 할 40대 남성을 고용하기가 부담스럽다.


책은 안 읽는 시대고, 안 팔리는 시대인 것은 잘 안다. 그렇지만 이 판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적당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완전히 베스트셀러면 책 한 권으로 인생이 풀릴 수 있다.


돈 대신 꿈을 좇는 것은 내가 아직도 피터팬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돈 같은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지 싶어서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일 안 해도 될 만큼 돈을 번 경제적 자유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내가 바라는 바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풍요롭게 살만한 돈을 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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