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며칠 지나, 아내 에미마가 나에게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폴햄 상하의였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이 옷을 어떻게 샀느냐 였다.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옷 사러 버스 타고 수원역 롯데 백화점에 사러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아내 에미마가 아직 카카오 택시 앱을 깔아 사용하는 법을 모를 것이다. 인터넷 쇼핑도 내가 몇 번 알려 주었는데,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아내가 배워야 할 절박함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아내 혼자 인터넷 쇼핑을 하고 결제를 하지 못한다.
"에미마, 이 옷 어디서 샀어? 그냥 궁금해서..."
"파리바게트에서 샀어요."
아내 에미마는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디서 샀는지 비밀과 신비로 묻어두고 싶은가 보다.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궁금하다.
지난 결혼기념일 선물로 아내에게 상하의 옷과 작은 가방을 선물로 주었다. 아들 요한이가 아직 어리고, 마침 코로나 정국이라, 아내도 밖에 잘 나가지 못한다. 집에서 가끔 내가 사준 옷과 가방을 꺼내 입어본다.
크리스마스 때 아내에게 모자 하나를 사 주었다. 아내는 평소에 모자를 좋아하지 않고 써 본 적이 거의 없다는데, 내가 사 준 모자는 오빠가 사 준 모자라고 좋아라 한다. 밖에서 쓸 기회가 없으니, 어느 날 보니 집에서 모자를 쓰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이 사진 속에 요한이가 입고 있는 옷은 나와 아내 에미마가 요한이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호랑이 인형은 내가 요한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고, 아내 에미마가 쓰고 있는 모자는 내가 아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나는 스물한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내가 아직 정신적으로 아프고, 직업도 돈도 아무것도 없을 때, 아내 에미마는 무슨 용기였는지, 나를 사랑해주고 나와 결혼해 주었다. 아내를 만나 조울증을 극복하였고, 지금은 직장생활 경제생활도 한다.
에미마랑 결혼하고도 한 동안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서 살았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던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과 동생 일을 도와드렸고, 나름 소일을 했다. 나도 일을 하고 싶었고, 돈을 벌고 싶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돈을 버니까 좋은 것은, 아내와 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때 자유롭게 줄 수 있다. 용돈을 타서 쓸 때는 돈 쓸 때도 눈치가 보였다. 돈을 버는 지금은 아내가 좋아하는 타코야끼를 가끔 사다 줄 수 있다.
작년 말 아내 에미마는, 나의 어머니로부터가 아니라, 나로부터 거의 처음으로 선물을 받아 보았는데, 그게 행복한가 보다. 아직 내가 에미마와 요한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예쁜 싸구려'이지만, 그래도 내가 번 돈으로 받는 선물이라서 아내 에미마는 좋은가 보다.